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멘탈리스트 Jan 01. 2024

결국 문제는 문해력이야

문해력이 대화에 미치는 영향

온라인에서 MZ문해력 논란의 불씨를 지핀 유명한 짤.


MZ 세대의 문해력에 대한 논란이 한동안 뜨거웠다. 사실 MZ세대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문해력 논란은 갑자기 생긴 현상이라기보다는 세대를 거쳐 더욱 심해지고 있는 추세였던 것 같다. 80년대 생인 나의 주변만 보아도 한자를 배우긴 했으나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자에서 기인한 단어들을 실제생활에서도 많이 쓰는 우리말의 특성상 더 어린 세대들이 어려운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은 꽤나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특히 온라인 매체가 발달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도드라지는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자면 영상미디어는 TV나 비디오가 거의 전부였고, 인터넷은 중학교 진학 후에 활성화되었더랬다. 자연스레 집에서는 아버지가 보던 신문을 접했었다. 신문에는 그때만 해도 여전히 주요 단어들에 한자로 표기된 기사들이 많았었다. 비단 한자뿐만 아니라 표현들도 아무래도 신문에는 어려운 단어들이 많아서 자연스레 아버지께 여쭈어보기도 하고 찾아보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단어들을 익혀왔다. 취미나 관심사에 대한 정보들도 영상매체들 보다는 주간지나 월간지 등으로 접하다 보니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곧 읽는다는 것을 의미했었다. 모든 게 바뀌었다. 최근에는 관심상품이나 물건 사용법, 행정처리 방법 등 모든 것을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대부분의 정보를 영상매체로 접하는 시대가 되었다. 


활자정보와 영상정보의 가장 큰 차이는 정보의 섭취과정이다. 활자로 주어진 정보는 머릿속에서 곱씹음며 소화화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에 반해 영상정보는 주어진 화면의 이미지를 그대로 섭취하여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 과정에서 활자정보에 비해 꽤 많은 과정이 생략된다. 단어들의 조합을 입력해서 표면적인 의미와 숨은 뜻을 유추하며 이해하는 과정이 장면마다 생략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매 순간, 매일, 심하게는 1년 내내 계속되는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시간들의 결과로 세대 간에 언어와 이해의 균열이 심해져 와서 이제는 현실에서 그 차이를 느끼는 시대가 되었다. 


면접을 진행하면서, 혹은 젊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도 실제로 이런 부분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운영하고 있는 카페 영업 마감 후 직원들을 집에 데려다주면서 있었던 일이다. 

나 : "오늘 날씨가 안 좋았는데 그래도 매출 선방했네!" 

직원 : "선방이 뭐예요?"

순간 적잖이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안 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아~ 날씨가 안 좋았는데도 매출 방어 잘 해내었다는 말이야"


이런 일들을 꽤 여러 번 겪으면서 면접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글이지만 이 주제에 관해서는 꼭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해 왔었다. 면접에서도,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이다. 싫으나 좋으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여러 세대가 겹쳐서 생활한다. 일상대화에서도 우리가 특별히 유식한 척을 하느라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 대해서 다른 세대가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이해하게 되는 세상에서는 더 이상 같은 상황이 같은 상황일 수 없다. 이런 일들은 면접에서도 꽤 빈번하게 일어난다. 다만, 면접에서 일어나는 문해력의 문제는 어려운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라기보다는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이직의 주된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을 때에는 여러 가지 의도가 존재한다. 단순히 면접자의 이직의 이유가 궁금한 것이 아닐 텐데 실제로 이직사유만을 늘어놓는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너무나 명백하다. 묻는 말에 정확히 대답했기 때문에 문제없는 답변이라고 볼 수 있을까? 면접이라는 맥락에서 이직의 이유를 물을 때는 그 질문을 통해 1. 면접자가 과연 이직 후에는 오래 다닐지, 2. 문제에 봉착했을 때 쉽게 포기하는지?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는지 3.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떨지 등등을 유추해 보기 위함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싫으나 좋으나 사회에는 다양한 세대가 존재하고, 불행히도 면접을 진행하는 면접관들은 대부분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거나, 여러분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더 높은 사람들이다. 젊은 세대 내에서도 그런 이해력이 더 높은 사람을 선별해서 채용하기 위한 과정으로 면접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시대가 아무리 변한다 해도 바뀌기 어려운 사실 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요즈음의 사회를 겪으면서 이에 대한 답을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본다.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독서이다. 꼭 어려운 책이나 자기 계발서 같은 재미없는 책이 아니어도 좋다. 문학서적, 심지어는 잡지책도 좋다고 생각한다. 활자로 된 정보들을 많이 접하면서 그 정보를 나의 뇌라는 시스템을 활용해서 처리하는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자연스레 점차 좋아질 것이라 장담한다. 

 두 번째는 타인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다. 뜬금없이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공감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면접뿐 아니라 어떤 곳에서 누구와 대화하건 대화란 것은 쌍방의 소통과정이다. 내 감정과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줄줄이 늘어놓는 것을 대화라 할 수 없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해야만 그 에 대한 이야기도 진심으로 나눌 수 있는 법인데, 이를 위해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선제되어야 한다. 


분초사회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치열하고 바쁜 사회인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오히려 우리에게 더 천천히 기본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글을 읽어보는 시간을 꼭 내어보자. 서로 더 공감하고 이해하는 따듯한 마음의 문해력이 높아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이전 06화 면접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