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켠의 스물 세번째 시
아침 7시 40분,
김포공항역 승강장에는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열차 문이 열리기도 전에
사람들의 시선은 바닥에 놓인 자리 하나를 향한다.
가방을 들고, 발끝을 조정하고,
무심한 척 서 있다가도
차 문이 열리는 순간
모두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빈자리는 금세 사라지고
늦은 사람은 기둥 옆에 기대 선 채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본다.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의 표정은
안도와 동시에 작은 승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승리는
단지 앉아서 몇 정거장이라도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것뿐.
나도 그 무리에 끼어
자리를 얻은 날엔
왠지 하루가 덜 피곤할 것 같고,
놓친 날엔
이미 하루 절반이 지쳐버린 듯하다.
출근길의 이 작은 전쟁은
누구도 크게 웃지 않고,
누구도 크게 다투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반복될 뿐이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나는 문득 생각한다.
이 치열한 자리가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오늘 하루를 버티기 위한
작은 위안일 뿐인지.
김포공항역,
사람들의 하루가
이곳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 한켠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