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하지만 물과 전기를 마신다

by sonobol




AI 산업을 둘러싼 논의는 대부분 생산성, 효율, 그리고 돈으로 귀결된다. 더 빠른 모델, 더 많은 투자, 더 큰 시장.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비용은 달러가 아니라 훨씬 더 근본적인 자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바로 물과 전기다.


AI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모든 생수보다 더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데이터 센터에서 작동하는 AI 칩은 막대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식히기 위해 대규모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물은 증발하며, 다시 지역의 수자원 순환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즉, 지역 사회가 영구적으로 잃어버리는 물이다.


이 문제는 이론적인 환경 논쟁이 아니다. 실제로 물은 유한한 자원이며,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부족하다.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는 순간, 그 지역의 주민, 농업, 산업은 동일한 물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기술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는 더 많은 자원을 가져가고 누군가는 덜 쓰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전력 문제는 더 직접적이다. AI의 에너지 소비량은 이미 하나의 국가 수준이다. AI를 국가로 간주하면 전 세계 전력 소비 순위 약 25위에 해당하며, 이는 수천만 명이 사는 중견 국가보다 높은 수치다. 미국이 향후 몇 년 내 수십 기가와트 규모의 전력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하면, AI는 기존 인프라 위에 얹힌 ‘추가 수요’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압박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빅테크 기업들이 이 비용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 공시는 제각각이고, 비교도 어렵다. 특히 아마존처럼 데이터 센터의 물과 전력 사용에 대해 거의 아무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이는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공개하고 싶지 않은 비용이 존재한다는 신호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비용을 숨길 수 없다는 점이다. 데이터 센터는 어느 순간 지역 사회의 반대에 부딪히고, 물 사용 제한과 전력 규제는 강화된다. 자본과 기술이 있어도, 물과 전기가 없다면 더 이상 확장할 수 없다. 이는 수익성이나 기술 경쟁력과는 별개의, 물리적인 한계다.


AI의 미래는 단순히 모델 성능이나 투자 규모로 결정되지 않는다. 결국 관건은 “이 정도 규모의 AI를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물과 전기는 무한하지 않다. 지금처럼 속도와 규모만을 우선시한다면, AI 산업은 스스로 만든 제약에 의해 멈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현실을 앞서갈 수 있지만, 물리 법칙을 넘어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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