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청춘은 위도를 떠돌았다

정처 없는 방랑 속, 사람 냄새나는 인연들

by 알바스 멘탈코치

[잊을 수 없는 나의 아드린느] -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풀어놓은 그 시절 이야기

Chapter3. 그 겨울, 청춘은 위도를 떠돌았다

부제: 정처 없는 방랑 속, 사람 냄새나는 인연들


1995년 겨울이었다. 그땐 참, 앞이 안 보이더라. 대학도 때려치울까 고민 중이었고, 마음은 복잡하고, 그냥 어디든 떠나고 싶었어. 그렇게 정휘랑 둘이 배낭 하나 메고 무작정 길을 나선 거지.

여행이라고 부르기도 뭐 할 만큼 그저 떠돌았지. 그러다 흘러 흘러 전라북도 부안군 격포항에 닿았고, 우린 그


추운 겨울 바닷가에서 위도로 향하기로 했다. 문제는 여비가 없었다는 거. 궁리 끝에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로 했지. 나는 기타를 치며 한껏 목청을 높였고, 정휘는 모자를 들고 사람들 앞에 서기로 했는데...


"해 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마~~안주 버얼파아아안~~" ♪♬


근데 그놈이 수줍음이 많아서 슬그머니 모자를 숨기고는 옆으로 슬금슬금 사라지더라.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야, 너 특공대 갔다 온 거 맞냐? 이렇게 쪽팔려서 어쩌냐?"


그렇게 김 빠진 노래는 끝이 났고, 구경꾼도 없고, 결국 돈 한 푼 못 벌고 위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배에서 내린 우리는 정처 없이 섬을 헤매다 어느 어촌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다. 김 양식하시는 부부였는데, 자식처럼 먹여주고 재워주셨어. 그 덕에 몸도 마음도 좀 녹았다. 아침에 떠날 때는 감사 인사 삼아 배낭에 있던 참치캔이랑 이것저것 챙겨 드렸지.


근데 나와보니 또 막막하더라. 돈도 없고, 갈 길도 없고. 정휘가 말했지.


"이렇게 있을 순 없잖여~ 다시 나가서 돈이라도 구해와야지, 안 그냐잉?"


그래서 남은 돈 털어 한 사람 몫의 뱃삯이랑 소주 한 병을 샀다. 이별주 한 잔 기울이고 정휘는 먼저 섬을 떠났다.


나? 나 혼자 남았지. 기타 하나 둘러메고 그냥 걸었어. 위도면사무소 지나 벌금리로 갔는데, 거기서 좁다란 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 그 끝엔 정금도라는 작은 섬이 보였지. 그 다리를 건너 그 섬에 닿았고, 작은 마을과 정박한 고깃배들 사이를 걷다가 수리 중인 큰 배 하나를 봤다. 30톤쯤 될까, 갑진호라 불리는 배였어.

배 옆에 FRP 천을 붙이는 작업을 하는데, 선장님은 젊은 선원한테 계속 욕을 퍼붓고 있었지.


"앗따양 이 썩을 놈이 그거 하나 못 맞춘다냐잉!"

보다가 내가 나섰다.


"그거 제가 잘라 드릴까요?"

"그라믄 좋지 ~ 좀 도와줄랑가?"


그렇게 작업을 돕기 시작했고, 해 질 무렵까지 같이 했다. 선장님이 맘에 들어 하시더라.



"잘 데 없으면 우리 집에서 자고 내일도 좀 도와줘야 쓰겄는디."


난 기꺼이 그러겠다 했다. 푸짐한 해물 저녁에 민석이란 선원과 한방을 썼지. 얘랑도 금세 친해졌다. 닷새 동안 배를 수리하고, 배 이름도 고딕체로 멋지게 새겨주고, 동네 사람들 배 이름까지 써줬어

.

떠날 때 선장님이 여비까지 챙겨 주셨다. 민석이랑 헤어지며 다음에 성공하면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지. 위도를 떠나 격포로 돌아가는 길, 겨울 바람은 여전히 매서웠지만 마음만은 조금은 든든했어.


그 위도 여행에서 내가 배운 건 이거다. 인생은 결국 혼자 걷는 길이고, 아무리 막막해도 길은 있다는 거. 그때 만난 사람들, 그 따뜻했던 손길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글은 《잊을 수 없는 나의 아드린느》 집필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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