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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내 부동산 자산투자의 허와 실

‘갭’이 만든 착시와 구조적 한계

by sonobol





국내 부동산 자산투자의 허와 실


‘갭’이 만든 착시와 구조적 한계


Ⅰ. 서론: 한국 부동산의 비정상적 신화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일종의 국민적 신앙체계다.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은 수십 년간 자산 증식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 현재, 이 신화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금리, 인구, 유동성, 수급, 심리—all이 역방향으로 작동한다.

이제 부동산은 ‘불패신화’가 아니라 거대한 착시의 산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 핵심에는 전세와 매매가격의 괴리(갭)가 있다.

7년간 전세는 40% 상승했지만, 매매 호가는 123% 급등했다.

실거래가보다 높은 호가 중심의 시장,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가격,

그리고 전세보증금이라는 파생부채가 누적되면서 한국 부동산은

‘유동성 함정형 자산시장’으로 진입했다.


Ⅱ. 갭투자의 본질: 레버리지에 의존한 가격 착시


1. 구조


한국의 부동산 상승은 실질소득 증가보다 레버리지 확장에서 비롯됐다.

저금리·완화적 대출 규제 시기(2016~2021)에

“전세 끼고 사는 갭투자”가 유행했다.

투자자는 자기 자본 10억, 대출 6억, 전세보증금 10억으로 실질 26억 자산을 지렛대로 보유한다.

이 모델은 자산가격 상승기에 폭발적인 수익률을 만든다. 그러나 가격이 정체되거나 하락할 때 손실이 증폭된다. 이 구조가 지금 무너지고 있다.


2. 착시의 수학


전세가 18억, 매매가 33억 일 때 갭은 15억.


매수자는 대출 6억을 받으면 자기 자본 9억이 필요하다.


월 이자만 200만 원, 원리금 360만 원.


연간 유지비·세금 포함 4천만 원 이상 손실.


이때 매매가격이 10% 하락하면 손실액은 3.3억,

자기 자본 대비 -36% 손실이다.

주식이었다면 ‘고위험 투기’로 분류될 수준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구조가 ‘일상화’되어 있다.


Ⅲ. 거래절벽과 ‘가격의 실종’


한국의 부동산 통계는 ‘거래가 없는 가격’을 반영한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는 연 2건 이하.

매매 호가는 여전히 30억 이상을 부르지만,

실제 거래는 22~24억대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통계상 평균가격은 유지되지만,

시장 기능은 사실상 정지되어 있다.


이는 유동성 부족, 세금 부담, 심리적 버팀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매도자는 “이 가격 이하로 팔 수 없다”라고 버티고,

매수자는 “이 가격에 살 수 없다”라고 물러선다.

결과적으로 가격 발견 기능이 사라진 시장,

즉 ‘거래 절벽 시장’이 형성된다.


이 현상은 강남 뿐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지방 아파트는 이미 20~30% 하락했지만,

여전히 거래는 드물다.

이는 가격 하락의 초기 국면이 아니라

구조적 수축의 서막일 수 있다.


Ⅳ. 인구구조와 수요의 붕괴


부동산 시장의 가장 근본적 변수는 인구와 세대구조다.

2024년 한국의 30~40대 인구는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 세대는 주택 구매의 핵심층이다.

즉 실수요 기반이 줄어드는 것이다.


2030년까지 30대 인구는 약 100만 명 감소 전망.


전국 가구 수 증가율은 0%대 진입.


미혼율 상승, 출산율 0.6명대 고착.


이는 주택 수요의 장기적 축소를 의미한다.

한편 고령층은 자산 비중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상속·의료비·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향후 10~20년간 매도 압력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는 줄고, 공급은 고착화된 상태에서

가격 방어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Ⅴ. 전세제도의 구조적 붕괴


1. 전세의 본질


전세는 한국 특유의 금융 시스템이다.

임차인이 목돈을 맡기고, 집주인은 그 자금을 활용해

추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대출을 상환한다.

즉 임차인의 자금이 곧 집주인의 레버리지였다.


2. 붕괴의 조짐


금리 상승기에는 이 구조가 한계에 부딪힌다.

새로운 세입자가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로 이동하면,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유동성이 부족해진다.

이는 ‘깡통전세’와 ‘보증사고’로 현실화되고 있다.


2024년 하반기 기준,


보증사고 누적액 7조 원 돌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지급액 사상 최대치,


지방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전세가율 80% 이상.


전세는 더 이상 금융자산이 아니라 부채 리스크로 전환됐다.


Ⅵ. 금리와 유동성의 역전


부동산은 금리에 가장 민감한 자산이다.

2021년 0.5%였던 기준금리는 2023년 3.5%로 상승했다.

금리 3% p 상승은 주택 구매력 약 25% 하락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대출 이자 부담이 아니라

가격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 1% 상승 → 대출 상환액 연 10% 증가.


투자 수익률이 기대 수준을 하회 → 자산 재조정 발생.


고금리 지속 → 부동산→예금→채권 자금 이동.


2025년 현재,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이미 투자 심리는 식었다.

유동성 공급이 일시적으로 회복되어도

투자자들은 과거만큼 공격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신용 팽창기의 끝이기 때문이다.


Ⅶ. 세금·정책 리스크


보유세: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재산세·종부세 부담 지속.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 완화에도 거래 활성화 미미.


임대사업자 제도: 축소 후 임대시장 혼란 가중.


정부의 정책 기조는 과거처럼 “집값 부양”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을 더 이상 ‘성장 동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Ⅷ. 해외 사례의 부적합성


많은 이들이 미국·일본 사례를 단순 비교하지만,

한국 부동산의 갭 구조는 세계적으로 특이하다.


미국: 전세 개념 부재, 임대료 수익률이 매매가 대비 5~7%.


일본: 거품기 이후 실거래 기반의 가격조정 완료.


한국: 실거래 미비, 임대보증금 중심 자금순환,

수익률 1~2%대의 비효율 구조.


따라서 한국 시장은 단순한 “국제비교”가 불가능하다.

내수적 특수성—전세금, 대출 규제, 심리 의존도가

결정적 변수이기 때문이다.


Ⅸ. 부동산이 여전히 매력적인가?


1. 실거주 목적


물가상승기에도 주거 안정 자산으로서 의미는 남아 있다.

다만 “투자수단으로써의 부동산”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금흐름이 음수이고, 유동성이 낮으며,

세금·금리·인구 변수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


2. 투자수익률 비교


자산 / 평균 수익률 / 리스크 수준 / 유동성 주식(코스피) / 6~8% / 높음 / 높음

채권(국채) / 3~4% / 낮음 / 높음

부동산(주택)/ 실질 1~2% / 중간 / 낮음

리츠 / 5~7% / 중간 / 중간


2024년 기준, 부동산의 기대 수익률은 금융자산 대비 열위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아닌 ‘현금흐름 기반’ 접근 없이는

투자로서 설득력을 잃는다.


Ⅹ. 미래 시나리오: 가격 조정의 세 단계


1단계 – 거래절벽

거래량 급감, 호가 유지, 실거래 하락 시작(2023~2025).


2단계 – 가격 하향안정

전세가 회복 없고, 금리 완화에도 반등 제한(2026~2028).


3단계 – 구조적 전환

수익형 부동산·리츠·토큰화 자산으로 이동(2030 이후).


과거 일본의 자산버블 붕괴도 이와 유사했다.

버블이 무너진 뒤 시장은 거래기반 자산시장으로 재편됐다.

한국 역시 동일한 궤도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XI. 부동산의 ‘실(實)’ – 남은 가치는 무엇인가


실거주 안정성

주거비 절감과 심리적 안정이라는 비금전적 가치.


장기 인플레이션 헤지

명목가격 유지력은 여전히 존재.


도심 핵심지 제한적 희소성

업무·교육·교통 중심지 일부 지역은 수요 유지.


그러나 이 모든 가치도 가격이 합리적일 때만 유효하다.

지금의 호가 수준은 실거주 가치 대비 과도하다.

즉, 부동산의 ‘실’은 남아 있지만,

‘허’가 너무 커져 시장 전체를 왜곡한다.


XII. 결론: 갭의 붕괴, 자산 인식의 전환


한국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조정기가 아니다.

레버리지 신화가 끝나가는 구조적 전환기다.

전세보증, 저금리, 인구팽창이라는 삼박자가

가격 상승을 지탱해 왔지만, 그 모든 토대가 약화됐다.


지금의 ‘33억 호가’는 과거의 ‘21억 현실’과 다르다.

전세보증금이 줄고, 대출이 제한되고, 실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호가 상승은 단순한 착시다.


투자자는 더 이상 “집값 상승”이 아니라

“유동성 유지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은 수익형 실물자산으로 재정의되어야 하며,

그 외 형태의 투자 특히 갭투자는

21세기형 ‘부채 레버리지 게임’에 불과하다.


결국 부동산은 살 집이지, 불릴 돈이 아니다.

한국 부동산 자산투자의 허상은 갭이 만든 거품이며,

이 거품이 빠져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시장의 정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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