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함께 한 가치

개인적 사유와 공존의 이유

by 질그릇

시간을 함께 한 가치

- 오래됨의 가치



"시간을 같이 보낸 가치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그 친구가 한 말이다. 왠지 이 말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가족, 오랜 친구, 연인, 동료, 아니면 큰 물건이나 소소한 문구나 소지품에 이르기까지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나 아닌 사람' 또는 것(thing)들이 있다.


헤어지거나 다투거나 버리거나 혹은 버려지거나 절교를 당하는 것은 인생길에서 많이 겪는 일들이다. 그 상처가 금방 없어지기도 하고, 오래 남아 불쑥 꺼내어질 때마다 마음을 깊이 때리곤 한다.


그럼에도 지켜야 하는 오랜 시간의 가치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상처 많은 나의 마음은 아직 이 가치를 지켜 내고 싶어 한다. 고난의 시간이 길수록 오래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 또는 그녀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때로는 세상이 끔찍히도 지겹고 싫지만, 이들이 있어 나에게는 또 다른 살아갈 이유가 된다.


사람 뿐만이 아니다. 눈에 그리고, 손에 익은 물건이 평안함을 준다. 무엇보다 오랜 공간이 주는 평안함이 있다. 잘 나가고 바쁠 때는 보이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던 것들인데, 문득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는 한 번쯤 더 눈길을 주게 되는 그런 것들 속에는 시간을 함께 한 가치가 숨어 있다.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 사람을 가졌는가> 中 한 구절, 故 함석헌 선생님




故 함석헌 선생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속에 있는 그 사람은 아마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그 사람일 것이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는 서로 다투고 삐쳐서 말도 안 하던 때가 있었을 테지만, 그래서 서로 상처를 주고 받았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지금 나의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다. 값비싼 보석보다 귀하다. 왜일까? 요즘 세상에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단 사람 뿐만이 아니다. 필요의 가치를 넘어 선 물건들도 그럴 것이다.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쌓여 있던 물건들을 버리고, 이번 참에 정말 오래된 브라운관 TV도 버리려고 했다. 요즘은 박물관이나 폐품 속에 있어야 할만 하지만 끝내 버리지 못하고 함께 왔다. 정리를 다 마치고, 거실에 처음으로 앉아 거실 중간에 떡 자리 잡은 TV를 봤다. 내가 구식이어서 그런가. 그런가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 데려 오기를 잘했다.'


지식이나 경험들도 그럴 것이다. 시간이 차곡차곡 더해지면 어떤 것은 아름다워지고, 어떤 것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된다. 시간을 함께 해 온 가치를 파는 곳이 박물관 같은 곳일 거다. 금전적인 가치를 떠나서 우리 인간과 함께 해 온 세월이 얼마인가. 그것을 우리가 따스한 눈길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변화가 정신없이 지속되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 수 없다. 시간의 수요가 많아서 그런건가, 그 수요가 증가하면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처럼 시간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바쁘게 살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시간을 가치있게 쓰는 것이 되니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 왔나 보다.


요즘은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많다. 지금은 공급이 더 많아서 시간의 가치가 자꾸 떨어지는 것 같다. 공급을 바쁨으로 대응하면서 가치를 지켜 왔다. 양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바쁘게 사용하면서 시간의 가치를 높여 왔다. 아니 시간의 가치를 높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을 양적으로 많이, 바쁘게 사용함으로써 가치를 높이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최선일까? 이것이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나의 구도(求道)가 될 것이다.


'시간을 함께 한 가치'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지켜가야 할까? 곰곰히 생각해 보는 오늘, 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밤이다.




Mentor works 멘토웍스. 김완종

인재경영전문가 / 역량평가사 / PHR

現 멘토웍스 편집자 겸 대표멘토

現 SNA-DDI 퍼실리테이터

前 중견기업 인사팀장

『디지털시대의 리더십』 월간인재경영 기고 (2020)

『NCS 자소서 면접 합격 솔루션』 공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