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대신 버틸 수 있는 회사를 선택했다

[부싯돌] 나와 서영호 대표 인터뷰


들어가며

부싯돌 매니저 하지입니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부싯돌 3기 참여자인 나와 팀의 서영호 대표입니다

*부싯돌이 궁금하다면 이전 화인 '부싯돌 프로젝트'를 확인해 주세요.


이번 인터뷰는 나와 팀이 부싯돌 3기 활동 기간 동안 무엇을 ‘확장’했는지보다, 무엇을 멈추고 정리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설치 가설, 전력과 운영의 현실적인 제약, 그리고 빠른 성장 대신 내실을 선택하게 된 판단까지. 부안에서의 시간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하기보다, 이미 하고 있던 사업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팀 나와(N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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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NAWA)
종이컵, 플라스틱컵 크기 상관없이 일회용 컵을 세척, 건조, 압축하여 재활용을 용이하게 도와주는 기기 '컵끼리'를 개발합니다.
부안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모델을 설계하고, 현장 설치를 통해 기술·운영상의 한계를 검증했습니다.

⬛️ 주요 성과
- KC 전자파 적합등록
- 벤처기업확인서-혁신성장유형
- 소셜벤처판별인증-기술보증기금
- 국제지속가능인증원(IGSC)-조직인증 제로웨이스트 실버등급
- ISO9001(품질경영), ISO14001(환경경영시스템), ISO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연장 및 유지




나와 제품 사진.jpg 나와(NAWA) 팀의 스마트 분리수거기 '컵끼리'의 모습









나와 서영호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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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고 싶었어요


자기소개와 팀 소개 부탁드려요.

주식회사 나와를 운영하고 있는 서영호입니다. 부싯돌에서는 볼링이라고 불려요.

나와(No Answer We Answer)는 '답이 없는 곳에서 답을 찾자'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팀이에요. 환경 파괴를 조금이라도 늦춰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팀 구성도 거의 대학생 위주입니다.

처음부터 이게 명확한 비즈니스다, 이런 상태로 시작한 건 아니고요.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고 실험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나와가 그리고 있는 회사의 방향은 어떤 모습인가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초기 창업 멤버들이 월급을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회사 생활에 만족할 수 있게 만드는 거고, 두 번째는 급성장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성장한 기업의 사례가 되는 것입니다.

학생 창업으로 시작해서 정부지원사업만으로 급성장한 기업은 거의 못 봤어요. 지원사업을 하다 보면 KPI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리한 성장을 하게 되는데, 저는 그게 늘 의문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무리한 성장 루트를 밟지 않고, 천천히 성장한 기업들도 좋은 길을 갈 수 있다는 표본이 되고 싶습니다.


부싯돌 3기에는 어떤 이유로 지원하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원금도 이유였고요. 박상우 이사 집이 부안이라 전북·전남 쪽에 한 번 설치를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근데 막상 와서 해보니까, 단순히 설치를 해보자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뭘 검증해야 하지?”를 다시 보게 된 시간이었어요.


부싯돌 기간 동안 어떤 PoC를 진행하셨나요?

크게 보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커피 찌꺼기를 일본으로 보내서 비료로 만들고 다시 들여오는 모델이었고, 다른 하나는 스마트 분리수거기 ‘컵끼리’를 부안 환경에 맞게 재설계해서 시범 설치한 거였어요.


설치하면서 제일 크게 느낀 건 환경이 달라지면 전제가 다 깨진다는 점이었어요. 부스 운영에서는 문제없던 기계가, 이번 시범 설치 공간에서는 전력 불안정 때문에 계속 리셋됐거든요. KC 인증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라, 실제 납품 환경에서는 고려해야 할 조건이 훨씬 많다는 걸 처음 체감했습니다.


부안청년UP센터에 스마트 분리수거기 '컵끼리'를 설치하는 모습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하게 되셨나요?

이번 PoC의 성과는 잘 됐다가 아니라, 한계와 결함을 미리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선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걸 어디까지 고도화해야 하는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같은 아주 현실적인 조건들을 알게 됐거든요. 책상 위에서 계획만 했다면 절대 몰랐을 부분들이었어요.


타깃 고객 설정도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관광객을 타깃으로 생각했어요. 소노벨 같은 공간도 떠올렸고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관광객이 많지 않았어요. 그다음으로는 지역 주민을 생각했는데, 지역 주민들은 가는 곳만 가더라고요. 새로운 유입이 거의 없었어요.

그때 '우리가 상상한 시장이 실제 시장이 아닐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판단이 팀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사업 아이디어를 밀어붙이기보다, 시장에 맞지 않는 부분은 인정해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어요. 부싯돌 기간은 매출을 내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이 방향이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그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싯돌 참여 이후 나와 팀의 변화나 성과를 꼽는다면요?

겉으로 보이는 성과보다 내실을 다진 시간이었습니다.

소셜벤처 판별, ISO 인증 연장, 벤처기업 확인, IGSC 조직 인증까지 몇 개의 인증을 취득했는데요. 인증은 떨어질 수도 있어서 부담이 커요.

그런데 부싯돌에서는 지원금을 인증 비용처럼 정말 필요한 곳에 쓸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이제는 인증을 좀 쉬어도 되겠다”라는 판단도 할 수 있었습니다.







Part 2. 고민을 말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어요


부싯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투자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이요.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에서는 투자를 받지 않으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처럼 보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왜 투자를 받아야 하는지, 언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진지하게 이야기해주지 않아요. 저는 그게 늘 의문이었어요. 매출이 잘 나는데도 투자를 안 받은 기업들도 분명히 있는데, 투자 안 받았다고 실패한 기업 취급을 받는 게 이상하다고 느꼈고요. 부싯돌에서는 그런 전제가 없었어요.


“왜 투자를 안 받아요?”라는 질문 대신, “지금 대표님이 뭘 고민하고 계세요?”라고 물어봐 줬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게 제 경계심을 풀어줬어요.


그 질문이 왜 중요했을까요?

대표는 사실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어요. 도움을 요청하면 대부분은 뭔가를 얻기 위한 관계가 되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그냥 제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창업지원사업’이라기보다는 사람 같다고 느꼈어요.


나와팀 운영진 미팅 사진.jpg



멘토리의 지원 방식은 어떻게 느껴졌나요?

선생님 같은 느낌이었어요. 정답을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제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더해주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하세요” 보다는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봐 주셨고요.

창업가 입장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은 KPI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거나,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관계가 되는데, 부싯돌에서는 그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와팀 운영진 미팅 사진 3.jpg 운영진-나와 팀 커피챗 모습



5개월 동안 로컬에서 체류하는 방식은 어땠나요?

같이 사는 구조가 솔직해서 좋은 것 같아요. 몇 개월 동안 같이 살다 보니까 다른 창업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서 경계심을 풀고 친해질 수 있었어요.

일단 저희는 네트워킹에 일절 참여하지 않아요. 누가 잘해주면 경계부터 했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같이 살고, 좋든 싫든 계속 만나다 보니까 다른 팀도 창업에 진심인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걸 깨달은 뒤로부터는 고민상담도 해주고 관계를 지속하고 있어요.


창업 네트워킹 캠프 사진.jpg 행사가 끝난 후에도 부싯돌 구성원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다른 부싯돌 팀들과 관계를 어떻게 지속하고 계시나요?
일단 부싯돌의 대표님들이 저에게 고민상담을 많이 해요. 사실 처음엔 저도 바빠서 부담스러웠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 고민이 우리가 해야 할 고민인 거예요. 그 생각이 든 후로부터는 되게 자주 만나요.


특히 스쿼드핏 지민 대표님이랑은 자연스럽게 협업을 하게 됐어요. 나와에서 텀블러를 코팅해서 보내주면 스쿼드핏에서 판매하는 식으로요. 스타트업끼리의 협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살다 보니 하는 얘기가 결국 창업 이야기더라고요. "이거를 메인으로 가져가기에는 애매한데 같이 해볼래요?" 이런 식으로요.



부싯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요?

방탈출이요. 처음엔 방탈출 카페에 간 모두가 “이걸 왜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니까 제일 만족도가 높았어요. 이때를 기점으로 다들 확실히 친해졌어요.

재미도 재미인데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 창업팀의 대표다 보니까 문제를 푸는 방식이 다 다르더라고요. 누가 먼저 나서고, 누가 정리하고, 누가 끝까지 붙잡는지 그런 것들이 그대로 보였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나와) 직원들이랑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탈출 사진.jpg



부싯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부싯돌은 저희 팀에게 내실을 다질 수 있게 해 준 초석이었어요.

여담으로 팀원들이 누군가에게 선물을 사준 적이 거의 없는데, 부싯돌 운영진에게는 처음으로 선물을 샀어요. 그냥 지원을 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짜 고마운 사람들이었거든요.


나와팀에게 받은 선물.JPG 실제 보람이(나와 팀 배민규 이사)가 중국 출장 후 부싯돌 운영진에게 사준 선물






PM 코멘트


확장보다 정비를 택한 팀

나와 팀은 부싯돌 3기 참여팀 가운데 창업 연차와 스테이지가 가장 높은 팀이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이 팀을 지켜보며, 실행 경험이 충분한 팀일수록 확장보다 정비를 먼저 선택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와 팀의 부싯돌 참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점검하고 구조를 재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운영 과정에서 나와 팀은 PoC를 성과로 포장하기보다, 한계와 제약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전력, 설치 환경, 비용 구조 등 실제 납품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조기에 드러냈고, 이는 창업 현장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태도였습니다. 실험을 ‘성공 사례’로 남기기보다, 다음 판단을 위한 근거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팀의 운영 태도였습니다. 나와 팀은 부싯돌에서 요구한 모든 고정 과업과 일정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업무일지, 공유회 자료, 멘토링 기록, 활동 사진까지 항상 기한 내에, 구체적으로 제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성실함을 넘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신뢰도와 실행력을 갖춘 팀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졌습니다.


창업적으로 보았을 때, 나와 팀은 빠른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우선순위에 둔 팀이었습니다. 투자나 외형적 확장을 전제로 움직이기보다, 지금 단계에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구분했고, 그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지역에서 창업팀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이런 선택은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와 팀은 이번 부싯돌을 통해 더 빨리 가는 법이 아니라 더 오래갈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다듬은 팀으로 기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