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전통시장,골목상권 생존 조건' 스무번째 글
시장 안을 천천히 걸어본 적이 있다.
사람들로 북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용했다.
간판은 오래된 글씨로 빛이 바랬고, 점포 앞에는 같은 진열대가 늘어서 있었다.
마치 어제도, 그제도, 십 년 전에도 똑같았을 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객들이 ‘시장에 올 이유가 없어졌구나.’
지금 고객은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러 시장에 오지 않는다.
그 역할은 이미 대형마트와 온라인이 대신하고 있다. 시장에 오는 이유는 ‘즐거움’과 '문제 해결'이다.
그 중 즐거움은 새로운 발견의 재미, 시끌벅적한 분위기, 나만 아는 가게를 찾아내는 설렘 같은 감정이다.
하지만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향한다.
예전에 어떤 시장을 방문했을 때, 한 상인이 손님을 붙잡으며 “여기 아니면 못 사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똑같은 상품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니 온라인에서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손님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격 경쟁으로는 이미 승부가 끝났다는 사실을 상인은 알지 못했다. 그 자리를 메워야 할 것은 ‘재미’였다.
어떤 시장은 이 점을 깨닫고, 다양한 고객 체험 프로그램과 야시장, 플리마켓 등을 운영했다.
시장 안에서 요리 체험을 열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공연과 게임, 주민들이 참여하는 플마켓과 야시장 등이었다.
평소라면 10분 만에 지나쳤을 고객이 두세 시간을 머물며 웃고 떠들었다.
체류시간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매출도 따라왔다. 시장이 재미로 활력을 되칮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많은 시장이 여전히 ‘재미’를 사치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우린 원래 이런 곳이야”, “전통은 변하면 안 돼”라는 말로 안주한다.
그러나 전통은 ‘고집’이 아니라 ‘재해석’이 되어야 한다.
고객에게 오늘의 시장이 어제와 똑같아 보인다면, 내일은 오지 않을 것이다.
시장은 원래 놀이터였다.
어른들은 흥정하며 수다 떨고,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군것질하던 공간이었다.
다시 그 본래의 힘을 되찾아야 한다.
물건을 사는 행위에 ‘이야기와 경험’을 더하는 것, 그게 시장이 살길이다.
나는 현장에서 늘 느낀다.
장사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원칙은 있다.
고객이 즐겁지 않으면, 그곳은 점점 텅 비게 된다.
시장의 생존은 결국 ‘재미’와 '문제해결'이라는 가장 단순한 답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멘토K의 현장 기록:
시장은 생필품을 사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공간이어야 한다.
‘재미’는 사소한 이벤트나 쇼가 아니라, 고객이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온기 있는 경험이다.
오늘도 현장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