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와 오랜만에 맥주 한 잔 했다. 원래 술을 못 마시는 부부라 안주 하나에 나는 500, 아내는 330 하나 시켜서 마셨다. 일부러 시끄러운 곳을 찾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나이 든 분들의 테이블과 젊은이들의 테이블이 섞여 있다. 보기 좋은 실내 풍경이다.
시끌벅적한 그 속에서 우리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술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술에 대한 얘기를 잠깐 나눴다.
"나한테 술은 내 몸에서 마시는 곳이 다른 것 같아"
아내가 눈짓으로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와인은 축하할 때 많이들 마시지. 그 향을 먼저 느끼고, 그 후에 입 안에 머금어서 느끼고."
"그렇다고들 하지?"
"응, 지금 막 생각해 보니까, 맥주는 목넘김을 많이 얘기들하지. 그러니까 목으로 마시는 거고."
술을 잘 알지 못하는 나의 말에 아내가 호응을 해 준다.
"ㅇㅇ"
"근데, 소주는 좀 더 깊은 곳으로 마시는 것 같아. 가슴속, 뱃속.. 뭔가 딱 짚을 수 없는 곳으로 마시지."
여기서 아내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소주는 아예 입에 대지 못하기에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은 나도 그랬다. 내가 소주를 깊이 마시게 된 것은 2016년 어느날이었다. 계속 되는 구조조정에 나는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었다. 혼자서 속을 삭히기를 1년을 넘기는 시점이었다. 그날도 여러번의 면담을 마치고, 회사를 나섰다.
좌측으로 가면, 집으로 가는 버스 정거장.. 우측으로 가면, 작은 밥 겸 술집이다. 그날은 그 마음을 담고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우향후. 제육볶음을 한 접시 시키고, 소주를 시켰다. 2시간 가까이 집에 가야하지만, 그날은 그런 생각을 덮었다. 그리고는 잘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달다..'
쓰디 쓴 소주가 달다는 것을 느낀 첫 경험이었다. 그리고는 한 동안 나는 혼술을 즐겼다. 몸에 이상을 느끼고 그만두기까지 그렇게 나는 소주라는 술을 속 타고, 괴로운 가슴으로 마셨다.
"잘은 모르지만, 그럴 것 같기도 해"
말 그대로 아내는 술은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겪어온 삶을 알기에 그 관점에서는 이해해 주고 있었다.
"그 다음에는, 사지로 마시는 막걸리!~"
막걸리. 요즘 내가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이다. 역시 육체노동 후에, 특히 퇴근 후 출출할 때는 막걸리가 좋다. 이렇게 막걸리는 온 몸으로 마신다. 그래서 사지로 마신다고 해야할까! ㅎ
사람마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술을 마시는 이유도, 술을 어떻게 느끼는 지도 다를 거다.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아주 가끔은,, 사람보다는 한 잔의 술이 나에게 위안, 그리고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