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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SK하이닉스인가?

신뢰 자본과 파트너십의 승리. 아이언맨에서 나타난 스토리

by sonobol





필자가 삼성전자를 전량 매도하고 SK하이닉스를 매수하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격차나 재무적 성과 때문이 아닙니다. 핵심은 '신뢰 자본'과 '파트너십'에 대한 기업들의 근본적인 태도 차이에 있습니다. 이는 마치 영화 아이언맨이 보여주는 '협력의 가치'와 삼성전자-한미반도체 사례가 드러내는 '불신의 대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1. 아이언맨: 파트너십이 만드는 진정한 영웅
영화 아이언맨은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아무리 뛰어난 천재성을 가졌더라도, 결국 혼자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는 비서 페퍼 포츠, 군인 제임스 로드(워머신), 그리고 블랙 위도우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합니다. 이들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며 시너지를 창출합니다. 반면,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파트너십을 경시하고 혼자만의 힘을 고집했던 위플래쉬 이안 반코는 결국 아이언맨 팀에 패배합니다. 이는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선 상호 신뢰와 협력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2. 삼성전자: '신뢰 자본'의 상실과 그 대가
삼성전자의 위기는 단순히 인사나 조직 문제가 아닌,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독선적인 기업 스타일에서 비롯된 '신뢰 자본'의 상실에 있습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 고객사와의 경쟁: 세계적인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반도체 제조에만 집중하며 고객사 제품을 만들지 않아 신뢰를 얻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과 동시에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까지 만들어 고객사와 잠재적 경쟁 관계를 형성합니다. 이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에 핵심 기술을 맡기거나 대규모 주문을 꺼리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 한미반도체 기술 탈취 사건: 10여 년 전, 삼성전자는 자회사를 통해 한미반도체의 핵심 패키징 장비 기술을 탈취하려다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당시 중소기업이었던 한미반도체는 "기술을 빼가는 대기업 관행에 제동을 걸고자 했다"며 무모해 보이는 소송을 강행했고 결국 승리했습니다. 이 사건은 삼성전자가 협력사를 단순한 하청 업체로 취급하며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구축에 실패했음을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이 사건의 '업보'는 지금 삼성전자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한미반도체는 이제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의 필수 장비인 '듀얼 TC 본더'를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핵심 기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미반도체는 과거의 불신 때문에 삼성전자에는 이 장비를 공급하지 않고,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에만 공급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뒤늦게 HBM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투자를 늘리려 하지만, 핵심 장비 공급마저 막히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기술 개발에 힘써도, 한 번 잃어버린 평판과 신뢰는 쉽게 되찾을 수 없습니다.


3. SK하이닉스: 파트너십과 신뢰 기반의 도약
삼성전자가 신뢰 자본의 위기를 겪는 동안, SK하이닉스는 '협력 정신'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특히 HBM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는 SK하이닉스가 미래 반도체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한미반도체와의 굳건한 협력: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듀얼 TC 본더를 독점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협력사의 가치를 인정하고, 상생을 위한 신뢰 기반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엔비디아 독점 공급: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5세대 HBM3E를 독점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의 공급 능력과 무엇보다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을 높이 평가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2025년 3분기부터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점유율과 수익률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결론: 신뢰와 겸손이 만드는 미래
결국 삼성전자의 위기와 SK하이닉스의 성공은 기업 경영에서 '신뢰 자본'과 '파트너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아이언맨이 협력을 통해 진정한 영웅이 되었듯이, 오늘날의 기업은 더 이상 혼자서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고독한 영웅'이 아닙니다. 수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플랫폼 리더'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지식과 현실 앞에서 겸손하라"는 필자의 조언처럼, 삼성전자는 지금이라도 과거의 독선적인 기업 문화를 반성하고 협력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SK하이닉스의 성공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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