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은 곳에서, 처음으로 사업을 해봤다

[부싯돌] 파스칼 정상현 대표 인터뷰


들어가며

부싯돌 매니저 하지입니다. 부싯돌 3기의 첫 번째 주인공인 파스칼 팀의 정상현 대표를 소개합니다.

*부싯돌이 궁금하다면 이전 화인 '부싯돌 프로젝트'를 확인해 주세요.


파스칼 팀을 처음 만났을 때, 이 팀은 이미 기술을 갖고 있었습니다. AI 전화 기반 복지 서비스라는 설명도 명확했고, 춘천에서 MVP 테스트를 진행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싯돌에서 파스칼 팀이 마주한 건 ‘기술이 있느냐’가 아니라, ‘이 기술을 어떻게 써야 하느냐’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성공 사례를 정리하기 위한 기록이 아닙니다. 파스칼 팀이 자신들이 세운 가설이 현장에서 흔들리는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담은 기록입니다.



팀 파스칼(PAS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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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칼(PASCAL)
파스칼은 고령자와 복지사를 잇는 AI 전화 기반 복지 지원 솔루션 ‘오라(ORA)’를 개발하는 IT 스타트업입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MVP를 개발·테스트했으며, 전북 부안군에서 복지센터 현장 실증(PoC)을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고령자를 직접 대체하는 기술이 아닌, 복지사 업무를 지원하는 구조로 서비스를 피봇팅 했습니다.

⬛️ 주요 성과
- 도전! K스타트업 왕중왕전 수상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
- 부안군 복지센터 유료 시범사업 도입 준비 중 (2026년 2월 시작 예정)



파스칼사진ng.png AI 전화 기반 복지 지원 솔루션 '오라(ORA)'를 사용하는 모습








파스칼 정상현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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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자기소개와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IT 스타트업 파스칼 대표 정상현입니다. 부싯돌에서는 토비라고 불려요.


파스칼은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AI 사용이 어려워지는 분들이 늘어나고, 그 부담이 복지사에게 집중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팀이에요. 복지사분들이 전화 상담이랑 행정 업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계시거든요. 그 부담을 AI ‘오라(ORA)’가 덜어주는 역할을 하자는 게 출발점이었습니다.



파스칼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 팀인가요?

모든 고령자가 장벽 없이 복지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전화는 그 비전을 가장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앱보다 전화가 고령자분들한테는 훨씬 익숙하니까요.


파스칼 복지사 오라 사진.jpg 복지사 'ORA'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모습



부싯돌 3기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실증’ 때문이었어요. 아이템을 만드는 것보다, 이게 실제로 통하는지를 증명하는 게 훨씬 어렵거든요. 저희 아이템은 특성상 지자체나 복지센터를 뚫어야 하는데, 강원 지역은 연결고리가 있어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부싯돌을 아이템을 실증할 수 있게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사업이라고 보고 지원했습니다.


부싯돌 초반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7월 한 달은 방향을 잡는 데 집중했어요. 춘천에서 테스트했던 가설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부안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어요. 춘천에서는 복지 서비스를 대신 신청해 주는 기능에 대한 수요가 있었는데, 부안에서는 서비스 신청 단계까지 가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부안에서의 상황은 어떤 점이 가장 달랐나요?

부안에서는 복지 서비스 자체가 충분히 활성화돼 있지 않았어요. 고령자분들은 서비스를 직접 신청하기보다는, 복지사와의 물리적인 만남에 더 의존하고 계셨고요.

복지사분들은 하루에도 많은 어르신을 만나야 하는데, 상담 기록이랑 기관 평가를 위한 종이 서류 때문에 시간이 계속 뺏기고 있었어요. 퇴근 이후에 일지를 쓰는 경우도 많았고요.


부안 내 노인복지센터 복지사님과 미팅하는 모습



그때 팀의 가설이 바뀌게 된 건가요?

네. 저희는 고령자가 직접 쓰는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복지사의 업무 흐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누가 이 서비스를 쓰는가’였던 거죠.


(노인 복지) 현장에 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말 쉽지 않았어요. 8월부터 10월까지 (부안 내) 복지센터 미팅을 계속했는데, 전화로 연락한 곳은 20곳이 넘었고 실제로 만난 곳은 7곳 정도였어요.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랑 “도입하겠다”라는 말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곳에서 PoC를 하기보다는, 한 곳을 정해서 제대로 해보자는 결정을 했어요.


현장 테스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대체’라는 말을 꺼냈을 때요. AI가 상담사를 대신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을 때, 실무자분들 사이에서 일자리 대체에 대한 반발이 바로 나왔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실무자분들을 먼저 납득시켰어야 했는데, 위에 분들부터 먼저 만난 것도 실수였고요.


그 이후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방향을 바꿨습니다. 고령자를 물리적으로 돕는 건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했어요. 대신 기록이랑 행정 업무를 자동화해서, 복지사분들이 어르신을 더 잘 돌볼 수 있게 돕는 구조로요.

그래서 전화는 복지사가 직접 하되,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서 상담일지로 정리해 주는 기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설계했습니다.


부안에서 실증을 진행하는 데에 어떤 조건들이 필요했나요?

행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어요. 부안군청 사회복지과를 연결해 주신 게 시작이었고, 그게 없었으면 센터와의 미팅도 어려웠을 거예요. ‘명분이 생겼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부안군청 '사회복지과' 팀장님, 주무관님과 미팅하는 모습



또 하나는 체류 환경이었어요. 저희 팀 모토가 ‘고객 옆에 있어야 한다’인데, 몇 달간 실제로 살아야 했거든요. 집을 제공해 주는 지원사업은 멘토리가 처음이었어요.


파스칼(2).png 부싯돌 숙소 '어울림 쉐어하우스'에서 작업 중인 파스칼 팀 사진



부싯돌 이후 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팀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일부 팀원은 정리했고, 지분 계약을 통해 책임 구조를 다시 만들었어요. 시범사업 지원을 받다 보니 팀 전체가 책임감을 갖게 됐고, 창업동아리에서 스타트업 팀으로 바뀐 느낌입니다.


개인에게는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요?

가설만 생각하던 단계에서 벗어났습니다. 스타트업은 결국 고객 옆에 있어야 한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만나서 부딪혀 봐야 검증이 되더라고요. 가장 뚫기 힘든 B2G를 실제로 경험해 보면서 용기도 얻었습니다.


지금 파스칼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 곳이라도 제대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템을 실제로 쓰게 만들고, 수익까지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은 부안에서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이후에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걸 고민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부싯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디딤돌이었습니다. 실제로 해보고, 판단해 볼 수 있게 해 준 디딤돌이요.







PM 코멘트


파스칼 팀을 보며 ‘검증하는 창업가’를 떠올렸습니다

부싯돌 3기를 운영하며 파스칼 팀은 가장 많이 미팅을 진행한 팀이었습니다. 부안군청과 복지센터 미팅이 끝난 날이면 파스칼 팀의 대표 토비는 늘 사무실에 들러 그날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오늘 미팅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오늘은 센터장님한테 혼났어요.”
“오늘 문전박대를 당했어요.”


미팅 결과는 늘 달랐지만, 태도는 같았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을 들고 와도 토비는 경계했습니다.

“도입하면 좋겠다는 말이랑, 도입하겠다는 말은 다르거든요.”

고객의 호의를 곧바로 시장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정적인 반응 앞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전박대를 당했다."라고 표현한 날에도 토비는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에요. 제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거절을 개인적인 실패로 받아들이기보다, 가설이 틀렸을 가능성으로 해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파스칼 팀은 고객 설정을 수정했습니다. 고령자를 직접 고객으로 두었던 초기 가설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복지사의 업무 과중이라는 문제 앞에서 바뀌었습니다. 서비스는 전화 대행이 아니라, 상담 기록과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구조로 재설계되었습니다. 이는 현장 실증(PoC) 과정에서 이루어진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파스칼 팀은 부안군 내 복지센터 한 곳과 시범사업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싯돌 3기의 목표였던 “딱 한 곳 연결하기”를 끝내 이루어낸 셈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파스칼 팀을 보며 느낀 것은 분명합니다. 창업은 아이디어보다 판단의 문제이고, 그 판단은 현장에서의 반복된 검증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파스칼 팀은 그 과정을 끝까지 해낸 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