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전통시장, 골목상권 생존 조건』 오십 세번째 글
요즘 전국 어디를 가도 전통시장 온라인 진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지자체마다 ‘시장형 이커머스 구축’, ‘온라인 동행 프로젝트’, ‘전통시장 라이브커머스’ 같은 이름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비슷하다.
초기에만 관심이 높고, 1~2년이 지나면 사이트는 멈추고, 상품 등록도 끊긴다.
결국 ‘시장형 이커머스’는 ‘시장형 실패사례’로 남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형식의 디지털화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시장형 온라인사업 현장을 보았다.
초기에는 의욕적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상인 교육을 진행하며 사진도 촬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갱신이 멈춘다.
그때마다 등장하는 말은 같다.
“상인들이 참여를 안 해서요.”
“제품이 팔리지 않아서요.”
그러나 근본 원인은 상인이 아니라 ‘고객 관점의 부재’다.
대부분의 시장형 이커머스는 상인 중심, 행정 중심으로 기획된다.
“시장 상품을 한데 모으자” “공동 브랜드를 만들자” “배송 체계를 갖추자” 등
공급자 입장에서의 논리만 존재한다.
정작 “고객은 왜 그 플랫폼에서 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빠져 있다.
일례로 네이버 장보기(네이버 쇼핑 LIVE 및 네이버 장보기 내 전통시장관)는
현재 전국 200여 개 전통시장이 입점해 있으며,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주문-배송-결제가 통합되어 있다.
고객은 ‘집 근처 전통시장’의 이름으로 입점된 점포에서 장을 볼 수 있고,
배송은 네이버와 제휴된 물류업체가 담당한다.
이 모델이 의미 있는 이유는 ‘고객 중심의 설계’ 때문이다.
고객은 네이버 앱 안에서 익숙한 UI로 시장 상품을 구매한다.
별도의 로그인이나 불편한 결제 과정이 없다.
상인은 복잡한 온라인몰 관리 대신 주문만 확인하면 된다.
기술이 시장의 언어로 번역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지자체가 만든 자체 플랫폼은 반대다.
‘시장통합몰’, ‘지역명 전통시장몰’ 같은 이름으로 출범하지만사용자 경험이 너무 불편하다.
로그인 절차가 많고, 결제방식이 제한되어 있으며, 검색 기능이 약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렵다.
결국 고객은 처음 몇 번 들어오다 떠나버린다.
“시장 상품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 구매를 유지시키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지금의 소비자는 가격이 아니라 편의성, 신뢰, 스토리로 구매한다.
시장형 이커머스가 실패하는 두 번째 이유는 ‘상품력의 불균형’이다.
온라인 판매는 단순히 상품을 올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사진, 설명, 리뷰, 포장 — 모든 것이 신뢰의 요소다.
그런데 많은 시장 점포들은 이런 디테일에 익숙하지 않다.
사진은 흐릿하고, 설명은 짧고, 포장은 제각각이다.
이건 시장의 문제라기보다 이커머스 문법의 이해 부족이다.
상품은 ‘팔리는 구조’를 따라야 하는데,
시장은 여전히 ‘진열 중심 사고’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배송과 품질 관리의 불신도 있다.
전통시장 상품은 특성상 소량·다품종이며, 즉석 제조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냉장·냉동·신선물류의 체계가 없으면 품질이 쉽게 떨어진다.
온라인 고객은 단 한 번의 불만으로 구매를 중단한다.
시장 입장에서는 “그 정도는 괜찮은데…”라는 인식이지만 온라인에서는 ‘불량’, ‘재구매 의사 없음’으로 직결된다.
이것이 시장형 이커머스가 단발로 끝나는 핵심 이유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시장형 온라인 전략을 세 단계로 본다.
첫째, 플랫폼을 직접 만들지 말고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라.
네이버 장보기, 쿠팡 마켓플레이스, 우체국 쇼핑몰, 스마트스토어 등
이미 고객 트래픽이 있는 곳에서 시장형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우리 시장만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욕심은 오히려 독이 된다.
유입이 없는 플랫폼은 시장이 아니라 ‘고립된 섬’이 된다.
둘째, 상품보다 상점의 스토리를 판매하라.
전통시장은 상품으로 경쟁하기 어렵다.
대형유통은 물류·가격에서 훨씬 앞서 있다.
그러나 시장에는 그들에겐 없는 ‘인간적 신뢰’와 ‘현장의 이야기’가 있다.
예컨대, 통인시장 ‘기름떡볶이’나 광장시장 ‘육회골목’은 상품이 아니라 경험이 브랜드가 된 사례다.
온라인에서도 이 ‘시장다움’을 콘텐츠로 풀어내야 한다.
사진보다 ‘사람’을 중심에 둔 스토리텔링,
리뷰보다 ‘사람이 직접 말하는 진정성 있는 영상’이 효과적이다.
셋째, 로컬 물류 연계망을 갖춰라.
네이버 장보기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근거리 배송’이다.
시장 상인회가 자체 배송을 시도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이다.
배송비를 누가 부담할지, 냉장 물류를 어떻게 처리할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로컬 물류 스타트업’이나 ‘지역 협동조합형 배송조직’과 연결해야 한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라이더형 협동조합’이나
‘도심형 공동배송센터’ 모델이 시도되고 있다.
이런 연계 없이는 온라인 매출이 현실화되지 않는다.
결국 시장형 이커머스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시장이 디지털로 확장되려면
‘시장다운 콘텐츠 + 고객 경험 중심 + 물류 신뢰’라는 세 축이 갖춰져야 한다.
이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시스템은 껍데기만 남는다.
이제 전통시장의 온라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온라인으로 가는 이유가 ‘지원금 소진’이 아니라
시장 스스로의 지속 가능한 생존 구조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시장형 이커머스의 성공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의 철학에서 시작된다.”
손님을 다시 불러오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 있는 ‘사람 냄새’다.
- 멘토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