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가족 조언이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

『시니어 창업 해! 말어! 그 사이에서_2』 #35.

by 멘토K


시니어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의 말’이었다.


배우자, 자녀, 형제, 심지어 친척까지 나서서 의견을 보탠다.

“이 아이템 괜찮다더라”,

“우리 동네는 이런 가게가 필요해”,

“내 친구도 이거 해서 잘 됐대” 같은 말들이다.


가족의 말은 가까운 만큼 신뢰를 주고,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문제는 이 조언이 꼭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독이 되어 창업을 흔들기도 한다.


가족은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가 아니다.

대부분은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나, 자신의 경험에 기대어 조언을 한다.


아내는 친구 모임에서 들은 ‘요즘 카페 잘 된다’는 소문을 이야기한다.


자식은 SNS에서 본 인기 메뉴를 권한다. 형제는 지인이 성공한 사례를 예로 든다.


이 말들은 다 나름의 근거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 장사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장은 숫자와 고객 행동이 좌우하는 곳이지, 소문이나 취향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 퇴직 후 작은 분식집을 열려던 50대 남성과 상담을 했다.


그는 처음엔 메뉴를 단출하게 가져가려 했다.

그런데 가족들이 “왜 그렇게 소극적이냐”,이왕이면 돈가스나 파스타도 같이 팔아라”라며 메뉴를 늘리라고 했다.


결국 그는 가족의 조언을 따라 다양한 메뉴를 추가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주방은 복잡해지고, 재료비는 늘어났으며, 맛의 일관성이 떨어졌다.


손님들은 만족하지 않았고, 몇 달 안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경우는 자녀의 조언이었다.

20대 딸은 “SNS에만 올리면 요즘은 손님이 금방 몰려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 말을 믿고 홍보를 가볍게 여기며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SNS에 몇 장의 사진을 올린다고 해서 손님이 몰려드는 시대는 이미 지나 있었다.


결국 홍보는 제대로 되지 않았고, “왜 딸 말만 믿었을까” 하는 후회가 남았다.


가족의 조언이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족은 창업자가 힘들어 보이면 위로하려고, 반대로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말해버리기도 한다.


“당신은 뭐든 잘할 수 있어”,

“당신만큼 성실한 사람 없으니 잘될 거야.” 이 말은 위로일 뿐, 전략은 아니다.


정작 필요한 냉정한 피드백은 빠지고, 막연한 자신감만 불어넣는다.


그러다 실패하면 실망과 원망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향한다.


더 큰 문제는 가족의 조언에 따라 결정했을 때다. 장사가 잘 안 되면 “당신 말 듣고 했다가 망했잖아”라는 원망이 생긴다.


이는 가족 관계를 금 가게 만든다.

결국 가족을 탓하면서 스스로도 상처를 입는다.


의사결정이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의견에 끌려갔을 때, 실패의 무게는 배가 된다.


그렇다고 가족의 말을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가족은 누구보다 창업자의 곁을 지켜주고, 때로는 중요한 아이디어를 줄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을 ‘조언’으로 받아들이되, ‘결정’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결정은 창업자가 해야 하고, 그 근거는 시장조사와 숫자, 그리고 본인의 준비에서 나와야 한다.


나는 시니어 창업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가족의 말은 참고는 되지만 답은 아닙니다.”


가족이 해주는 말은 따뜻한 격려로 받아들이고, 사업의 방향은 반드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실패했을 때도 원망이 아니라 배움이 남는다.


창업은 이미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된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조언까지 맹목적으로 따라가면, 관계와 사업 모두 흔들릴 수 있다.


결국 가족의 조언은 의지가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냉정히 거리를 두고, 조언은 조언으로만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창업은 내 인생의 선택이다.

그 선택이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설계될 때 비로소 흔들림 없는 길을 걸을 수 있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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