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 시점으로부터 약 1년전의 기록입니다)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고, 그들의 동기를 이끌어내고, 그들이 즐겁게 일하도록 도와주는 것. 이렇게 일하는 것이 그들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들 역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남과 다른 개발자이자, 매니저로서 저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험하고 배워온 것들을 잘 조합하면 개발직군에서, 개발자들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동기를 누구보다 높여줄 수 있는 차별화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회사에 온 지 한 달 반이 되었습니다. 이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고 제가 처음에 목표했던 생각들을 한 번 정리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30명이 넘는 개발직군 구성원들이 있었고, 입사 후 약 8일 동안 이들 전부와 1on1을 진행했습니다. 1on1의 목적은 이분들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이고, 어떤 목표와 꿈을 가지고 있고, 현재 회사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첫날은 규격화되지 않은 질문들을 했고 이후 질문의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공통적으로 할 수 있는 질문 리스트를 만들고 그 범주 내에서 그분들께 질문드리며 성향을 파악했습니다. 확실히 같은 질문을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에게 했을 때 그분들이 생각하는 차이점을 캐치할 수 있었고 저로서는 함께 일할 개발자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파악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으로는 1on1을 하려는 애초의 취지에 맞게, 그분들께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분들이 고민하는 것, 궁금해하는 것이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제 경험 안에서 적절한 답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이분들과의 1on1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구조조정 얘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개발팀 인력의 약 30%를 감축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1주일 후 감축 목표는 50% 이상으로 상향되었습니다.” 1on1을 진행했던 것이 구성원들에 대해 파악하고 그분들께 도움을 드리려는 목적도 있었으나, 확실히 어떤 분이 남으면 좋을지에 대해 판가름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되었고, 저는 그렇게 어떤 분을 남겨야 할지 회사 입장에서 판단해야 했습니다. 최초로 생각했던 틀 안에서 대화를 통해서 생각의 차이를 보정하고 누구를 꼭 남겨야 할지 조금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구조조정을 한 번 진행해본 적이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대상자에게 아쉬운 말을 해야 했고, 그분들의 말을 감정적으로 듣고 이해하는 한편, 역설적이게도 그분들이 나가서도 잘 될 수 있도록 좋은 말들과 도움이 될 만한 행동을 취했습니다. 주변 네트워크를 활용해 그분들이 다른 곳에 갈 수 있도록 이력서를 전달해드리고 그분들의 아쉽고 슬픈 감정을 최대한 공감하고자 했습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살이 7kg 정도 빠졌었던 것 같고, 그 여파와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었습니다. 같은 일이 이번에 또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남아있으면 하는 분들 전원과 1on1을 하면서 미리 상황에 대해 설명드리고 함께 잘 해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희망퇴직을 거쳐 구조조정이 진행되었고 그때와 유사하게 대상자 전원이 나가게 되었고 더불어 남고자 했던 분들이 몇 명 더 나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나가게 될 분들의 인수인계가 진행 중이며 다음 주에 모든 인수인계가 마무리되고 대부분의 대상자분들이 전부 퇴직하게 됩니다.
토요일에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이번 한 주가 지독하게 힘들었습니다. 소화가 되지 않았고 머리에 두통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치열하게 남는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어제 오늘은 그 공부를 도저히 할 여력이 생기지 않아 손을 놓았습니다. 한 분 한 분을 놓고 볼 때 나쁜 분은 없습니다. 저 역시 저번과 마찬가지로 회사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과 더불어 개인적인 입장에서 그분들의 감정에 공감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점이 제가 그분들께 상대편, 심지어는 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번과 또 다른 점은 제가 직접 채용했던 개발자분들이 많았던 반면 이번에는 제가 채용한 분은 단 한 분도 없고 이전에 있던 분들과의 구조조정입니다. 이 점이 그분들로 하여금 저의 생각과 진정성을 이해할 수 없게 한 것 같습니다.
좋게 마무리하고 싶었으나 몇몇 분들과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려도 그분들의 생각이 전혀 바뀌지 않습니다. 회사에 대한 실망이 그동안 쌓여왔고 그 회사 입장에서 이제 갓 부임한 제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아직 보여드린 적이 없다고 판단하니 그도 당연합니다. 이 점이 저에게 정말 복잡한 감정을 만들고 고통스럽게 합니다. 그분들이 그러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제가 생각하는 좋은 조직에 어울리는 분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나가게 될 분들의 슬픈 감정을 공감하고 싶지만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가진 몇몇 분들은 이번에 나가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게 고통스럽습니다.
회사는 조직이고, 조직은 협업을 기반으로 합니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지만 서로가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그분들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본연의 역할을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잘하면서 협업이 잘 되는 개발자, 주도적이나 배려심이 있고 회사 전체의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개발자분들이 모여 있어야 시너지가 제대로 생길 수 있습니다. 한 분이라도 남을 비방하거나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그것이 올바른 행동이라는 것을 주변에 전파한다면 팀의 분위기를 끌어내리고 팀 간 협업을 방해하는 모습으로 점차 확산됩니다. 팀워크를 해치거나 부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리는 행동을 보인다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조직 문화에는 맞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적합한 분들이 가진 기본적 자질은 주도성과 책임감 그리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고방식과 배려심입니다. 누구와 대화할 때도 상대방을 충분히 파악하기 전에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고, 심지어 무시하는 행동을 한다면 협업이 잘 될 수 없습니다. 큰 조직에서 각자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조직에서는 어쩌면 이런 분들도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 행위가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동시에 주도적으로 업무를 하는 분들이 모인 조직이, 소위 말하는 자율조직화된 팀이고 스스로 발전하는 애자일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 제가 특히 힘들었던 것은 제가 처음에 목표했던 것,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고 그분들께 진심으로 대하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누구보다 제가 그것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깨져서였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마도 아직까지는 제가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특히 이 짧은 기간에는 도저히 그런 사람으로 남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슬프고, 고통스러웠고 결국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에 두통이 생겼고 다른 목표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가지고자 했던 성공하는 사람으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입니다. 100%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면 이제 차선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더 감정을 쓰고 그 여파로 다른 일조차 진행하지 못하면 안 됩니다. 어느 정도 선을 두고 정리하고, 좋은 분들께 더 신경을 쓰고 그분들이 동기부여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더불어 저를 힘들게 하는 생각을 끝까지 파헤치고 분류하고 하나하나 회피하지 말고 부딪혀서 감정과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이 상황을 정리하고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그런 생각을 하고 난 뒤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 같습니다.
다시는 안 그럴 줄 알았지만 감정이 격해지면서 조금씩 올라오는 감정을 느낍니다. 오늘, 아직까지 100% 진정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렇게나 고통스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이제 마음을 다스리면 됩니다. 성숙한 제가 되고, 제가 맡은 개발 매니징이라는 업무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마음을 다잡고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