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취방, 그리고 건너편 그녀(1)

17살 소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그 봄날의 기억

by 알바스 멘탈코치

[잊을 수 없는 나의 아드린느]

-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풀어놓은 그 시절 이야기


첫 자취방, 그리고 건너편 그녀

- 17살 소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그 봄날의 기억




이 얘기는 시골에서 올라온 17살 소년에게 다가왔던 자취방의 추억이야. 촌놈이 드디어 도시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이라, 재밌으니까 들어보라고.


그때가 1986년 봄이었어. 나는 전북 김제 근처 시골에서 익산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거리가 멀다 보니 익산에서 공장에 다니던 누나의 자취방에 얹혀살게 됐지. 누나도 나와 살게 되자 조금 더 큰 자취방을 구했어. 생활은 같이 하지만, 누나는 그곳에서 잠만 자고 나는 거의 독서실에서 자느라 부딪칠 일은 별로 없었지.


시골 촌놈이 처음 올라가 본 익산은 그저 도시로만 보였어. 지금 생각하면 그 자취방은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에 있는 허름한 주택이었는데도, 피아노가 있는 집이었지. 2차선 도로에서 구멍가게 옆 골목으로 한참을 들어가야 나오는 집. 군데군데 녹슨 녹색 철 대문이 기억나.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대문을 지나면 작은 마당이 있었고, 마당 건너엔 안채가, 왼쪽에는 자취방 두 개가 나란히 있었어. 하나는 비어 있었고 하나는 우리 방이었지. 그땐 연탄보일러가 흔했는데, 우리 방도 연탄 하나를 넣는 구조였어. 누나는 연탄을 아끼려고 아궁이 공기구멍을 최대한 막아 하루에 하나씩만 땠지. 누나, 참 알뜰했다니까.


나는 누나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학교를 다녔어. 시골에서 듣던 엄마 잔소리에서 해방된 것, 그리고 등하굣길에 신발에 흙이나 이슬이 묻지 않는다는 게 그렇게 기쁘더라. 시골에 살아도 나름 멋쟁이였다고, 얼굴도 누가 탤런트 누구 닮았다고 했었다니까. 당시 학생들 사이에선 신발 밑창 고무 부분의 하얀색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멋이었는데, 시골 애들은 항상 흙이 묻어 누렇거든. 그게 그렇게 자존심 상했었지, 푸훗.


주인집 사람들도 기억나. 주인아저씨는 시청 공무원이었고, 통통한 아주머니가 있었지. 큰딸 지현이는 고3이었고, 키도 적당하고 얼굴 하얗고 예뻤어. 그리고 아들 윤기, 나랑 동갑이었지. 막내 지선이는 중2, 사춘기 한창인 호기심 많은 애였고.


윤기랑은 꽤 친해져서 내 방에서 바둑도 두곤 했는데, 두 딸은 새침했어. 그래도 지현이는 마주치면 가끔 눈인사라도 했는데, 지선이는 부끄러운지 나를 보면 고개 숙이고 뛰어 들어가곤 했어.


그러던 어느덧 늦가을. 지현이는 대학 시험을 앞두고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 그땐 밤 11시면 라디오에서 서한샘 선생의 국어 강좌가 나왔거든. 지현이는 그걸 내 옆 빈방에 들어가 매일 들었어. 가족들 있는 자기 방보다 그게 편했나 봐. 자취방은 방음이 안 돼서 그 소리가 그대로 내 방까지 들렸지. 그 ‘동~그라미 밑줄 쫙’ 하는 특유의 목소리, 지금도 생생하다니까.


그러다 보니 나도 집중이 안 되는 거야. 평소엔 도서관에서 잤지만, 누나가 야간 근무할 땐 자취방에서 잘 때도 있었거든. 그렇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 큰 여고생이 있다는 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지.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새하얀 얼굴, 성숙한 몸매. 내 옆방에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 모습이 자꾸 궁금해지더라.


밤 11시 넘은 시각, 씻고 편한 옷차림으로 공부하고 있을 텐데, 잠옷일까 운동복일까, 별의별 상상이 다 됐지. 결국, 못 참고 그녀가 공부하는 모습을 몰래 보기로 작정했어.

자취방은 단층이었고, 옆 계단을 오르면 바로 옥상이었어. 옥상 아래 두 방이 나란히 붙어 있었지. 옥상에서 고개를 살짝 숙이면 방의 작은 창문으로 안이 보였어. 그렇게 해서 난 매일 그녀의 공부하는 모습을 훔쳐보게 됐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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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됐냐고? 음… 그건 다음 편에서 들려줄게. 기대하라고!


� 이 글은 《잊을 수 없는 나의 아드린느》 집필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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