꽂히는 컨셉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이후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존 F.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이 외친 인류의 달 탐사 계획은 노련한 정치인들뿐 아니라 과학계, 일반 국민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왜냐하면,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라는 도전적인 연설로 미국인들의 가슴에 활활 불을 지폈습니다.
사실 ‘인류를 달에 보내기’ 프로젝트는 무척이나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었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발표에 따르면 아폴로 계획에 투입된 예산은 약 239억 달러로 2016년 환율로 환산하면 2,060억 달러입니다. 한화로는 230.5조 원 수준입니다. 피부로 안 닿을 수 있으니 부연 설명을 하자면, 2010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예산의 587배 금액이며 2019년 대한민국 국가 예산의 절반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거의 '미친 짓’ 수준이었죠.
하지만 그 계획은 미국인에게 어떤 역경을 딛고서라도 달성해야 하는 도전이 되었고,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투자를 계속 쏟아부어서(물론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결국 프로젝트에 성공하니까요.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미국 내에서도 여전히 저소득층 문제와 같이 세금이 필요한 곳이 잔뜩 있었는데 말이죠.
자 이제 우뇌를 가동할 시간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추상적인 단어 대신에 뇌에 확 꽂히는 컨셉을 제안합니다.
저 자식(소련)보다
먼저 인류를 달에 보내겠다.
달을 정복한 최초의 지구인은
미국인이라고
역사에 길이 남게 하겠다
물론 훨씬 세련되고 순화해서 얘기했습니다만, 듣는 미국인들은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니 갑자기 달 프로젝트가 남의 얘기가 아니게 된 거죠. 평생 쇼트트랙 경기장 한 번 안 가보고 선수들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올림픽 시즌이 되면 누구보다 쇼트트랙 경기를 열렬히 응원하는 것처럼, 미국인은 이제 한 팀이 되어 달 프로젝트를 응원하기 시작합니다.
만약에 케네디 대통령이 아래와 같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면 어떨까요?
미국의 우주항공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습니다
아마 우리가 연초에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들었을 때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기억에 남지 않죠. 우리는 10년 전 계획은커녕 올해 들은 계획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항공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든다는 게 어떤 건지 감도 안 올뿐더러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쏟아붓는 돈으로 빈곤 상태인 수십만 가정을 지원할 수 있다면요? 당연히 피켓 시위를 들고 항의를 하겠지요.
꽂히는 컨셉을 만들기 위해서는 군더더기를 잘라내야 합니다. 자랑하고 싶은게 많더라도, 가장 차별화되고 자신 있는 '그 하나'를 돋보이기 위해 과감히 빼야 해요.
요즘 핫한 온라인 유통회사 중에 마켓 컬리라고 있습니다. 바이올렛 색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내세우는 이 회사는 한참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온라인 유통회사 중에서 성공적인 명성을 쌓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마켓 컬리의 컨셉은 그야말로 뇌에 꽂히도록 단순하고 강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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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가 만약에 이런 브랜딩을 내세웠다고 생각해보세요.
전문가들이 엄선한
다양하고 고품질인 식음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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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세우는 곳은 수백 곳이 넘습니다. 해외직구까지 합치면 수천 곳이 넘을 테고요. 하지만 이런 문구를 썼다면 머릿속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밋밋한 컨셉이라서, 빠르게 시장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많은 직장인은 자신의 기획서 또는 제품에 대해 한 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도통 못 알아듣는 바람에 속이 터집니다.
“우리가 판매하는 이 건강 주스는 까다롭게 엄선한 원료를 가지고, 신선하게 가공하였을 뿐 아니라 풍부한 풍미를 추가하였습니다. 이걸 드시면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합니다. 제조기업도 아주 건실합니다. ”
“…. 그래서 결정적으로 뭐가 좋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우리가 피를 토하며 얘기한 걸 안 듣고 도대체 무슨 저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다니 뭐가 문제인가요?
저런. 아무 정보가 안 되는 게 문제에요.
당연히 그 정도 되니까 제품으로 나왔겠죠. 그런 제품은 천 개도 넘어요. 게다가 제품을 홍보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 건강 주스는 가격을 후려친 싸구려 원료를 가지고, 위생 관리라고는 없는 곳에서 가공했을 뿐 아니라 냄새가 고약합니다. 먹으면 건강에 나쁘고 구질구질한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합니다. 제조기업은 언제 사고 칠지 모르고요.”
그러니 좌판식 미사여구로 좋은 점을 잔뜩 늘어놔봤자 듣는 사람은 여전히 설득이 안 됩니다. 그래서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라는 속 터지는 반응이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 기획서에는 머리에 꽂히는 한 가지 강렬한 컨셉이 있어야 합니다.
차라리 아래처럼 얘기하면 어땠을까요?
“이 건강주스는 유럽인들이 마시는 '홍삼'이에요. 이 기업은 우리나라의 '정관장' 격이고요. 3명 중 1명의 유럽인이 건강을 위해, 어려서부터 노인까지 이 음료를 마십니다.”
유럽인의 홍삼이라니!
만약 제가 기업의 구매 또는 유통부서에 있다면 눈이 번쩍할 거예요. 그리고 매우, 주의 깊게 이 담당자의 설명을 경청할 겁니다.
우리가 기획서를 내밀었을 때 클라이언트(상사)는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안 되고라는 식으로 이유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그 이유 1,2,3을 고쳐서 다시 가져가죠. 그러면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른 이유를 내밉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이런 비극적인 문서명이 나오죠.
ㅇㅇ 기획서_진짜진짜최종_ver7
한번은 밤늦게 저런 파일을 받았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니터 너머의 그 친구에게 인류애가 솟구치는 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만약 기획서에 한 가지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컨셉을 만들지 못하면, 차선책은 노가다(?)로 B급의 아이디어를 물량공세해서 나열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겠어요?
우리 그렇게
고생하면서 일하지 말아요.
(1)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
(2) 소소한 이벤트 하나! 직접 만나요 :)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의 네 가지 영역[기획/비즈니스 글쓰기/보고 방법/관계 맺기]을 정리해드릴게요. 무료 강연이니 많이 신청하셔서 직접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글보다 말빨이 쎕니다 ㅎㅎ 선착순이에요!
ㅁ 언제 어디서?
- 4/4(목) 19:30~21:30, 종로 마이크임팩트 스쿨
ㅁ 신청하려면?
- 온오프믹스 : https://onoffmix.com/event/17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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