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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Apr 02. 2019

직장 상사와도 밀당이 있다

선은 분명히 알려주고 잘 되는 편에 서기


#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을 체크합니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한 2005년 첫 회식에서 남자 본부장과 직원들이 노래방에서 손을 잡고 춤(소위 블루스라 불리는)을 췄던 기억이 나네요. (도대체 노래방에서 왜 춤을 추는지 의문입니다)


사회 초년생인 저는 원래 이게 직장문화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더듬는 등의 신체접촉은 없었기 때문에 딱히 정색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본부장과 남자 직원끼리도 서로 손을 잡고 춤추기도 했거든요.

그 시절 본부장의 애창곡 4곡이 다 불려지기까지 집에 가지 못했지_feat. 시나트라의 마이웨이가 퇴근송 (사진 : 막돼먹은 영애씨)


하지만 일 년이 지나자 이런 문화는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본부장과 남자 직원이 서로 춤을 추기는 해도 여자 직원에게 요청하는 경우는 없어졌습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바뀐 걸까요?


상사들이 스스로 깨달아서가 아닙니다. 그 당시 직장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해 기업들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기적인 교육이 생겼고, 성추행한 대기업 임원들은 하루아침에 잘려나갔습니다. 적어도 100대 안에 드는 기업의 간부라면 성희롱과 성추행이 증명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움직임 지켜보던 남자 관리자들은 재빨리 행동을 수정합니다. 그전에는 ‘술 취해서 나도 모르게’ 했던 행동이 ‘아무리 술에 취해도 절대 하지 않는’ 행동으로 바뀐 겁니다.


그래서 저는 ‘술 취해서 나도 모르게 했다’라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나도 모르게’ 평소 꼴 보기 싫어하던 사장의 뺨을 때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까마득히 높은 여자 상사의 허벅지를 더듬는 일도 없습니다.

인사불성으로 취해도 와이프가 'ㅇㅇ 아빠! 당장 일어나욧!' 하면 모두 순한 양처럼 일어나서 걷는 기적의 미라클을 보인다 (사진 : 픽사베이)


우리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어디까지 해도 괜찮은지를 판단하는 ‘선’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선'은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 상사와의 밀기 :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선’ 알려주기     



혹시 이런 고민이 있으신가요?     


‘상사가 나한테 특히 막말해요.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다른 직원들에게는 이 정도까지 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귀찮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꼭 저한테만 시켜요.’
‘야근이나 주말 출근이 있으면 제 업무가 아닌데도 꼭 저를 불러요. 다른 직원들도 있는데요. 돌아가면서 시켰으면 좋겠어요.’
이봐요. 방금 '선' 밟았어요 (사진 : 라디오 스타)


인간관계의 ‘선’이라는 건 규정에 적혀있는, 불변의 것이 아니므로 끊임없이 변합니다. 똑같은 사람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더 친해지면 넘어선 안 되는 선이 한 뼘 넓어지겠지요. 평상시 상사와 부서원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 어떻게 '선'이 합의되나?


상사와 부서 직원이 '선'이 어떻게 그어지는지 보여드릴게요.


◇ 1단계


최 팀장 : “아니, 김 대리. 보고서가 왜 이래?”

김 대리 : “네?”

최 팀장 : “출처며 데이터가 부정확하잖아! 똑바로 일 못 해?”

김 대리 : “죄송합니다. 고쳐오겠습니다.”

최 팀장 : ‘이 정도까지는 얘기해도 괜찮구나’     


◇ 2단계


최 팀장 : 아니, 김 대리. 보고서가 왜 이래?

김 대리 : (안절부절못하며) 무슨 문제라도?

최 팀장 : (언성을 높이며) 내용이 쓰레기잖아! 이걸 어디에 써?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김 대리 : 죄송합니다. 고쳐오겠습니다.

최 팀장 : ‘이 정도까지는 얘기해도 괜찮구나’          



◇ 3단계


최 팀장 : 아니, 김 대리. 보고서가 왜 이래?

김 대리 : 무슨 문제라도?

최 팀장 : (고함을 치며) 뇌에 우동사리가 들었나, 이게 뭐야? 부모님은 김 대리가 회사에서 이따위로 일하는 것 아시나?

김 대리 : (얼굴을 굳히며) 말씀이 좀 심하신 것 아닙니까?

최 팀장 : (어? 이 정도는 안 되는 건가? 그래도 한 번에 굽힐 수는 없지) 김 대리가 일 처리를 이따위로 하니까 그런 것 아니야!

김 대리 : …     


최 팀장님, 그러다 발설지옥 가요(발설지옥 = 입으로 상처 준 사람이 가는 곳. 죄인들의 혀를 뽑아 나무에 걸고 그 혀에 나무를 심고 밭을 간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김 대리는 밖으로 나갔다가 한 시간 후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도 종일 최 팀장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어두운 표정으로 있다가 6시가 되자마자 나갔습니다. 보고서는 당연히 주지 않았죠. 그 이후로도 몇 주가 지나도록 굳은 표정으로 일하는 중이라 최 팀장은 일을 시킬 때마다 어색하고 불편해서 어쩔 줄 모릅니다.


자, 이 경우에 ‘선’은 어디일까요?


그렇죠. 모두 눈치채신 대로입니다. 2단계와 3단계 사이입니다. 1과 2단계에서는 김 대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성하는 태도만 보였죠.


하지만 3단계에서는‘선’을 넘었다는 표현을 분명하게 했습니다. 사실 저는 김 대리가 2단계에서도 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해주면 좋겠군요.                



김 대리와 최 팀장이 합의한 막말의 '선' (사진 : 일잘단)


그러니 자신의‘선’을 표현해주세요


선을 말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요? 상사 또는 경영자가 긋고 싶어 하는 가장 이상적인 ‘선’이 계속 시도될 겁니다. 그 이상적인 선은 이것입니다.     


‘회사를 위해 개인 시간을 언제든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고, 회사 업무가 취미라서 일을 맡길수록 더 좋아함. 그리고 남들이 맡기 싫어하는 잡다한 업무도 부담 없이 맡겨도 되고, 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막말을 퍼부어도 뒤탈이 없음. 야근이나 주말 출근이 있을 때 언제든 연락해도 됨.


주말이나 저녁에 약속 없을 때,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언제든 연락해도 됨. 그리고 승진이나 연수 같은 기회가 있을 때 상황상 다른 사람 먼저 챙겨줘도 아무 소리 안 함’      


어디 한번 도전해보시겠어요?

고난과 역경이 테트리스처럼 기다리고 있으리니 (사진 : 왕좌의 게임)




# 상사와의 당기기 : 상사가 잘 되는 편에 서기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꼽으라면 ‘직속 상사와의 관계’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직속 상사란 사수와 같은 직장 선배를 말하는 게 아니라 팀장이나 본부장처럼 업무나 인사고과의 결재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옆자리 동료와 도원결의를 맺을 정도로 친하다고 하더라도, 직속 상사와 원수 같다면 직장생활은 끔찍합니다.


사실 누군들 상사와 잘 지내고 싶지 않겠어요? 그러니 밀려드는 업무 지시를 순순히 수첩에 적고, 깨알 같은 잔소리에 맞춰서 일을 수정하는 거겠지요. 그리고 억지로라도 얼굴을 당겨 웃으며 인사하고, 회식 자리에서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하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저녁 식사 요청에 개인 약속을 조용히 취소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상사와 잘 지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팁이 있습니다.      


 상사가 잘 되게 도와주세요.
그것도 티 나게, 생색내며 말입니다


상사는 매일 같이 자신의 직속 상사에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윗 상사는 또 경영진에게 시달리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상사가 자신의 상사에게 칭찬을 받을 사업들을 기획해서 그를 도와주면 됩니다.

먹이사슬처럼 내 상사는 그 윗 상사에게 멘탈이 너덜너덜 나가 있다 (사진 : 미생)


상사가 자신의 상사에게 칭찬을 받을 사업은 어차피 본부의, 회사의 핵심 사업입니다. 그런 기획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제일 좋은 고과를 가져갈 뿐 아니라, 상사가 함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죠.


저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상사가 함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를, 혹시 다른 부서 간다고 할까봐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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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 할때는 먹고, 살까말까 할때는 사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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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정말 너무 감사해요.


(2) 구독과 공유는 작가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궁금한 것이나 도움 요청사항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mentorgr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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