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 『시니어 창업 해! 말어! 그 사이에서_2』 #34.
시니어 창업에서 가장 흔한 선택 중 하나가 가족과 함께하는 일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고, 외부 직원을 쓰기보다 아내, 남편, 자녀와 함께하는 것이 더 안정적일 거라 생각한다.
가족이라면 속이지 않을 것 같고, 신뢰가 있으니 의사소통도 원활할 것 같다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그 기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곤 했다.
부부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면 처음에는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문제를 마주하다 보면, 사소한 말 한마디가 갈등의 불씨가 된다.
“왜 계산은 제대로 안 했어?”,
“손님 응대는 내가 다 하는 것 같네.”
집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말이, 가게에서는 곧바로 수익과 연결되기에 날카롭게 들린다.
결국 일상의 대화조차 장사 이야기에 잠식되고, 부부 관계는 점점 메말라 간다.
자녀와 함께 일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책임감과 희생을 전제로 접근하지만, 자녀는 일을 ‘부모의 사업 돕기’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작은 불만이 생긴다.
“내 친구들은 주말에 여가를 즐기는데, 나는 왜 이 가게에서 서 있어야 하지?”
부모는 “네가 가족이니까 도와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자녀 입장에서는 강요처럼 들린다.
부모와 자녀가 가게에서 부딪히며 갈등을 드러내면, 가정 안에서도 대화가 단절되기 쉽다.
형제끼리 함께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돈이 얽히면 관계는 쉽게 변한다.
처음에는 “형제가 힘을 합치면 못할 게 없다”고 시작하지만, 매출 분배와 역할 차이에서 금세 균열이 생긴다.
“나는 더 고생했는데 왜 똑같이 나눠?”
“내가 아니었으면 이 가게는 안 돌아갔다.”
이런 말이 오가다 보면 가족은 파트너가 아니라 경쟁자가 된다.
가까웠던 형제가 의절하는 경우도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족 간 갈등이 사업장에서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 동료와 다투면 퇴근 후에는 각자의 공간에서 숨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일하면 갈등이 집으로 따라온다.
낮에 가게에서 다툰 내용이 저녁 식탁에서도 이어지고, 결국 가정의 온기가 사라진다.
가족과 함께 일하는 것이 안정감을 주기보다, 오히려 가장 소중한 관계를 갉아먹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나는 상담 현장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장사는 실패해도 다시 할 수 있지만, 가족관계는 금이 가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가족을 직원처럼 대할 수 없고, 직원 대하듯이 거리두기를 하기도 어렵다.
이 모호한 경계가 결국 갈등을 키운다.
물론 모든 가족 창업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는 경우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역할을 명확히 나눴다.
누가 주방을 맡고, 누가 홀을 맡는지 확실히 구분했다.
둘째, 경제적 기준을 분명히 세웠다.
급여나 지분 분배에 대한 합의를 사전에 서면으로 남겨 불필요한 오해를 줄였다.
셋째, 가정과 일터를 구분하려 노력했다.
집에서는 가게 이야기를 최소화하고 가족의 관계를 지켜냈다.
하지만 이런 준비와 원칙이 없다면, 가족과 함께하는 창업은 장사가 아니라 관계를 무너뜨리는 일이 된다.
창업은 본질적으로 스트레스가 큰 일이고, 이 스트레스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결국 장사가 잘 안 되면 “당신 때문이야”라는 말이 가장 먼저 가족에게 향한다.
시니어 창업에서 가족을 파트너로 삼는 건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믿을 만하다는 이유로,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는 이유로 쉽게 선택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사랑하는 이 관계를 사업의 무게 위에 올려놓아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이다.
가족은 평생의 동반자다.
그러나 창업 파트너로서는 오히려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사업은 실패해도 다시 할 수 있지만, 가족 관계는 한 번 금이 가면 평생을 후회할 수 있다.
시니어 창업에서 무엇보다 지켜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의 관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했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