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35년 후, 여전히 나는 다짐 뿐이다.

by 질그릇

1986년 1월 18일. 토요일.


어머니께서 요즘 많이 아프시다. 나는 이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무척 안타까왔다. 그래도 편히 해드리려고 애썼다. 어머니께서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으신 지 한 약을 몇 첩 사 오셨다. 나는 어머니께서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내가 잘 되어 호강시켜 드려야 겠다.




2020년 1월 13일. 수요일.


내가 브런치에서 읽는 글 중에 사춘기 자녀와의 일기를 적는 분이 있다. 그 글을 읽으면 눈물이 난다. 예외없다. 그 마음이 그 마음이겠지. 그렇게 내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 엄마도 그랬을 거다. 성질 지랄 같은 아들 비위 맞추느라 그 까짓 공부 좀 한다고 유세 떨던 아들 기분 맞춰주느라고, 군대, 병원 뒷바라지 하느라고 그렇게 살다보니 지금은 늙고 아프다. 그 늙고 아픈 것의 8할은 나 때문이다. 그 분에게 자아실현이라는 단어는 남미 시골에 있는 강아지 이름보다도 멀다.


그 놈의 호강은 언제시켜 드릴지. 반백의 나이에 들춰본 일기장은 나를 세게 후려친다. 너는 아주 못된 놈이라고 마구 욕한다. 그래도 나는 할 말이 없다. 코로나 핑계로 찾아 뵙지 못한 지도 두 달이 넘었다. 거리두기 단계가 하나라도 떨어지면 꼭 찾아 뵈겠다고 어제 통화를 했는데 여전히 아픈 그 분은 목소리가 좋지 않다.


언젠가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할 날이 올 거다. 이런 생각 없었는데, 작년부터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것은 완전한 내 편인 부모님께서 살아 계시다는 거다. 아직도 나에게는 그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 당연함 때문에 아직도 나는 다짐 뿐이다. 언젠가 해 드릴거다.. 이렇게.


이제는 당연함을 지우고, 더 늦기 전에 35년 전 나의 다짐을 조금씩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