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난 '방황' 중이다.
1986년 1월 24일. 금요일.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었다. 1 다음은 2, 2 다음은 3 처럼 뻔한 하루였다.
이런 기계적인 생활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궁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내가 크면 알 수 있을까?"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미래의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2024년 02월 06일. 화요일.
(25년간의 사회생활을 매듭짓고 인생의 중간에 서서 30여 년 전 그 질문을 돌아 본다)
너의 그 질문 이후에 나의 삶은 치열했다. 남들이 원하는 곳에 진학했고, 남들은 부러워했다. 물론, 나보다 잘 난 동기들도 많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냥 괜찮을 거라고,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우선은 세상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나에게 원했다. 나만 모르고 있었을 뿐. 20여 년 전을 돌아보는데 손 끝이 아프다. 이렇게 쓸 수 밖에 없는 내가 죽도록 싫지만, 이제는 더이상 나를 속일 수도 없다. 내가 아는 세상은 내 눈 앞에서 내가 모르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채기에 너무 어리석었다. 어쩌면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안이하고 어리석은 모습으로 20대를 보냈다.
IMF라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 준비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또 무작정 열심히 살았다. 이게 너의 그리고 나의 30대다. 그렇게 어른으로 행세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면서 살았다. 때로는 남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질투와 시기심을 뒤에 숨기고 애써 웃으면서, 정말 싫은 누군가를 마지못해 만나면서, 사실을 호도하며 누군가를 설득하면서,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면서, 특히 나 자신을 미워하면서 그렇게 살았었다.
나 자신이 이제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겠지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40대다. 측정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스스로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기를 그저 바랬는지도 모른다. 조직에서의 역할이 커지고, 남들이 부르는 호칭도 달라지고, 직책도 나름 중요해졌지만, 여전히 나는 나 스스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또 바쁜 일과와 군중 속에 나를 숨겼다. 나는 평생을 써온 필패전략.. 무작정 열심히 살기를 선택했다. 고집스럽게 나 자신을 변명하고, 미안한 마음을 화 내는 것으로 드러내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 나는 나를 철저히 숨겼다. 그렇게 나는 나를 철저히 숨기고 색칠하면서 살았다.
그렇게 오십이 됐다. 네가 질문을 던지고 38년이 지났지만, 나는 무작정 오십이 됐다. 너에게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채 나는 아직도 '나'에게 묶여 있다. 그렇게 나는 아직도 미숙하다. 네게는 미안하지만, 너의 그 질문에 나는 지금 답할 수 없다.
아직 난 '방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