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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또 다른 닷컴 버블인가

통화유통속도와 AI 랠리의 시대

by sonobol




심층 분석 칼럼입니다. 긴 글입니다. 인내심을 요합니다.





S&P 500, 또 다른 닷컴 버블인가: 통화유통속도와 AI 랠리의 시대


목차

1. 서론 – 문제 제기

2. 통화유통속도(M2 Velocity)의 의미와 역사적 흐름

3. 팬데믹 이후 유동성 환경과 자산시장 랠리

4. 닷컴 버블과 현 시장 패턴의 유사성 분석

5. 단기·중기·장기 투자 시사점

6. 핵심 리스크와 연준 정책 변수

7. 버블 속에서 ‘진짜 승자’를 찾는 투자 전략

8. 결론 – 장기 투자자의 시각





1. 서론 – 문제 제기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S&P 500은 2023년 이후 가파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신기술 사이클이 시장을 이끌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시기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단순히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버블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상승이 어떤 유동성 환경 속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그 동력이 지속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자산시장과 실물경제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매크로 지표 중 하나가 바로 통화유통속도(Velocity of Money)다. 통화유통속도는 단순한 통화량 지표(M1, M2)와 달리 “돈이 얼마나 자주 거래되는가”를 보여준다. 이는 곧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열기를 동시에 측정하는 체온계 역할을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통화유통속도는 꾸준히 하락했고, 팬데믹 시기에는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21년 이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M1 Velocity는 집계 방식 변경으로 의미를 잃었으나, M2 Velocity는 저점에서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아직 과거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바닥을 찍고 방향을 바꾸었다는 점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시그널이다.


오늘날 시장은 두 가지 흐름 위에 놓여 있다. 하나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 드리븐” 버블적 랠리, 또 하나는 아직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 들어서지 않은 M2 Velocity다. 이 조합은 1990년대 닷컴 버블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따라서 지금의 S&P 500 랠리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차트가 아니라 통화유통속도와 신기술 사이클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2. 통화유통속도(M2 Velocity)의 의미와 역사적 흐름


2.1 정의


통화유통속도는 GDP 대비 통화량(M2 등)으로 계산된다. 쉽게 말해 “같은 돈이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이 쓰였는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 해 동안 1달러가 평균적으로 5번 쓰였다면 Velocity는 5이다. Velocity가 높을수록 돈이 활발히 돌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상승 압력을 강화한다. 반대로 Velocity가 낮으면 유동성이 금융시스템에 갇혀 있다는 의미다.


2.2 역사적 추이


1980~1990년대: 미국 경제는 글로벌화와 IT 혁신으로 생산성이 급증했다. 이 시기 Velocity는 꾸준히 상승하며 강한 경기 확장과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을 수반했다.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인터넷 기업들의 붕괴와 경기 둔화로 Velocity는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위기 이후 연준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Velocity는 오히려 급락했다. 돈은 풀렸지만 은행 대출과 실물경제 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금융권에 묶였다.


2020년 팬데믹: 사상 최저치 기록. 재정지출 확대와 통화 공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봉쇄와 불확실성으로 소비·투자가 위축되면서 돈의 회전율은 극단적으로 떨어졌다.


2.3 2021년 이후 변화


2021년부터 M2 Velocity가 저점에서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상승은 아직 역사적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즉, “돈의 회전율”이 구조적으로 되살아난 것은 아니며, 금융시스템 안에서 일부 자산으로 흘러가는 국지적 현상에 가깝다.


3. 팬데믹 이후 유동성 환경과 자산시장 랠리


팬데믹 이후 연준과 정부는 전례 없는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결과적으로 저속 유동성 환경이 형성되었다. 돈은 대량으로 풀렸지만, 그 대부분이 실물경제보다는 금융시장에 머물렀다.


3.1 특징


소비보다는 저축과 금융자산 투자로 이동.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 급등.


인플레이션은 2021~2022년 일시적으로 폭발했으나, 2023년 이후 둔화.


3.2 현재 시장


이 유동성은 특정 섹터에 집중되고 있다. 바로 **AI, 반도체, 에너지 전환(원전, 전력 인프라)**이다. 이는 과거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 섹터에 자금이 쏠린 것과 유사하다. 현재의 랠리는 “실물경제 전체의 회복”이 아니라 “테마 중심의 집중적 유동성 흡수”라는 점에서 버블적 성격을 띤다.


4. 닷컴 버블과 현 시장 패턴의 유사성 분석


4.1 1990년대 후반과의 비교


스토리 중심: 닷컴 시기에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기대가 주도. 현재는 “AI가 모든 산업을 재편한다”는 스토리가 동일한 역할.


밸류에이션 무시: 당시 수익 없는 인터넷 기업들이 고평가 되었듯, 지금은 실적보다 GPU, 데이터센터, 모델 개발 능력 등 미래 잠재력에 가치가 집중.


패턴 유사성: 단기 급락 후 빠른 회복. 이는 버블 국면의 전형적 특성.


4.2 사이클 구분


상승 초입 (2023~2024): 닷컴 버블 초기(1996~1997)에 해당. 스토리 부각 → 자금 대거 유입.


중간 조정: 단기 급락 후 회복 반복. 2022년 하락, 2023년 회복은 1998년 LTCM 사태와 흡사.


정점 예상 (2025~2026):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구간. 이후 급락 위험 존재.


5. 단기·중기·장기 투자 시사점


단기: Velocity가 여전히 낮음 → 초과 유동성은 위험자산으로 유입. 랠리 지속. 그러나 과열 신호(밸류에이션 급등, 투기적 거래량 폭발)에 민감해야 한다.


중기: Velocity 본격 반등 시, 경기 회복과 동시에 연준의 긴축 리스크 확대. 성장주 밸류 조정 압력.


장기: 구조적 생산성 혁신(AI, 리쇼어링, 에너지 전환)이 Velocity 상승을 견인할 경우, 실물경제 성장과 새로운 장기 불마켓의 기반이 될 수 있음.


6. 핵심 리스크와 연준 정책 변수


연준의 금리 정책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경우, Velocity보다는 신용 창출 확대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


이는 민간부채 증가 → 자산시장 랠리 단기 연장.


인플레이션 리스크


Velocity가 본격 반등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될 가능성.


연준은 다시 긴축으로 선회할 수 있으며, 이 시점이 고 밸류 성장주의 리스크 구간.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갈등, 에너지 공급 차질, 지정학적 충격은 유동성 환경을 흔들 수 있다.


7. 버블 속에서 ‘진짜 승자’를 찾는 투자 전략


닷컴 버블 이후 수많은 기업이 사라졌지만, 아마존·구글 같은 소수 기업은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수십 배 성장했다. 이번 AI 사이클 역시 마찬가지다. 버블 붕괴는 필연이지만, 승자는 반드시 남는다.


따라서 투자자는 단순히 단기 랠리를 좇는 것이 아니라, 버블 붕괴 이후에도 구조적 경쟁력을 유지할 기업을 선별해 장기 매집해야 한다. GPU, AI 클라우드, 데이터 인프라, 전력·원전 인프라 같은 분야는 구조적 승자의 가능성이 크다.


8. 결론 – 장기 투자자의 시각


현재 S&P 500은 Velocity의 저점과 신기술 랠리라는 독특한 조합 위에 서 있다. 단기적으로는 랠리가 이어질 수 있지만, Velocity가 본격 반등하는 순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모두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버블은 붕괴될 것이며, 이는 많은 투자자에게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장기 투자자에게는 기회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시장은 조급한 이들에게서 인내심 있는 이들에게로 돈을 옮겨준다.”


따라서 지금의 과제는 단순히 버블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버블 속에서 살아남을 기업을 찾아내어 장기적으로 매집하는 것이다. 25~26년은 이 전략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가 될 것이다.


S&P 500 지수 패턴 비교 (19952002 닷컴 버블 vs 20182025 최근 사이클)

→ 두 시기의 추세가 놀랍도록 유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M2 통화유통속도 장기 추세 (가상 데이터)

→ 2008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하락, 팬데믹 시 최저, 최근 미미한 반등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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