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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골프 Jul 24. 2018

상상하라, 그러면 이루어진다.

잭 니클라우스의 "골프, 마이 웨이"

나는 연습할 때도 매우 정확하고 집중된 상태로 상상하기 전에는 공을 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생생한 영화와도 같습니다. 먼저 공이 도착할 곳을 바라봅니다. 그다음에는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그 상상이 끝나고 나서야 공으로 다가갑니다.


    이상은 1974년에 출간된 20세기 골프 황제라 불리는 잭 니클러스의 ‘골프 마이 웨이’라는 책의 일부이다. 내용을 보면 샷을 하기 전 자신의 샷의 이미지를 그려 보는 프리샷 루틴이 잭 니클러스가 골프 황제가 되는 데 상당히 일조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실제 상상의 세계에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체험을 창조하여 뇌에 그리는 기술은 비단 잭 니클러스뿐 아니라, 각 분야 최고의 선수들이 이미 100여 년 이상 사용해왔던 스포츠 심리기술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캐나다 올림픽대표팀의 99%가 이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할 만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인 것이다.


    잭 니클러스가 했던 방법을 일반 사람들은 흔히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골프 교습가들은 흔히 시각화(visualization)라고 부른다. 그러나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주로 심상(imagery)이라는 용어로 부르는데, 왜냐하면 마음속으로 상상하는 것은 단지 시각적인 것에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상이 효과가 있으려면 자신이 상상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고 상세하게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는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등 얼마나 많은 감각을 동원하였는지, 심지어 그 이미지에 수반되는 감정까지도 잘 사용하였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2000년대 초반 필자는 동경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 영화관에서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다. 영상과 함께 사운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고 바람도 휙하고 나오고 심지어 미세한 물방울과 향기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당시에는 이것이 4D라는 기술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지만 정말 생생하게 영화를 감상한 기억이 난다. 비슷하게 심상에도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다.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청각 등을 활용하면 더욱 생생하게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다. 샷을 하기 전 잭 니클러스처럼 공이 날아가는 모습과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에 덧붙여 임팩트 순간의 짜릿한 손맛, 공이 맞는 소리, 그때의 잔디 내음, 동반자들의 “나이스 샷” 소리까지 상상을 한다면 더욱더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심상을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마음속으로 어떤 경험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기술이라 정의한다.


    심상은 크게 내적 심상과 외적 심상으로 나눌 수 있다. 내적 심상이란 자신이 직접 수행하는 상황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자신의 마음속에 떠올리는 형태이다. 마치 자신의 머리에 고프로를 달고 촬영한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 반면에 외적 심상은 중계 카메라가 자신의 수행 모습을 촬영한 것을 모니터로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적 심상은 자신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므로, 동작을 수행할 때의 느낌인 운동감각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우수 선수들의 경우는 외적 심상보다는 내적 심상을 더 자주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어떤 유형의 심상을 사용하더라도 결과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내적 심상이든 외적 심상이든 자신에게 잘 맞는 심상 유형을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


    그럼 구체적으로 심상을 하게 되면 무엇이 좋다는 것일까? 첫째로 심상은 어떤 기술을 학습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심상은 이전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서 새로운 이미지를 구성 또는 재창조할 수도 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거나, 새로운 전략에 적응할 때나, 심지어는 낯선 환경에 새롭게 적응해야 할 때 매우 유용하다. 캐나다 국가 대표 스키선수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새로운 스키 기술을 도입할 때, 심상 훈련을 한 집단의 성과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매우 뛰어났다는 결과가 있다. 즉, 상상만으로도 기술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뇌에는 거울 뉴런(뇌세포)이라는 것이 있어, 자신이 직접 행동을 하지 않고 그저 남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거나 듣기만 해도 자신이 그 동작을 할 때와 똑같이 반응한다고 한다. 이 거울 뉴런이 심상을 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로 활성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심상을 하는 동안 뇌와 근육에는 실제 동작을 할 때와 매우 유사한 전기 자극이 발생하여 근육의 운동 기억을 강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심상이 실제 훈련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심상훈련과 실제 신체훈련이 병행되었을 때 새로운 기술을 보다 빨리, 정확하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둘째로 기존 수행을 강화하는 데에도 심상은 매우 유용하다. 신체훈련을 하기 전과 후에 심상훈련을 병행하면 수행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신체 훈련만 하면 신체적 피로와 주의 과부하가 유발된다. 이를 보완하고 잘못된 습관을 걸러주는 기능으로 심상이 사용될 수 있다. 특히 부상이 생겨서 신체훈련을 할 수 없는 선수나, 시간이 부족하여 연습을 못하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심상은 맞춤 훈련법이 될 수 있다. 조지 홀이라는 미국 육군 대위가 월남전에서 포로가 되어 6년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로수용소에서 상상만으로 골프를 친 후, 귀환 후 3주 만에 실제 홈 코스에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해냈다고 한다. 심상은 이렇게 무서운 힘이 있다.


    셋째로 심상은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차단하고 자신감과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페어웨이가 좁은 홀의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다고 생각해보자. 왼쪽은 오비, 오른쪽은 해저드다. 동반자의 티샷은 훅이 걸리면서 왼쪽 오비 구역으로 사라졌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이때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 당연히 심상을 해야 한다. 셋업을 하고 공을 보며 실제로 내가 티샷을 하는 상상을 해본다. 정확하게 임팩트가 되었을 때 공이 맞는 손의 느낌을 상상하고, 타구음을 상상하며, 그 공이 페어웨이 가운데로 예쁘게 드로가 걸려 굴러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동반자들의 함성소리까지 상상한다면 금상첨화다. 덧붙여 굿샷을 하고 난 뒤 느끼는 으쓱한 기분까지 상상해보라. 이렇게 하면 좀 전의 불안한 느낌과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사라지고 신체는 이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경기 중 때때로 일어나는 스트레스를 심상을 통하여 해소할 수 있다. 


    쉬워 보이지만 실제 상황에서 심상을 적절히 잘 써먹으려면 평소 미리 연습을 해두어야 한다. 처음에는 상상하는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마다 심상 능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간단하고 익숙한 것부터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연습을 자주 해본다. 이를테면 자신의 집 거실이나 서재, 직장의 사무실 등 어떤 것이라도 좋다. 아내나 부모님 등 가족의 얼굴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다. 되도록이면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그려보도록 노력해보라. 이때 소리, 향기, 부드러움 등의 촉각까지도 곁들여 상상해본다. 


    이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골프 기술 중 간단한 기술을 상상해 보라. 그리고 난 후 점점 복잡한 기술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골프장에서 실제로 라운드 하는 모습까지 상상해 본다. 조지 홀 대위처럼 매일 한 라운드씩 상상 속의 라운드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면, 심상이라는 어마어마한 기술이 내 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상상하라, 그러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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