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창업 해! 말어! 그 사이에서_2』 서른 여섯번째 이야기
시니어 창업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먼저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체력, 진짜 괜찮으세요?”
많은 분들이 은퇴 후 창업을 이야기하면서 자금, 아이템, 상권은 꼼꼼히 따지지만 정작 체력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는 아직 건강하다”,
“퇴직 전에도 주말마다 등산 다녔다”,
“아직 젊은 사람들 못지않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장사는 등산이나 취미 활동과는 전혀 다르다.
매일 반복되는 긴 시간의 노동, 예상치 못한 고객 응대, 주방의 고온과 소음, 홀에서 서서 일하는 강도는 단순 체력 이상의 버팀목을 요구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50대 후반 사장님은 작은 분식집을 열었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주방에서 서서 일했다.
초반에는 “괜찮다, 해볼 만하다”고 웃었지만 석 달이 지나자 무릎과 허리가 버티지 못했다.
결국 병원에 드나들다 가게 문을 닫았다. “체력만 괜찮았어도 버텼을 텐데…”라는 후회가 남았다.
자금이나 메뉴가 문제가 아니었다. 몸이 먼저 무너진 것이다.
체력이 버티지 못하면 장사는 무너진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주방에서 지쳐 있으면 맛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작은 실수가 쌓인다.
고객 응대도 예민해진다. 미소로 맞아야 할 상황에서 짜증이 앞서고, 그 불편함은 손님에게 바로 전해진다.
결국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시니어 창업에서 체력은 자금만큼이나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체력은 숫자로 바로 계산되지 않기 때문에 자주 간과된다.
‘건강검진 이상 없음’은 곧 ‘장사 가능한 몸’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건강과 체력은 다르다.
건강은 질병 여부지만, 체력은 지속 가능한 노동 능력이다.
실제로 많은 시니어 사장님들이 “내가 직접 몸으로 뛰면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인건비를 줄인 만큼 체력 소모가 늘어나고, 결국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버티는 장사’가 된다.
그렇게 되면 가게는 서서히 운영 동력을 잃는다.
첫째, 창업을 결정하기 전에 냉정하게 자신의 하루 노동 가능 시간을 체크해야 한다.
단순히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매일 반복할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둘째, 가능한 한 작은 규모로 시작해 체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메뉴를 단출하게 하고, 시스템을 단순화하는 것만으로도 체력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셋째, 기술과 장비,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내 몸이 하는 노동’ 대신 ‘시스템이 대신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장사가 오래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체력을 ‘소모할 자원’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자산’으로 보는 관점이다.
하루를 버티는 힘이 아니라, 매일을 이어갈 지속 가능성이다.
창업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1년, 3년, 5년 뒤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상담 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만약 내일 아침 갑자기 몸이 아파 하루 문을 닫으면, 가게는 어떻게 되나요?”
이 질문에 답을 못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이다.
가게는 몸 하나에 모든 게 달려 있다.
그러니 체력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리스크다.
시니어 창업자에게 체력은 곧 생존력이다.
자금과 아이템은 다시 만들 수 있어도, 무너진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자기 몸을 점검해야 한다.
“체력, 진짜 괜찮으세요?” 이 질문이 창업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시니어 창업의 냉정한 현실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이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