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켠의 스물 두번째 시
형광등 불빛은 여전히 환하지만
책상 위 그림자는 점점 짙어진다.
한때 바삐 움직이던 키보드 소리는
어느새 뜸해지고,
시곗바늘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오후
눈은 화면을 향하고 있지만
마음은 자꾸만 창밖으로 미끄러진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유리창 너머 햇살은 사무실 바닥 위로
길고 느린 그림자를 끌어온다.
커피잔을 비운 지도 오래다.
다시 내려 마실 기운조차 없어
그저 종이컵만 손끝에 굴린다.
메신저 창에 뜨는 업무 요청은
더 이상 긴급해 보이지 않고,
회의 자료는 미처 열어보기도 싫다.
사람들의 표정도 비슷하다.
말은 줄고, 어깨는 무겁게 처지고,
누군가는 머리를 괴고
짧은 숨을 고른다.
늦은 오후의 사무실은
하루의 무게가 쌓여 있는 창고 같다.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압박보다
그저 버티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는 순간.
피로가 몰려와 의자에 등을 붙이고 나면
이 시간은 나만의 고백이 된다.
오늘도 살아내고 있다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내 마음의 낮은 목소리
한켠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