이별하며 성장하는 소년

영화 <펭귄 하이웨이>

by MENTAE

-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시사회 관람하였습니다.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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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와 예고편에 등장하는 펭귄의 귀여움만으로도 사뭇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영화 <펭귄 하이웨이>가 지난 18일 개봉했다. 귀여운 펭귄에 판타지적 설정을 가지고 있으니 대부분의 관객에겐 매력적인 소재들이다. 나 역시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소개를 보곤 관람을 희망했었고, 개봉이 임박했었기에 조금만 더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관람한 관객들의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기대감을 다소 낮춘 채 개봉 전인 15일에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미리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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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대를 낮추고 본 <펭귄 하이웨이>는 기본적으로 소년 아오야마의 성장기이다. 아오야마는 초등학교 4학년이고 어른이 되기까지 3888일 남은 아이다. 영화가 시작하며 아오야마의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여기서 아오야마는 자아자찬과 더불어 치과 누나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한다. 이를 볼 때, 아오야마가 자신이 어른이 되기를 고대하는 이유는 극중에선 치과 누나와 결혼을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아오야마가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소재로는 유치와 커피가 있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부터 흔들리는 송곳니를 아오야마가 흔드는 장면을 보여주며, 이 유치는 치과 누나가 펭귄을 만들어내는 순간 뽑힌다. 그리고 커피의 경우 아오야마는 아버지의 커피를 마셔보곤 쓴 맛에 고통을 느끼지만 치과 누나와 이별 장면에선 커피를 마셔도 아무 내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두 소재는 아오야마의 성장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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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오야마는 어떠한 측면에서 성장을 했는가? 내 생각엔 아오야마가 성장한 부분은 이별의 감각이다. 아이들은 보통 이별의 경험이 많지 않다. 우선 만난 사람의 수 자체가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이별의 경우가 많지 않지만 절대적으로 이별의 경험이 적은 것은 통상적이다. 그렇기에 이별은 아이들에게 생소한 경험이고 큰 슬픔이다. 유치원을 갈 때, 초등학교를 갈 때 아이들이 우는 이유에는 부모와 잠깐이지만 이별이 일정 부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어른에게 있어 사소한 이별에 내성이 생기면, 이별을 하더라도 몇 달을 못 본다고 해도 크게 슬퍼하지 않는다. 또, 이별의 순간 슬픔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는 이별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인지이다. 우리가 내일 만날 것을 알면 이별이 슬프거나 아쉽지는 않지만 6개월이나 그 이상의 기간을 못 만날 때의 이별은 하루 이틀간의 이별과는 감정의 차이가 엄청나다. 이렇게 아오야마가 이별에 내성을 가지며 치과 누나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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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로 등장한다. 한밤중에 아오야마의 동생이 아오야마에게 안기며 우는 장면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며 아오야마는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죽는다는 이야기를 동생에게 한다. 이렇게 어린 나이임에도 ‘죽음’에 대해 덤덤하게 동생에게 말하는 아오야마는 치과 누나와 이별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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