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의 힘 May 19. 2019

우리를 억누르는 초자아?

다시 찾아보는 프로이트의 인격 구조 이론 

최근에 긴 면담을 하는 환자에서 [강한 초자아로 인해서 위축된 자아]라는 전형적인 사례를 보았다. 환자 본인도 초자아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고 자신의 경우에 대해서 얘기하자고 한 후 '초자아'라는 말이 많이 꽂힌 듯 자주 언급하였다. 


초자아란 흔히 양심이나 도덕심을 의미할 때가 많고, 일반적으로 “초자아가 강하다”는 말과 “법 없이도 살 사람”은 같은 맥락으로 지칭되고 있다. 그러나 초자아에는 이외에도 “자아 이상”이란 다른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프로이트는 1914년에 “자아 이상”(ego ideal)이란 용어를 처음 썼고, 1923년에 ‘초자아’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초기에는 자아이상과 초자아를 혼용하여 사용하였기 때문에 많은 혼동을 초래하였다. 많은 논란을 거쳐 자아의 이상을 초자아와 다른 것이 아닌 초자아의 일부가 되는 정신적 상의 집합체(부모와 같은 현실적인 인물이 제공하는 모델, 기준 등)로 보고 있다. 프로이트의 초기 저작에 나타난 초자아의 기능은 주로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초자아를 구성하는 두 가지를 간략히 설명하면, 


초자아 = 원초자아(도덕이나 종교, 도덕규범 등) +

         자아이상(이상적인 자아의 모습. 자기의 꿈, 희망사항, 이상형 등으로 나타남)


   초자아의 기원


초자아는 외부로부터 주입되는 부모상(parental imago= superego proper)와 동일시의 결과로 생기는 자아의 이상(ego ideal)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1. 원초자아 (superego proper)

부모상은 아이가 외부로부터 들여오는 함입물(introjects)이다. 즉 부모가 아이에게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주입시켜 주는 것들을 의미한다. 이렇게 함입되는 것들은 지시, 금시, 처벌과 같은 것들이다. 


■ 사례 ■

____

아이가 칭얼거리면 주로 야단치는 엄마에게 자라난 아이의 부모상은 무섭게 야단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성장한 아이들은 자기가 뭔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스스로 야단을 치고, (아무도 야단치는 사람이 없는 데도) 마치 야단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불안해질 수 있다.


항상 아이의 발달 단계보다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부모에게서 자라난 아이의 부모상은 높은 기대 수준으로 나타난다. 

=> 성장 후 항상 자기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기준과 비교하여 잘 못했다는 느낌을 갖게 될 수 있다.  

____

이 부모상은 특히 처음에는 무식하고, 무섭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아이가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인지기능의 미발달) 아이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난로를 만질 때, 조용히 설명해서는 소용이 없고, 안돼!라고 무섭게 소리치거나, 엉덩이를 한 대 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그러면 이 당시에 아이에게 형성되는 부모상은, 무서운 것으로 형성된다. 그러나 성숙해지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고, 그러면 무조건 고함치고 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초자아의 원형은 자기밖에 있는 부모의 금지이며, 이것이 차차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는 데, 무서운 부모일 경우 초자아가 살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할 경우 이 초자아는 잔인하고 가혹한 상태에서 점차 부드러운 상태로 변하게 된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울증이나 강박증에 빠지게 된다. 


계속 너무 가혹한 상태로 남아 있는 부모상이 초자아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되면,

=> 자기에게 너무 엄격하고, 자기비판이 심하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자기비판을 한다. 즉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게 되거나 불안/긴장하게 된다. 

    그 결과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해지게 된다.


그러나 혹독한 초자아가 형성되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부모가 엄격한 사람인 것만은 아니다. 초자아의 혹 독성은 실제 부모의 엄격함, 무서움에 의해 일정 부분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공격적/리비도적 충동에 대한 방어라고 하였다. 프로이트는 초자아가 자식에 대한 부모의 태도 만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하였다. 초자아 형성에서 아이의 마음은 단순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최근의 견해이다. 즉 외부 현실에 대한 아이의 인지적 미성숙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지각과 기억의 왜곡) 또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2. 자아이상

자아이상은 부모가 자식에게 본받을 만한 대상이 되어 자식이 적극적인 의미에서 동일시를 하고 부모의 모습을 이상화시켜 마음속에 둘 때 자아이상이 된다. 자아이상의 형성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부모에게 칭찬받고, 인정받고, 보상받고, 사랑받으면 그것을 계속 유지하고, 반복적으로 경험하기 위해 자기 안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상은 많이 존재할 수 있고, 이는 발달이 진행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정리가 되는 과정을 밟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상들끼리 서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자아이상은 어릴 때 위대하고 이상적으로 보이는 부모의 상이 내면화되면서 형성된 성격구조물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모습이 그대로 내면화되지만, 커갈수록 자기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들이 자아이상을 이룬다. 


원초자아가 강하면 착한 사람이 되고, 자아이상이 강하면 꿈을 먹고사는 사람이 된다. 과거에는 당연히 부모들이나 사회 분위기가 모두 원초자아를 강조해서 권위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했는데 최근에는 꿈을 더 강조한다. 자아이상이 강하면 좋긴 한데, 20대 이후에는 그래도 현실을 반영해야 진정한 자기 버전이 될 것이다. 


어려서 부모 특히 아버지와 헤어진 남자아이들은 이상적으로 형성된 아버지상이 탈이상화(deidealization)가 되지 않아 실제와는 달리 과도하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내면화해서 생기는 과도한 꿈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 자아 이상의 4가지 원천 □ □ 


① 이상적인 대상상(對象像:ideal object representation)

생의 초기에 자신이 완벽하고, 전능하다고 본 부모상에서 비롯된다. 아이가 발달하면서 자신의 소망이나 즐거웠던 경험과 혼합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 아이의 눈에 비친 멋있고, 좋아 보이는 부모의 모습. 요즘에는 부모 외에도 매스컴의 영향으로 대중 스타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② 이상적인 아이상

부모들이 제시해 주는 ‘착한 어린이는...’, ‘훌륭한 어린이는...’ 하는 식의 인정된 행동기준, 도덕, 목표, 이상 등이다. 이 이상적인 아이상은 성별, 시대, 문화에 따라서 매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1980년대에는 거의 다 의사, 교수였지만 지금은 BTS 같은 연예인이 이상적인 아이상일 것이다. 


③ 이상적인 자기상(ideal self representation)

“나는 이렇게 되고 싶어”하는 개인적이고, 개성적인 견해이다. 앞의 두 가지는 부모나 외부환경에서 받은 그대로의 날것이라면, 여기서부터는 자기 버전으로 화학적 변화를 거친 것들이다. 주로 청소년기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시절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외부에서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것들을 자기 버전으로 녹여낸다. 이런 과정이 서른 살이 되어도 거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조숙하게 10대 초반에 


④ 현실적인 가능성과 한계

이상들이 서로 다양하게 존재하면서 갈등이나 모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판단은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자기의 가능성과 한계를 분명히 알고 이에 따라 이상적인 자기상을 형성하고 수정해 나가는 것은 현실에 대한 적응이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원초 자아와 자 아이 상의 갈등 


원초자아는 억압적인 아버지의 내면화이고, 자아이상은 이상적인 아버지의 내면화이기 때문에 모순될 때가 많이 있다. 어느 순간 적당히 타협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면 갈등 속에 놓여 있게 된다. 서로 타협하기 힘든 것들이 맞서는 양가감정을 가지게 되는데, 심리적인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어디로 갈지 몰라 혼란도 느끼고,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 “일등해야 한다” vs "남에게 양보하며 살아야 한다“ ■


아이의 여러 가지 환경에서 “일등해야 한다”는 이상이 더욱 강화되고 “남에게 양보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상이 약화될 여건이 조성되면 “일등 해야 한다”는 이상이 그 사람의 자아이상으로 굳어지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요구 중 어느 하나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할 경우에는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환자의 사례를 들어보면, 우울과 불안이 심한 20대 대학생이었는데, 가족 중 아버지가 매우 엄격하였다. 그는

신실하고 근엄한 교회 장로님이었는데,  한편으로는 항상 네 이웃을 사랑하라,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내놓고 좋은 성적을 요구하지 않지만 공부를 잘하면 용돈도 잘 주고, 성적이 떨어지면 왠지 기분도 나빠지고, 아들에 대한 태도도 냉정해진다. 그러면서 계속 표면적으로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강조한다. 아들은 어린 시절, 공부와 친구를 돕는 갈림길에 섰을 때 무엇을 선택할지 몰라서 고민하고, 당황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대개 얘기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름대로 해결하는 길을 찾아야 하고, 대개 그 해결책은 회피일 경우가 많았다.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 증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