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전통시장,골목상권 생존 조건' 열한번째 글
전통시장은 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멘토K가 현장에서 느낀 공기와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 전해봅니다.
토요일 오전, 시장 입구에 서 있었다.
햇살이 길게 골목을 비추고, 어제보다 조금 더 활기가 느껴졌다.
깔끔한 가격표가 붙은 진열대, 반짝이는 포장재,
카드 단말기 옆에 붙어 있는 ‘간편결제 가능’ 스티커까지.
예전보다 참 많이 달라졌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아직 변하지 않은 몇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작은 채소가게 앞에서 한 손님이 멈춰 섰다.
갓 나온 부추를 집어 들었다 내려놓고,
조심스레 가격을 물었다.
“얼마예요?”
사장님은 바쁘게 손님을 상대하며 대답했다.
“아, 거기 있어요.”
그러나 어디에도 가격표는 보이지 않았다.
손님은 잠시 망설이다, 부추 대신 옆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골목 안쪽, 오래된 건어물집에서는
한 외국인 손님이 계산대 앞에서 휴대폰을 내밀었다.
QR코드를 찾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손을 내저었다.
“그건 안 돼요. 카드나 현금만.”
손님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가게 밖으로 나가며 휴대폰 화면을 닫는 손길이
왠지 시장의 문도 함께 닫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신선한 참외 더미 앞에서
한 중년 부부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건 좋은데… 지난번 산 건 좀 시더라.”
그 말에 사장님이 웃으며 “그땐 비가 많이 와서 그래요”라고 했지만,
부부의 발길은 옆 가게로 향했다.
품질이 들쭉날쭉한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 법이다.
이런 장면들이 시장 전체를 말해주진 않는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고,
더 친절하게, 더 편리하게, 더 깔끔하게 장사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부 남아 있는 작은 불편이
고객의 기억 속에 ‘전통시장은 아직 불편한 곳’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시장에서 만난 한 젊은 손님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 오면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한 번 불편했던 가게는 잘 안 가게 돼요.”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시장은 이제 추억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고객이 느끼는 ‘지금’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상품도, 아무리 오래된 전통도 힘을 잃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시장을 걷는다.
작은 불편 하나를 줄이는 가게가 늘어날 때,
비로소 시장은 변했다는 말을 넘어서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 멘토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