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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골프 Jul 30. 2018

심리기술의 종합 선물세트,  
프리 샷 루틴


퍼팅 그린 30야드 전방에서부터 전체 그린의 경사를 보며 그린에 올라섰다. 자신의 공 뒤에 마크를 한 후, 공을 집어 들어 옆에 있던 캐디에게 건네준 뒤 시계 방향으로 홀 반대쪽으로 경사를 보며 천천히 이동해 홀 반대쪽에 도착했다. 홀로부터 약 5야드 지점에 앉아 그린의 브레이크를 꼼꼼히 확인한 후 다시 시계방향으로 돌아서 공 쪽으로 다가서며 캐디에게 공을 건네받는다. 공을 오른손에 든 채 볼 마커 뒤쪽으로 가서 앉아서 다시 그린의 브레이크 확인하고, 공의 라인을 맞추며 공을 놓고 볼 마커를 집어 든다. 공 뒤쪽으로 한 걸음 물러선 그는 이번엔 선채로 그린 경사를 다시 확인한 후 공으로 다가서서 공 옆쪽에서 연습 스윙을 두 번 한다. 공을 향해 다가서곤 클럽 페이스를 먼저 정렬하고 양발을 움직여 셋업을 한다.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돌려 홀을 확인하고 공을 응시했다가 다시 마지막으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홀을 확인한 후 곧바로 퍼팅을 한다.


    위의 글은 현역 세계 최정상급 선수 중 한 명인 박인비 선수의 퍼팅 전 행동 순서이다. 박인비 선수는 퍼팅을 할 때마다 매번 이러한 행동을 일관되게 반복한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프리 샷 루틴(pre-shot routine)”이라 부른다. 루틴은 원래 일상생활에서 특정 시간에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일련의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스포츠 상황에서의 루틴은 선수들이 최상의 운동 수행에 요구되는 최적의 신체적-심리적 상태를 만들기 위해 습관적으로 행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행동 및 인지 절차를 말한다. 즉, 루틴은 선수의 전반적인 심리 상태와 수행력을 향상하는 대표적인 심리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쉽게 관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프리 샷 루틴은 행동 루틴이다. 행동 루틴은 골퍼들이 행하는 행동들이 포함되며, 여기에는 몸을 푸는 동작, 신체를 이완시키는 동작, 연습 스윙, 신체를 정렬하는 동작, 표적을 응시하는 동작과 같은 행동들이 있다. 이러한 행동 루틴을 통해 골퍼들은 실제 샷에 필요한 운동감각을 활성화시켜 의식적인 자각 없이 샷을 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소개한 박인비 선수가 보여준 일련의 퍼팅 절차가 바로 행동 루틴이다.


    행동 루틴 외에도 프리샷 루틴에는 겉으로는 잘 관찰되지 않는 인지 루틴도 있다. 인지 루틴에는 주의집중, 심상, 이완, 혼잣말(self talk), 불안 조절, 감정조절, 사고 조절 등 스포츠심리학에서 다루는 거의 모든 심리기술 요소들이 포함된다. 티샷을 하기 전 연습 스윙을 하는 것은 행동 루틴에 속하지만, 연습 스윙 후 공 뒤에 서서 공이 날아가 떨어지는 궤적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심상은 인지 루틴에 해당된다. 선수들은 인지 루틴을 통해 실제 샷을 할 때 자신의 심리를 최적의 상태를 만든다. 일반 골퍼들은 박인비 선수의 행동 루틴은 관찰할 수

있지만 박인비 선수가 어떠한 인지 루틴을 사용하는지는 관찰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프리 샷 루틴을 행동 루틴으로만 알고 인지 루틴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프리샷 루틴을 지도할 때는 행동 루틴뿐 아니라 인지 루틴을 설계하고 연습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프리샷 루틴은 선수들의 수행 향상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 먼저 루틴은 무아지경에서 실제 스윙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동작을 진행하는 것에 신경 쓰다 보면 플레이 중간중간 잡념이 끼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골프 스윙을 걱정이나 불안 없이 무의식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둘째 루틴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주의를 모아 플레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플레이가 쉴 새 없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골프는 샷과 샷 사이의 시간이 매우 긴 운동이다. 플레이 중간중간 휴지기간에 주의를 계속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루틴이 이러한 흐트러진 주의를 다시 모으는데 효과적이다. 셋째 루틴은 일종의 체크리스트이자 예열 과정으로 완벽한 샷을 하기 위해 신체를 준비하게 해준다. 프리샷 루틴을 하는 동안 신체가 이완될 뿐 아니라 이미 익힌 동작들을 보다 쉽게 끄집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 PGA 투어와 시니어투어에서 활약 중인 1992년 마스터스 챔피언 프레드 커플스의 경우, 시합을 하기 위해 골프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자신만의 루틴이 시작된다고 한다. 즉, 골프장에 도착한 후 연습장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공을 친 뒤 연습그린 주변으로 이동해 칩샷과 벙커샷을 하고 마지막으로 일정한 거리에서의 퍼팅 연습을 마치고 첫 번째 홀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이 루틴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골퍼였던 그는 이미 경험적으로 프리샷 루틴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선수뿐 아니라 어느 정도 기술 숙달이 되어있는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프리샷 루틴은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자신만의 프리샷 루틴을 만들 때에는 기술 수준과 멘탈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루틴 요소를 집어넣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마추어 골퍼는 프로골퍼에 비해 몸의 정렬을 정확히 잘 못하는 편인데, 이럴 경우 루틴에 정렬을 위한 동작을 좀 세분화하여 넣는 식이다. 또 쉽게 화를 잘 내는 골퍼라면 클럽을 빼어 드는 순간부터 루틴 요소들 사이에 심호흡을 추가함으로써 흥분을 가라앉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상적인 프리샷 루틴의 순서와 시간은 없으며, 개인에 따라 다양한 루틴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프리샷 루틴은 진행에 걸리는 시간이 일정해야 하며 행동 순서 역시 일관되게 실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며 일단 프리 샷 루틴이 만들어지면 가능한 그 루틴을 바꾸지 않고 꾸준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선수들의 루틴을 직접 초시계로 재면서 일관성을 평가하기도 한다.


    프리샷 루틴을 자동적으로 실행하고 또 실전에서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단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루틴을 구상하는 것만으로는 루틴을 실전에서 적용하기 어렵다. 루틴은 지속적인 훈련과 그 훈련의 결과를 피드백해 줄 수 있는 스포츠 심리학자의 지도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 전문적이고 복잡한 루틴 대신 아래처럼 간단한 자신만의 행동 루틴을 만들어 연습장에서 반복을 통해 익혀 볼 것을 권한다. 한 시간 동안 200개의 공을, 밀린 숙제 하듯이 치는 것보다 적은 수의 공이라도 올바른 루틴을 실행하면서 치는 것이 실력 향상에는 더 효과적이다.


1. 매트에 공이 올라오면 뒤쪽으로 물러서서 공을 떨어뜨릴 곳을 확인한다. 이때 매트가 놓인 방향 말고 목표를 샷할 때마다 계속 바꾸어주는 것이 좋다.


2. 공이 예쁘게 날아가는 궤적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3. 심호흡을 하면서 공에 다가서, 왼손으로 클럽 페이스를 먼저 목표 방향으로 정렬한다.


4. 오른손을 잡으며 양발을 셋업 한다.


5. 고개를 목표 방향으로 돌려 목표를 확인한다. 이때 다음처럼 혼잣말을 해도 좋다. “좋아, 예쁘게 드로우가 나는 거야”


6. 공을 바라보고, ‘테이크어웨이를 길게’(스윙 큐:개개인마다 모두 다르며, 스윙에 대한 한 가지 생각만 하는 것이 좋다)라는 생각만 하며 테이크어웨이를 시작한다.


7. "구욷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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