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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Apr 16. 2019

일 잘해서 좋겠다는 얘기 듣고 싶어요

진짜 워라밸을 바라는 사람들


재능(才能)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 (표준국어대사전)   

  

에밀 아자르(Emil Ajar) 의 《자기 앞의 생 La Vie devant Soi》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기억납니다. 어린 꼬마 모모와 그를 돌보는 늙고 뚱뚱한 로자 아줌마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장편 소설인데, 자세한 얘기는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 소설을 덮자마자 모자가 있다면 벗어 손에 쥐고 작가에게 정중히 고개 숙이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그 재능이 한숨이 날 만큼 부럽더군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납니다.      


‘라몽 의사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필요로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문학동네 역)     



저는 에밀 아자르(사실 로맹가리죠)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관심 없습니다. 이 책을 써준 것만으로 이미 최상의 좋은 선물을 준 셈이니까요. 그는 나의 영웅입니다. 



# 빛나는 재능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처럼 빛나는 재능은 다른 사람을 감탄하게 하고, 세상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재능은 비범한 것만 얘기하지 않습니다. 타고난 영역만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굳이 에밀 아자르와 같은 뛰어난 작가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사람의
빛나는 재능 덕을 보며 살아갑니다


하루의 고단함까지 씻어낼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셰프의 손길, 매번 오차 없이 바뀌는 신호등, 어디서나 연결되는 무선 통신, 수십만 권의 책을 일사불란하게 정렬해두어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만든 도서관, 일일이 나열하려면 끝이 없겠네요.


피 검사를 하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석학보다 혈관을 한 번에 찾아서 1분 만에 채혈을 끝내는 노련한 수간호사의 재능이 훨씬 존경스럽습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배송 기사분들은 수많은 맞벌이 가정의 분란을 잠재운 평화의 사도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일하는 재능 덕에 살아간다 (사진 : 픽사베이)


# 기왕이면 키워주세요. 당신의 재능을.     


일을 잘하지 못하면 한심한 인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생 목표가 ‘회사에서 일을 잘해야지’도 아닌데, 거기에 전전긍긍하며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사람의 직업이 평생 3~4개가 된다고 하는데, 첫 번째 직장에서 제대로 못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커리어 전체가 암울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일의 재능은
대부분 키울 수 있는 부분이고,
키울수록 좀 더 쉬워집니다


사실 조직의 업무는 타고난 재능보다 훈련되는 영역이 3:7 정도로 넓거든요. 기왕이면 얼굴이 환해져서 돌아가는 클라이언트를 보는 게 낫지 않겠어요? 기왕이면 보고서의 전면 재수정으로 밥 먹듯이 야근하는 일이 없는 게 낫지 않겠어요?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말이에요. 


앞에서 얘기했던 네 가지 영역(기획, 보고서, 언어 소통, 관계)은 어느 곳에 가서나 필요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맡던, 어떤 문제가 생기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기초 근육과 같으니까요.


사진 : 일잘단


학창 시절에 과외 선생이 있는 것처럼, 운동할 때 개인 트레이너가 있는 것처럼, 일에도 과외 선생과 개인 트레이너가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운 좋게도 뛰어난 멘토들이 많았습니다만, 대부분은 보고 따라갈 롤 모델 없이 고군분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직접 찾아갈 수 없어 글로 대신하는 아쉬움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회사형 인간이 될 필요는 없지만 일을 통해 키운 재능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남습니다. 제약회사의 신약 승인을 위해 정부 부처를 뛰어다니던 사람의 능력은 스타트업의 최신 기술을 승인받을 때 고스란히 발휘됩니다. 


식품회사에서 쇠락하는 브랜드를 일으킨 기획을 한 사람은 대중들이 점차 외면하는 예술극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오는 기획을 할 능력이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키운 세일즈맨은 글로벌 부품기업의 해외 지사에서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키워주세요.
당신의 재능을 말이에요. 


당신의 재능 덕분에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혜택을 보겠지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키운 재능으로 당신이 지금 혜택을 보는 것처럼 말이에요. 좋은 방향으로 양성 순환 고리(Positive feedback loop)가 일어나는 거지요. 


회사형 인간이 될 필요는 없지만 일을 통해 키운 재능은 내 것이다 (사진 : 픽사베이)


당신의 재능으로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드시길 응원합니다. 




1)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전국 서점에서 사실 수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다 못한 얘기들이 가득합니다 :)


책 보러가기



2) Special Thanks To 독자님


책을 읽고 여러 멋진 리뷰와 평을 남겨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마음 깊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쫄보인 저의 등을 두드려주신 다정한 격려였어요. 잘 캡쳐해놓았다가 가끔씩 소중하게 꺼내서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해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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