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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힘 Jun 04. 2019

방어기제 : 서론

방어기제란 무엇인가?

1. 심리적 항상성(恒常性: psychological homeostasis)      

우리 신체는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이 움직여서(현상적으로는 추위에 떠는 모습으로) 열을 생산하여 체온을 유지하려 한다. 포도당이 많이 들어오면(즉 밥을 많이 먹으면) 핏속의 포도당 농도를 떨어뜨려 주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된다. 그 결과 핏속의 포도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한다. 이런 경향을 항상성이라 하며, 이는 변화되는 환경에 대해 인체가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다.      

신체와 마찬가지로 심리적으로도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외부 환경이 변화되었을 때 그에 적응하여 심리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한다. 이 일정한 심리상태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균형이 깨져서 불안정해지는데, 그 정도가 심하면 증상이 생겼다고 할 수 있고,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불안을 들 수 있다. 일정한 심리상태가 그 사람에게 편안한 상태이며 이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 방어기제이다.      

때에 따라서는 그 편안한 상태가 건강한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 만성적인 가벼운 우울 상태에 있는 사람은 마음이 편해지면 오히려 불안해질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되어도 되나?”, “이러다가 더 심하게 불안해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식으로...     


■ 편해진 것이 더 안 좋았던 20대 중반의 여학생 ■     

(사례는 나이, 성별, 내용 등을 개인의 비밀이 유지되는 수준으로 각색함)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소한 거절이라도 하면 다른 사람이 자기를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현상적으로는, 남들이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것은 모두 거절로 보았고, 그 거절은 자기를 버리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치료과정을 거치면서 꼭 다른 사람의 적극적인 찬성-거절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분명한 상황에서는 마음이 편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애매한 상황이 되면 내가 거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가 거절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더 마음이 상처가 클 것 같아서 예전처럼 거절이라고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때 거절당한다는 것도 마음을 힘들게 하지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더 큰 불안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거절당했다고 생각하려 하였다.     


반면 거절하는 것도 상대방이 보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여 사소한 거절도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시험 전날 자기 집에 친구가 놀러 와서 돌아가지 않아도 사정을 얘기하고 돌려보내지 못하였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다음날 볼 시험 때문에 초조하고, 불안,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런 모습 역시 치료과정에서 점차 좋아졌다. 그러나 변화의 초기에는 거절하는 것이 편하기는 하면서도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어떤 경우에는(이 역시 애매한 상황일 경우가 많았다) 거절을 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2. 방어기제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아가 취하는 수단이다. 


방어기제의 특성은 우선 한 사람이 이용하는 방어기제는 대개 일정하고, 그가 주로 이용하는 방어기제를 보면 그 사람의 대강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은 난수표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아무런 규칙이 없는 임의의 숫자를 나열하려 해도 결국은 어떤 패턴이 생긴다고 한다.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면 더 와 닿는다. 나중에 자세히 기술할 예정이지만, 현대 뇌과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도날드 헵이라는 학자인데 이 사람이 한 유명한 말이,      


  “Fire together, wire together.” (뇌 세포가 같이 발화(흥분)하면, 서로 연결된다)     


즉 같이 놀면, 친구가 된다는 건데, 이렇게 되다 보면 특정한 자극이 주어지면 그에 맞는 반응이 나오게 되어 있다. 패턴이 형성되는 것이다.      


3. 방어기제도 아래위가 있다.       

이 욕구는 발달단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고 방어기제는 이 욕구에 따라 적응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발달단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첫 단계인 구강기에는 주로 먹는 것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주로 먹거나(introjection), 뱉어내거나(projection)하는 양상을 보인다. 다음 단계인 항문기에는 배변을 잘 못했을 경우에 생기는 수치심, 야단맞았을 때 느끼는 분노를 느끼지 않게 하는 격리, 이를 적절하게 표현할 반동 형성(자기 나름대로는)이 필요하다. 아니면 이미 싸버린 똥을 안 싼 것으로 해버리고 싶은 취소도 있다. 이와 같은 유아적인 모습은 성인이 되어서도 존재하여 '스트레스받으면 먹는' 유치한 행동을 보이는 우아한 여대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의 발달단계의 방어기제들은 점차 후기의 더욱 성숙하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억압이나 정교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지식화(intellectualization) 같은 방어기제에 자리를 내어 주게 되고, 그가 더욱 성숙해질 경우 승화나 유모어 같은 방어기제도 보게 될 것 같다. 또한 그가 구사하는 방어기제도 너무 단선적으로 되지 않고 미묘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더욱 적절한 방어기제를 빌려 쓰게 될 것이다.           


4. 병마다 맞춤 방어기제가 있다.


질병에 따라서 특별히 더 발달되는 방어기제가 존재한다. 히스테리 환자들은 근친상간적 불안을 피하기 위해 지나친 억압을 한다. 강박증 환자들은 취소, 감정 격리, 반동 형성 같은 방어기제가 주로 발달된다.      


5. 방어기제도 역주행한다.


이 방어기제는 자아의 기능이기 때문에 자아가 상황이나 충동/욕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그 방어기제를 쓰지 못하게 된다. 즉 억압이나 승화 같은 높은 방어기제를 쓰던 사람이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 낮은 투사나 행동화하는 방어기제를 쓰다가 그것도 안되면 그가 방어하려고 했던 본원적인 내용물들이 그대로 바깥세상에 드러나게 되어 매우 심한 퇴행 상태가 되는 것이다.      


■ 20대의 정신분열병 남자 환자 ■

그는 비교적 잘 적응하던 상태에 있었다. 그는 성적인 욕구를 억압하면서 지내왔다. 그러다가 성적인 욕구가 너무 강해지자 사창가를 찾았고(행동화) 이 경험이 그에게 지나친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정신분열증이 재발하자 '어머니가 나를 성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망상과 환청이 들리면서 집에서 옷을 벗고 소란을 피었다.(더욱 퇴행된 행동화) 


프로이트가 처음 방어기제를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그 근거가 된 심리학은 지역적 모델(topographic model)이었다. 그가 생각한 유일한 방어기제는 억압이었으며 성적인 욕구가 억압되지 못했을 때 불안이 생긴다고 생각하였다. 지역적 모델에 의거했기 때문에 초자아와 이드 사이의 갈등은 존재하지 않았고 방어는 단순히 무의식에 존재하는 어떤 생각이나 충동이 의식화되지 못하는 것만을 의미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억압(repression)으로서 프로이트는 이를 방어기제의 여왕이라고 했다. 인격 구조론이 변화함에 따라 방어기제의 개념도 달라지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억압으로서, 지역적 모델 하에서는 (성적 욕구의) 억압의 실패 결과 불안이 생긴다고 정의하였지만, 구조론적 모델에서는 반대로 억압의 결과 불안해지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구조론적 모델 하에서 볼 때, 본능적인 욕구와 초자아의 요구, 그리고 이들과 자아 사이의 충돌을 갈등이라 하며, 갈등은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심리는 불안을 제거하고 편안한 상태로 계속 유지하기 위해(심리적 항상성:psychological homeostasis)를 유지하기 위해 이 갈등에 대한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고 그 결과 때로는 증상이 형성된다. 이 증상은 인간 심리에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증상을 통해 그가 얻는 이득은 갈등이 소멸된다는 사실이며, 잃은 것은 성숙된 마음의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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