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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시대의 건강 패러독스

'정상'이라는 착각과 '과잉'이라는 함정 사이에서

by sonobol





어느덧 2025년 올해도 반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이글의 맥락처럼 필자도 7월 초 종합병원에서 자의적 건강 중간점검 실시합니다.




이 글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건강에 대해 가지는 두 가지 극단적인 태도, 즉 '정상'이라는 말에 안주하는 '소극적 방치'와 불필요한 불안감으로 인한 '과잉 진료'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진정으로 건강한 장수를 누리기 위한 바람직한 길을 제시하는 종합 분석 칼럼을 작성하겠습니다.


서론: 백세 시대의 건강 패러독스 - '정상'이라는 착각과 '과잉'이라는 함정 사이에서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긴 수명을 누리는 '백세 시대'의 문을 열었다. 첨단 의학 기술의 발전은 과거에는 속수무책이었던 질병들을 정복하고 있으며, 우리는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내 몸의 상태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아이러니한 '건강 패러독스'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 혼란은 두 가지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정상'이라는 지표에 안주하는 소극적 건강 관리의 착각이다. 수많은 현대인들은 1년에 한 번 받는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정상' 혹은 '경계'라는 단어를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다음 검진까지 1년간 자신의 건강을 사실상 방치한다. 그들은 '정상'이라는 딱지가 앞으로의 건강을 보증하는 면죄부라도 되는 양, 자신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지 않고 잠재적인 위험 신호를 무시한다.


둘째는 건강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이 초래하는 '과잉 진료'의 함정이다. 인터넷과 미디어에 넘쳐나는 온갖 건강 정보는 우리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든다. 사소한 증상 하나에도 '혹시 큰 병은 아닐까?' 하는 건강염려증(Cyberchondria)에 시달리며,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를 반복하는 '의료 쇼핑'에 나선다. 이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자원을 소모시킬 뿐만 아니라, 때로는 무해한 소견을 병으로 오인하여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되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결국 현대인들은 '무지에서 오는 방심'과 '과도한 정보에서 오는 불안'이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분석은 먼저 '정상'이라는 개념의 허구성과 소극적 건강 관리의 위험성을 심층적으로 파헤칠 것이다. 이어서 과잉 진료가 만연하게 된 사회적 배경과 그 폐해를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 함정을 모두 피하고 '나'라는 고유한 존재에 최적화된 건강을 평생에 걸쳐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해 나가는 '현명한 건강 주권자'가 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Lifespan)을 넘어, 생의 마지막까지 활기차고 건강하게 사는 삶(Healthspan)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청사진이 될 것이다.


제1부: '정상'이라는 이름의 신기루 - 소극적 건강 관리의 위험성
현대 의학의 상징과도 같은 연례 건강검진은 질병의 조기 발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정상'이라는 안일함의 늪에 빠뜨리는 주범이 되기도 했다. 건강검진 결과표에 찍힌 '정상'이라는 두 글자는 마치 자동차 정기 검사에서 '합격' 도장을 받은 것과 같은 심리적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우리 몸은 기계가 아니며, 건강은 합격/불합격으로 나눌 수 있는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다.


1.1. 건강검진의 한계: 스냅샷은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받는 건강검진은 특정 시점의 내 몸 상태를 보여주는 한 장의 '스냅샷(Snapshot)'에 불과하다. 이는 어제 야식을 먹었는지, 어젯밤 잠을 설쳤는지, 검사 직전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 내 몸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의 전체적인 흐름, 즉 '영화(Movie)'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정상' 범위의 통계적 허점: 건강검진의 '정상' 범위는 특정 인구 집단의 측정값을 모아 상위 2.5%와 하위 2.5%를 제외한 나머지 95%를 기준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의학적 최적 상태(Optimal)가 아닌, 통계적 평균(Average)에 불과하다. 만약 한 사회의 평균적인 식습관이 나쁘고 운동량이 부족하다면, 그 사회의 '정상' 콜레스테롤 수치나 혈당 수치는 이미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기준으로 설정될 수 있다. 즉, '정상'이라는 것은 '평균적인 사람들만큼은 건강하다'는 뜻일 뿐, '당신은 최적의 건강 상태에 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 질병의 '절벽 모델(Cliff-Edge Model)': 현재의 주류 의학은 대부분 '질병 중심' 모델에 기반한다. 이는 혈압, 혈당 등의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 '비정상'이라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특별한 개입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공복 혈당이 125mg/dL까지는 '정상' 또는 '당뇨 전단계'로 간주되다가, 126mg/dL이 되는 순간 '당뇨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하지만 125와 126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대사 기능의 손상은 이미 수년, 혹은 수십 년 전부터 소리 없이 진행되어 온 결과일 뿐이다. '정상'이라는 판정은 이 점진적인 악화 과정을 완전히 간과하게 만든다.


1.2. 소리 없는 살인자, 만성질환의 배양기
'정상'이라는 착각이 가장 치명적인 이유는 암, 당뇨, 심혈관질환, 치매와 같은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인 만성질환의 특성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이들 질병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잘못된 생활 습관과 환경 요인이 축적되어 발현된다.
* 기회의 창을 놓치다: 내 몸의 대사 기능이 서서히 망가지고, 염증 수치가 조금씩 올라가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는 과정은 '정상'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 시기는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질병의 진행을 막거나 심지어 되돌릴 수 있는 '기회의 창'이다. 그러나 '정상'이라는 결과에 만족한 우리는 이 황금 같은 시기를 놓치고 만다. 마치 자동차 엔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지만 경고등이 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운전하다가 결국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춰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 잘못된 생활 습관의 강화: "나는 매일 술을 마시고 운동도 안 하지만, 검사 결과는 정상이니 괜찮아." 이러한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정상'이라는 결과는 해로운 생활 습관을 지속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믿음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건강을 갉아먹는 행위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하며, 나쁜 습관의 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결국 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많으며, 그때부터는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약물이나 수술과 같은 본격적인 의료 개입에 의존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정상'이라는 지표에 의존하는 소극적 건강 관리는 백세 시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복병 중 하나다. 이는 질병의 근본 원인을 외면하고 증상 관리에만 치중하게 만들며, 우리 스스로 건강의 주인이 될 기회를 박탈한다. 진정한 의미의 건강은 '비정상'이 아닌 상태가 아니라, 내 몸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최적의 활력을 유지하는 상태임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제2부: 과잉 진료의 늪 - 불안이 키우는 의료 낭비
'정상'이라는 말에 안주하는 태만의 반대편에는, 건강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이 만들어내는 '과잉 진료'라는 또 다른 함정이 존재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들은 사소한 신체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스스로를 '잠재적 환자'로 규정하고 불필요한 의료 행위의 악순환에 빠져든다.


2.1. '닥터 구글'의 시대와 건강염려증의 확산
과거에는 의학 정보가 의사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누구나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 접근성의 향상은 환자의 알 권리를 신장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 정보의 홍수와 선택적 편향: 인터넷에 떠도는 건강 정보는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왜곡된 경우가 많다. 특히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정보일수록 더 쉽게 눈에 띈다. 사람들은 자신의 증상과 일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예를 들어 단순한 두통을 뇌종양의 전조 증상으로 연결하는 정보에 더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확증 편향'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합리적인 판단을 마비시킨다.
* 사이버콘드리아(Cyberchondria)의 등장: 이는 인터넷(Cyber)과 건강염려증(Hypochondria)의 합성어로, 인터넷에서 의학 정보를 검색하며 자신의 건강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고 불안해하는 현상을 말한다. '닥터 구글'에게 자가 진단을 받은 이들은 실제 의사의 진단보다 인터넷 정보를 더 신뢰하기도 하며, "나는 분명히 무슨 병에 걸렸을 텐데, 의사가 못 찾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에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 쇼핑'을 시작하게 된다.


2.2. 과잉 검사의 악순환과 '우연종(Incidentaloma)'의 저주
불안감에 휩싸인 환자는 의사에게 더 많은, 더 정밀한 검사를 요구하게 된다. CT, MRI, PET-CT 등 첨단 영상 장비의 발달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우리 몸속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지만, 이는 동시에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를 낳았다.
* 검사가 또 다른 검사를 낳는다: 하나의 검사에서 무언가 애매한 소견이 나오면,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또 다른, 더 침습적이거나 비싼 검사로 이어지는 '검사 연쇄(Test Cascade)'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 초음파에서 발견된 작은 간 낭종은 대부분 무해하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해 CT를 찍고, CT에서도 명확하지 않으면 MRI를 찍거나 심지어 조직검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엄청난 심리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겪게 된다.
* '우연종(Incidentaloma)'의 발견: 이는 원래의 검사 목적과 상관없이 '우연히 발견된 종양이나 이상 소견'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허리 통증으로 복부 CT를 찍었다가 부신(Adrenal Gland)에서 작은 혹이 발견되는 경우다. 이러한 우연종의 대다수는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양성' 혹은 '비기능성' 소견이다. 하지만 일단 '혹'이라는 단어를 듣게 된 환자는 극심한 암 공포에 시달리게 되며, 이는 불필요한 추가 검사나 심지어 예방적 수술로까지 이어져 환자에게 실질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2.3. 과잉 치료의 폐해: 몸과 마음, 지갑의 삼중고
과잉 진료는 결국 과잉 치료로 이어진다. 이는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격으로, 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 신체적 위험: 모든 의료 행위에는 위험이 따른다. 불필요한 약물 처방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며, 불필요한 수술은 감염, 출혈, 마취 사고 등의 합병증 위험을 동반한다. 갑상선암의 과잉 진단 및 수술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천천히 자라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하는 것이 과연 환자에게 이득인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정신적 고통과 삶의 질 저하: 한번 환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감시하고, 사소한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건강을 해치는 악순환을 만든다. 건강하게 살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 사회적 비용 증가: 과잉 진료는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넘어, 국가 전체의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한정된 의료 자원이 정작 치료가 꼭 필요한 중증 환자가 아닌,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에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건강에 대한 맹목적인 불안과 집착이 만들어내는 과잉 진료의 늪은, '정상'이라는 착각 못지않게 우리의 건강한 백세 라이프를 위협하는 거대한 함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양극단을 피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제3부: 새로운 건강 패러다임 - '내 몸의 CEO'로 사는 법
'정상'이라는 방심과 '과잉'이라는 불안의 함정을 넘어, 진정으로 건강한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수동적으로 의사의 판정을 기다리는 '환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내 삶과 건강의 모든 측면을 총괄하는 '내 몸의 CEO'로서 능동적인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 '헬스 3.0'은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들로 구성된다.


3.1. 마음가짐의 전환: '질병 없음'에서 '최적의 활력'으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건강의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 수명(Lifespan) vs. 건강수명(Healthspan):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100세까지 살더라도 마지막 20년을 질병과 싸우며 병상에 누워 지낸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닌 재앙일 수 있다. 우리의 목표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신체적, 정신적으로 독립적이고 활기찬 삶을 영위하는 기간, 즉 '건강수명'을 '수명'과 최대한 일치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 Reactive Care vs. Proactive Care: 질병이 발생한 후에야 대응하는 '사후 대응적(Reactive)' 관리에서 벗어나, 질병의 싹이 트기 전에 근본 원인을 찾아 예방하는 '사전 예방적(Proactive)'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내 몸의 미세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감지하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미세조정(Fine-tuning)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3.2. 건강 관리의 툴킷: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접근
'내 몸의 CEO'는 직감이나 유행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를 위한 현대적인 도구들은 다음과 같다.
* 1. 표준 검진을 넘어서는 심층 데이터 확보:
* 기능의학(Functional Medicine) 검사: 표준 혈액검사가 질병 유무를 판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기능의학 검사는 '최적의 기능'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만성 피로의 원인을 찾기 위해 타액 호르몬 검사로 부신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하거나, 장내 미생물 검사로 장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모발 미네랄 검사로 중금속 축적이나 필수 미네랄 결핍을 확인하는 식이다. 이는 '정상' 범위 안에 있더라도 기능적으로는 저하된 부분을 찾아내어 선제적으로 교정할 기회를 제공한다.
* 웨어러블 기기의 활용: 스마트워치, 스마트링(오우라 링 등)은 이제 단순한 만보기나 시계가 아니다. 이들은 수면의 단계와 질, 심박변이도(HRV, 스트레스 및 회복력 지표),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을 24시간 내내 추적하여 내 몸의 동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강력한 도구다. 매일 아침 나의 수면 점수와 HRV를 확인하는 것은, 간밤에 내 몸이 얼마나 잘 회복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일일 보고서를 받는 것과 같다.
* 연속혈당측정기(CGM)의 대중화: 과거 당뇨 환자의 전유물이었던 연속혈당측정기는 이제 건강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CGM을 통해 내가 먹는 음식이 내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건강식이라고 생각했던 현미밥이나 고구마가 내 혈당을 급격히 치솟게 만드는구나"와 같은 'N-of-1(나 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식단을 개인에게 최적화하는 데 결정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
* 2. 'N-of-1' 사고방식: 나만의 건강 공식을 찾아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건강 공식은 없다. 내 몸은 유전적 배경, 생활환경, 장내 미생물 구성 등이 모두 다른 고유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CEO로서 나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만의 설명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 개인화된 실험: "카페인이 내 수면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녁 식사를 7시 이전에 마쳤을 때와 9시에 마쳤을 때, 다음 날 아침 컨디션은 어떻게 다를까? 일주일에 3번 근력 운동을 추가했을 때, 내 HRV는 어떻게 변할까?"와 같은 작은 실험들을 통해 나에게 맞는 최적의 공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이는 더 이상 유행하는 건강법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학적인 접근이다.


3.3. 건강수명을 위한 네 가지 기둥(The Four Pillars) 실천하기
'내 몸의 CEO'는 어느 한 가지에 치우치지 않고, 건강을 떠받치는 네 개의 핵심 기둥을 균형 있게 관리한다.


* 1. 영양(Nutrition): 특정 식단을 맹신하기보다, 가공을 최소화한 자연식품 위주로 섭취하며 나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집중한다. 핵심은 대사 유연성(Metabolic Flexibility), 즉 우리 몸이 필요에 따라 포도당과 지방을 효율적으로 번갈아 가며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기적인 단식이나 시간제한 식사 등을 통해 몸이 지방을 태우는 능력을 훈련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2. 운동(Exercise/Movement): 장수를 위한 최고의 묘약은 운동이다. 특정 운동만 고집하기보다, 세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조합하는 '장수 칵테일' 전략이 필요하다.
* 유산소 운동: 심폐지구력을 위한 것으로, 특히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는 부르기 힘든 정도의 강도인 '존 2(Zone 2)'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 근력 운동: "근육은 제2의 간"이자 "장수의 기관"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자연적으로 감소(근감소증, Sarcopenia)하므로, 이를 막기 위한 저항성 운동은 필수적이다. 근육은 혈당을 조절하고, 염증을 줄이며, 신체 활동 능력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안정성 및 유연성 운동: 넘어짐(낙상)은 노년기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균형 감각, 유연성, 안정성을 위한 운동(요가, 필라테스, 타이치 등)을 통해 부상을 예방하고 활동적인 삶을 유지해야 한다.


* 3. 수면(Sleep):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와 신체가 재부팅되고 복구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수면 중에 뇌에서는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활성화되어 낮 동안 쌓인 노폐물(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등)을 청소한다. 호르몬 균형, 면역 체계 강화, 기억력 통합 등 모든 생명 활동이 수면에 의해 좌우된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며,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 침실을 어둡고 시원하게 유지하는 등 수면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4. 정신 및 감성 건강(Mental & Emotional Health):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증가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유발하며, 뇌 기능을 저하시킨다. 명상, 심호흡, 자연과의 교감 등을 통해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와 삶의 목적의식은 그 어떤 약보다 강력한 장수 비결로 꼽힌다.


3.4. 현명한 파트너십 구축: 나만의 '의료 자문단' 만들기
'내 몸의 CEO'는 모든 것을 혼자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활용하여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 의사와의 새로운 관계: 의사를 단순히 진단과 처방을 내려주는 권위자로 여기는 대신, 나의 건강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코치' 또는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 나의 데이터를 가지고 가서 의사와 상담하고, 치료 옵션의 장단점에 대해 논의하며, 최종 결정은 내가 주체적으로 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예방의학적 관점을 가진 의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 개인 맞춤형 팀 구성: 필요에 따라 영양사, 운동 전문가, 건강 코치, 심리 상담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나만의 '건강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CEO인 나에게 최적의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결론: 건강 주권의 시대를 열며 - 삶에 생명을 더하는 길


우리는 백세 시대라는 전례 없는 기회와, 그 기회를 위협하는 건강 패러독스라는 도전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한쪽에는 '정상'이라는 낡은 지표 뒤에 숨어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을 외면하는 '소극적 방치'가, 다른 한쪽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고 불필요한 불안과 의료 낭비에 빠지는 '과잉 진료'가 있다.
이 두 가지 함정에서 벗어나는 길은, 더 이상 건강의 문제를 병원과 의사에게만 맡겨두는 구시대적 관행과 결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제 우리는 내 건강의 주인이자 최종 책임자인 '내 몸의 CEO'로서, '건강 주권'을 선언해야 한다.
이는 연례 건강검진의 '정상' 판정에 안주하는 대신, 웨어러블 기기와 기능의학 검사 등 현대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내 몸의 동적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좋다는 유행을 좇는 대신, 'N-of-1'의 관점에서 나에게 맞는 최적의 영양, 운동, 수면 공식을 찾아나가는 과학적 탐구의 과정이다. 또한, 질병이 없음에 만족하는 소극적 목표를 넘어, 최적의 활력을 추구하며 영양, 운동, 수면, 정신 건강이라는 네 가지 기둥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총체적인 삶의 설계이다.
'내 몸의 CEO'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끊임없이 배우고, 실험하고, 성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길의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수동적인 환자에서 능동적인 건강의 창조자로 거듭날 수 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그저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활력과 존엄을 잃지 않는 '꽉 찬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백세 시대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주어진 긴 시간을 어떻게 생명력으로 채울 것인가?"이다. 그 해답은 병원이나 약국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 안에 있다. 이제는 수명에 생명을 더하는(Adding Life to Years, Not Just Years to Life) 현명한 여정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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