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뻔 했던 경험들이 내게 준 것

by 멘토사피엔스

2007년, 나는 바다에 빠져 죽을 뻔했던 적이 한번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이 머릿속에 생생합니다. 그 때의 상황, 제 모습, 제가 했던 생각, 이후에 있었던 모두, 무료 17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도 생생합니다. 그 때의 경험과 그 경험이 제게 준 것들에 대해 한번 글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있었던 일


때는 2007년입니다. 1년 간의 호주 어학연수를 마치고 스탑오버를 이용해서 동남아시아 한달 정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싱가포르부터 시작해서 말레이시아를 거쳐 태국을 둘러봤습니다.


태국 남부 지방에서 여행 중, 코사무이를 갈까 하다가 할 수 있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덜 알려지고 더 작은 섬인 코팡안을 선택했습니다. 코팡안은 지금은 풀문파티로 너무나도 많이 유명해진 곳이죠. 코팡안에서 숙소를 잡고 오토바이를 렌트한뒤 관광명소와 뷰포인트를 찾아다녔습니다. 그 중 한 곳이 코팡안과 그 옆 섬 코마라는 섬 사이의 스노쿨링 사이트였습니다. 썰물 때 두 섬사이에 길이 열리고, 그 길 양 사이드가 스노쿨링 포인트였습니다. 수영을 2개월 정도 배운 상태로 별다른 안정장치 없이 물안경만 차고 길을 따라 왔다갔다 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물 속에 있었습니다. 머릿 속으로 나는 길을 따라 왔다 갔다 했으니 길 옆에 있겠지 하고 발을 내딛으려고 하는데 키보다 한 30cm 정도 더 가라앉아야 바닥이었습니다. 분명 가슴정도 오는 깊이 였는데, 깜짝 놀라 머리를 바다위로 들이밀고 밖을 보니, 이미 길에서 300m 정도 떨어져온 상태였습니다. 아 큰일이다 싶어서 다시 잠수하고 숨쉬면서 길쪽으로 기를 쓰고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가까워졌겠지 생각해서 고개를 내밀었더니 ‘어라’, 더 멀어졌습니다. 섬과 섬 사이의 길에서 파도가 길 반대쪽으로 흘러서 가도 가도 더 멀어진 것이었습니다. 스노쿨링 장비가 허술해서 한 손을 계속 장비를 꼭 누르면서 헤엄쳐서인지 너무 느려서 오히려 파도에 밀려났던 겁니다. 그동안 스노쿨링한데다 기를 쓰고 헤엄치고 해서 몸은 점점 피곤해져가고 있고 땅에선 멀어져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스노쿨링 장비에 물이 들어가버렸고, 결국 저는 스노쿨링 장비를 집어던지고 전력을 다해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진전을 할수는 있었지만 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 물에 빠진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급해지니 머리를 계속 수면위로 올리려는 시도를 하다가 가라앉고 그렇게 물은 더 먹고, 점점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고 물에 잠기는 시간이 조금씩 많아졌습니다. 죽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헤엄쳤습니다. 발을 디딤돌 삼아 다시 수면위로 오르려고 물 바닥에 발을 딛었을 때, 어느순간 얼굴을 위로 들어 수면위에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 높은 돌 위에 발이 닫았고 그 위치에서 고개를 드니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파도에 몸이 흔들렸지만 그 지점에서 벗어나지 않게 노력하면서 길가에 있는 사람들에게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한 1분가량 소리를 쳤을까, 덩치 큰 독일인 한명이 나를 보고 헤엄쳐왔고 붙들고 데려나와주었습니다.


밖에 나오니 갑자기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기 시작했고 입과 코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 정도를 해변에서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내가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발 딛을 수 있는 돌이 없었다면, 그 돌을 1분만 늦게 찾았다면 아마 익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느꼈던 것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감지하는 순간에 그 전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와 유사한 경험을 했습니다. 부모님, 동생, 고등학교, 대학교 몇몇 친구들의 모습이 스냅샷처럼 굉장히 빠르게 머릿 속을 지나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의식 속에 있던 생각들이 장면으로 하나하나 압축되어 뇌를 자극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각 사람들이 저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과거의 장면이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았습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정면으로 저를 응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물을 먹으면서 죽어간다고 느끼고 있을 때, 그리고 빠져나온 후 1시간 지나서 한참동안 멍하게 있을 때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나를 바라봤던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들에게 무엇이었나, 나는 이들에게 어떤 가치였나, 나는 내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충분히 의미있었나, 이런 질문들이 내 머릿속에 머물렀습니다. 다시 살아서 감사한 한편으로 나의 존재, 나의 가치에 대해 한참동안 질문만 했고 이상하게 눈물만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때부터 삶의 큰 가치관이 정립된 것 같습니다. 나와 관계 있는 누군가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삶을 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무려 17년 전을 돌이켜봄에도 일관되게 이 가치관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삶에 기여했고, 그 수가 많다면 훗날 죽음에 이르러도 마음이 따뜻하고 풍성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파노라마에서 봤던 모습들은 나 스스로가 나를 투영한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가치관대로 잘 살았다면 그 마지막 순간에 다시 파노라마가 흘러가더라도 나를 무표정하게 응시하는 모습이 아닌 미소지으며 바라봐 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신기하게도 이런 방향으로 많이 귀결됩니다.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가라던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어보면 크게 2가지입니다. 세상에 족적을 남기고 싶다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었으면 한다입니다. 모든 진화해온 생물들이 이기적이고,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만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인간은 어느정도 그를 넘어서는 생각을 하도록 또 다른 진화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렇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더 높은 번영을 추구하기에 장기적인 이기심으로 그렇게 행동하고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


지금까지 살면서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누군가에게 가치를 주고자 노력해왔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업을 선택해왔고, 주변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할 수 있다면 도움을 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는가라고 한다면 그렇지는 못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하면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지에 대해 방법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이제서야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가치 있는 이야기를 경험에 녹여서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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