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나도 사과입니다'

사과와의 대화

by 질그릇

아내가 주문한 사과가 어제 도착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주문을 했는지 작은 사과들이네요. 어제 슬쩍 보고 나서 오늘 아침에 하나 먹으려고 탁자 앞에 서서 잠깐 사과를 들여다 봤습니다.


"나도 사과입니다."


'아차' 했습니다. 그 작은 사과는 자신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에서 뭔가를 느꼈던 거지요.


"그래? 너도 사과야? 쪼그마한 것이"


던져오는 말에 뭔가 대응은 해야할 것 같아서 받아쳤습니다.


"나도 사과입니다."


"..."


"나도 사과입니다."


"그래.. 너도 사과구나.."


이렇게 우겨대는데, 그냥 대꾸해 줬습니다.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 이거 뭐 동화야, 소설이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도치 않은 대화였습니다. '혼잣말이었나? 나하고의 대화 뭐 그런건가?' 아주 짧은 순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 말이 들려왔을까?' 순간 사과를 보는 내 시선이 좀더 애정으로 차 있고,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출근하는 길에 그 순간의 잔상이 남았습니다. 출근하면 글을 쓰지 않는데, 오늘은 그 일상을 깨고, 감정의 흐름을 잊기 전에, 세상의 바쁨 속에 날려 버리기 전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작가로서의 상상력과 소질이 부족한 저는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그 사과가 나구나' 원치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내가 세상 속에서 원했던 모습보다는 작고, 초라한 그 작은 사과 속에 투영된 모습이 바로 저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나는 사과다.' 라는 말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절규같은, 혹은 그 비슷한 거였습니다.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 져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판 위에 너무 오래 그냥 머물러 있네요.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이 대화가 좀 더 이어진다면, 혹시 한 줄이라도 덧붙여 쓰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무리는 어떻게 할 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 글을 읽는 작가님들에게는 이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어떤 모습이건 자신의 삶을 좀 더 따뜻하게 여기는 한 우리는 '사과입니다.' 그 사과를 따뜻하게 봐 주세요. 여러분은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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