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전통시장,골목상권 생존 조건' 스물 다섯번째 글
시장을 걷다 보면 수많은 가게가 늘어서 있다.
진열된 물건도 비슷하고, 부르는 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잠깐 들러 물건을 사기는 하지만, 며칠 뒤 다시 떠올려 보려 하면 가게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왜일까.
가게에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들렀던 한 반찬가게는 조금 달랐다.
사장은 직접 만든 나물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 어머니가 예전부터 하시던 방식으로 무쳐요. 지금도 집에서 직접 볶고 무칩니다.”
손님은 단순히 나물을 산 게 아니라, ‘엄마의 손맛’이라는 이야기를 함께 사갔다.
그날 집에 돌아가 반찬을 꺼낼 때도, 그 이야기가 함께 떠올랐다. 이야기가 있는 가게는 기억된다.
스토리텔링은 거창한 문학적 기법이 아니다.
상품에 담긴 과정, 사장의 철학, 지역과 연결된 의미를 손님과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제 어묵을 파는 가게라면 “새벽마다 직접 반죽해서 하루치만 튀긴다”는 설명이 하나의 스토리다.
떡집이라면 “지역 쌀을 직접 도정해 사용한다”는 사실이 이야기다.
손님은 이런 이야기를 기억하고, 그 기억은 다시 방문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스토리 없는 가게는 단순한 거래로 끝난다.
가격과 상품만으로는 기억될 수 없다.
고객은 “다음번엔 더 싼 데 가야지”라며 다른 선택지를 찾는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게는 가격보다 경험으로 남는다. 그것이 단골을 만드는 힘이다.
나는 현장에서 자주 말한다.
“가게마다 스토리를 찾으세요. 없으면 만들면 됩니다.”
재료를 고르는 정성, 가게를 시작한 이유, 혹은 동네와 함께한 시간까지 무엇이든 좋다.
그것을 손님에게 자연스럽게 전할 때, 가게는 물건을 넘어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시장은 결국 수많은 가게의 집합이다.
그 안에서 살아남는 곳은 단순히 좋은 상품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이야기를 가진 가게다.
고객은 상품을 잊어도 이야기는 오래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이 다시 발걸음을 불러온다.
나는 오늘도 시장을 돌며 생각했다.
“이 가게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스토리 없는 가게는 바람처럼 사라지지만, 이야기를 가진 가게는 고객의 마음속에 오래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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