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장길 KTX에서

한켠의 스물 한번째 시

by 멘토K


창밖 풍경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들녘의 바람, 작은 마을의 지붕,

멀리 겹겹이 선 산맥까지

모두가 스쳐가며 한 장의 사진이 된다.


열차 안 사람들은

각자의 화면에 눈을 박고 있다.

회의 자료를 정리하는 손,

잠든 듯 기울어진 어깨,

조용히 이어폰을 꽂은 눈빛들.


나는 창가에 앉아

차창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본다.

피곤과 무표정이 뒤섞인 얼굴,

어디론가 향하지만

정작 마음은 아직 도착하지 못한 얼굴.


출장은 늘 그렇다.

무언가를 얻으러 가는 길이면서

무언가를 잃고 오는 길이기도 하다.

익숙한 집의 공기와

아직 덜 나눈 대화들이

뒤로 밀려난 채

철로 위 어딘가에 남겨진다.


창밖 풍경은 끝없이 바뀌지만

내 마음의 풍경은 제자리다.

가야 한다는 이유로,

해야 한다는 의무로,

나는 오늘도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묻는다.

이 빠른 속도가

내 삶을 어디로 데려가는 것인지.



한켠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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