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개인적 사유와 공존의 이유

by 질그릇

매주 주말이 되면, 내가 요즘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만 보고 있다가 덮기를 몇 주 동안 반복했다. 내가 이렇게 게을렀던가? 하는 자책도 잠시, 그냥 노트북을 덮고 하루를 보내면 또 그만이다. 한 주의 시작이고, 바쁘고 치열한 시간이 흘러간다. 그 치열함 속에 글을 쓰지 못하거나 안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물음표도 없다. 그 어떤 물음표도..


그저 그렇게 흘러가면, 나이는 노력하지 않아도 먹어지고, 쌓이게 된다. 그 흐름이 낯설지 않은 건.. 그 만큼 내가 그저그런 삶을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스스로에게 화를 내 본 적은 있다. 아무 소용없었다. 그저 그런 삶은 모든 것을 덮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그렇다.


내가 왜 글을 쓰지 못하는가?

그저 그런 삶 속에 매일 똑같은 일기를 써 대는 그런 모습을 나 스스로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글은 남에게 보이기 전에 내가 보고 느낀다. 지금 모니터에서 한 자 한 자 적히는 저 작은 전자적 점(點)들이 나의 생각을 나타내기도 하고, 나에게 무언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나는 이 대화와 문답 속에 항상 자괴감을 느낀다.


나에게 '나의 삶이 그저 그렇다'는 것은 회색이 아니다.

새빨간색과 검정색을 섞지 않고 수천만분의 1초씩 번갈아 보이는 그런 색깔이다. 분노이고, 증오고, 혐오다. 이 감정들이 내가 글을 못쓰게 한다. 손 끝에 묻어나는 그런 감정들이 싫어서 글을 쓰지 않는다. 잠깐 잠깐 한 달에 한 두번 그 감정의 색깔들이 옅어지고, 내마음에 빛이 들면, 나는 그때 글을 쓴다.


그 빛은 감정이고, 사랑이고, 연민이다. 나 아닌 다른 존재, 사물에 대한 경외와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때로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내 안에 찰나의 순간 깃들면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글을 쓴다. 빠르게 써야 한다. 빛은 금방 사라지고, 어느덧 또 빨간색과 검정색의 세상에 나를 내어 주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정제되지 않은 채 이렇게 자판으로 두들겨 지는 말들은 이제 그 마지막 고비다. 그리곤 이렇게 글쓰기를 멈춰야만. 한다. 여기까지다. 여기가 나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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