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켠’의 스물네 번째 시
열두 시가 되면
사무실의 공기는 잠시 가벼워진다.
하지만 복도 끝,
“뭐 먹을까요?”라는 질문 하나에
또 다른 무거움이 찾아온다.
칼칼한 국물이 당기다가도
어제 먹은 김치찌개가 떠오르고,
간단히 편의점에서 때울까 하다가
텅 빈 속이 불안해진다.
동료들은 서로 눈치를 본다.
누구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구는 미묘하게 망설인다.
결국 가장 무난한 선택이
하루의 점심을 결정짓는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저 적당한 음식 앞에서
우리는 말없이 밥을 뜬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메뉴 앞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한 내가
과연 더 큰 선택 앞에선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점심의 고민은 사소했지만,
그 속에 담긴 망설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한켠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