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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부싯돌1기 1주차

부싯돌 1기 소개

부싯돌 프로젝트는 '부안에서 청년들이 만드는 도전의 불씨'라는 뜻으로 서울 밖, 로컬에서 자립을 꿈꾸고 있는 20대들을 위한 로컬 비즈니스 교육 프로그램이다. 부안군, 월드비전 지원하고 월드비전과 사회적 협동조합 멘토리가 기획한 프로젝트로 부안의 지역 자원과 파트너 기업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상품/ 서비스를 기획하며 로컬에서 '나만의 할 일'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작가 소개

나는 부싯돌 1기를 운영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지원했다. 여기서는 '구름'이라고 불린다. 여러 창업 지원 사업, 창업경진대회에 뛰어든 경험을 살려 교육과정 및 산출물을 기획하고 있다. 비즈니스에 아주 살짝 관심을 갖고 있는 20대 초중반 청년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비즈니스에 용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기업가정신을 겸비한 인재로 키워낼 수 있게끔 만들어 내는 것이 나의 임무다. 


나는 극초기 예비창업가들은 도대체 어떻게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지,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형화된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 하던 사람이다. 여태까지는 그 방법론을 알아내기 위해 스스로 극초기 예비 창업가가 되어서 이리 뛰고 저리뛰어 왔다. 22살 때부터 4년 간 내가 스스로 실험자(스타트업 입문자)가 되어 그 방법론을 다양한 방면에서 실험하며 치열하게 달려왔다. 지난 4년을 돌아볼 때 나름의 단계별 성과는 얻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최종적으로는 아직 내가 꿈꾸는 바, '스타트업으로써의 성공'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느낀다. 플레이어의 시각에서는 그 상황에 매몰되고 눈 앞에 놓인 것만 좇게 되는 경향이 크기도 해서 이번에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이 방법론을 풀어보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극초기 예비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교육 및 미션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세워보고 그 성공론을 정형화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부싯돌 프로젝트는 숙식을 함께하는 창업 프로젝트

부싯돌 프로젝트는 총 20주 동안 활동한다. 부안에서 참가자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온종일 붙어서 일하고 생활하는 생활 밀착형 창업 프로젝트이다. 숙식을 함께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방면에서 이점을 가져다 준다. 먼저 첫 번째로, 팀의 비즈니스 몰입도를 높여준다. 참가자들은 9시부터 18시까지 팀과 온전하게 시간을 쓸 수 있다. 덕분에 각 팀원들의 이동 거리를 고려하거나 일정을 조율하는데 들어가는 시간 및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온전하게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초창기 창업팀의 경우에는 사무실을 구할 돈이 없기 때문에 공유오피스를 찾아다니거나 카페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업무를 진행할 경우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업무의 시간적 제약이 크기도 하고 주변 환경에 따라 집중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무실과 집을 지원해준다는 것은 돈과 시간이 부족한 초창기 창업팀에게 정말 매우 큰 메리트다. 

두 번째로, 일하는 시간 외에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은 참가자들 간의 신뢰도를 빠르게 높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배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말과 행동으로 전달되는 메세지를 오해하고 싸우기 마련이다. 20년을 함께 살아온 가족의 말도 비수가 되어 꽃힐 때가 있는데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의 말과 행동은 오죽하겠는가. 특히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가 많은 창업 프로젝트에서는 서로 날카롭게 말하거나 행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경우 의견 대립이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한 번 더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의 성향, 배경, 문화적 요소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를 고려해서 이 상황에 대입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오해로 인한 싸움의 빈도수를 낮출 수 있다.

 



부싯돌 프로젝트는 맞춤형 창업 프로젝트

기존에 멘토리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다른 창업 지원 프로젝트와 같이 정형화된 자율 프로젝트였다. 큰 틀을 운영진이 잡아주되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단계별로 필요한 것들도 스스로 찾아 나가야 했다. 그러다보니까 다양한 방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직 미숙한 20대 초중반 청년, 예비 초기 창업가들은 스스로 방향을 설정할 때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적인 요소는 최소화하고 큼직한 공통 과제 외에 나머지 단계별 산출물들은 팀원들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설정할 수 있게 했는데 너무 큰 자유를 주니까 오히려 어려워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자신들이 부족한 부분을 함께 공부하고 학습시키며 나아갈 수 있는 커리큘럼을 원했다. 

1주차에 진행한 단기 디자인씽킹 워크숍에서도 최소한의 공통 교육을 제외하고는 팀이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끔 공통 과제를 내주었는데 진행하다 보니까 중간중간 프로젝트 전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잘 모르는 참가자들이 뒤쳐지는 느낌이 들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계 별로 학습 속도가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그들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이를 위해 부안 팀이 이번에 시도하려고 하는 것은 맞춤형 창업 프로젝트이다. 팀 별로 산출물과 마일 스톤을 다 다르게 잡고 참가자들 개별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개별적 온라인 교육 및 실전 훈련을 통해 보완하고자 한다. 



기획했던 1주차 프로젝트

부싯돌 프로젝트 1기 1주차 때는 참가자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부안 사람들을 알아가는 시간, 디자인씽킹 방법론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구성했다. 참가자들은 첫 날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세 가지 이모지와 러닝 컨트렉트를 통해 나와 서로를 알아갔다. 러닝컨트렉트는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으로 구상했으며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이곳에 와 있는 시간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진지하게 나의 삶,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었는데 그 댓글은 보는 내가 다 감동적이었다. 생판 모르는 남이지만 서로의 삶의 따뜻한 안부를 건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잘 뽑아놓은 것 같아 괜스레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부안 사람들은 부안에서 이미 창업을 하고 있는 청년 창업가 두 명을 섭외했다. 한 분은 디자이너로서 살아가고 있는 분이었고 한 분은 로컬 브랜드 대표로서 살아가고 있는 분이었다. 오랜 기간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온 사람들로부터 부안의 매력을 듣는 것은 또다른 귀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의를 통해 인연이 닿은 참가자들이 연사들과 만날 약속도 잡는 것을 보면서 잘 연결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삼 일(수, 목, 금)은 디자인씽킹 방법론을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디자인씽킹 방법론을 단계별로 소개하고 계속해서 참가자들에게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강의를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왜 그럴까?'를 생각할 수 있게 노력했고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게끔 만들었다. 짧은 시간을 주고 매일 매일 산출물을 내게 만듦으로써 몰입하는 습관을 길러주고자 하였고, 열심히 하게 만들기 위해서 약간의 경쟁적 요소도 집어넣었다. 참가자들이 다른 팀의 결과물도 보면서 자신의 팀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 또 다른, 남들과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려고 계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참가자 후기

단기 디자인씽킹 프로젝트에 대한 참가자들의 후기는 다음과 같다. (사진과 후기글 작성자는 무관하다.)

"솔직히 하다보니 욕심이 나서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가격'이 선정되었다. 청년 커뮤니티 소개가 마음에 들어서 약 한 시간 가량 쥭과 토론했다. 그 결과 쥭의 말이 더 설득력이 느껴져 결국 채택되었다. 과연 잘될까 라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하다보니 괜찮아졌다. 욕심을 버려야만 비로소 일이 진행된 걸 느끼고 앞으로는 욕심 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단기 디자인씽킹을 통해 문제 정의와 솔루션에 어느 정도 감이 잡혀 앞으로의 팀과 효율적으로 분업할 수 있을 것 같다."


"3일 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되돌아보니 나의 능력을 한 번 더 평가하고 역량을 단기간에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창업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만큼 이번 활동은 제가 배우고 얻어가는게 많았던 것 같습니다. 창업 관련 뿐만 아니라 삶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강의가 많아 만족스럽습니다."


"선택과 집중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 문제 해결 능력도, 창의력도 성장한 것 같으며 팀 활동을 통해 얻은 점도 많았습니다. 감쟈합니다."


"다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멋진 아이디어와 날카로운 통찰이 지독하게 부러웠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계속 함께 열심히 달려봐요!"

"정말 유익했습니다. 문제정의를 만족스럽게 낸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수확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솔루션을 더 잘 내고 싶습니다."


"인터뷰 과정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놀랐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시간을 뺏기기 싫어하는구나. 시간이 촉박한데 보여줄 걸 만드는 상황에서 팀원들과의 관계 및 협업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라 되게 어렵긴 했지만 팀원들 덕분에 즐거웠다."

"현장에서 뛰어다니고 인터뷰하는 것이 오히려 쉬운 것 같다. 기술적인 것은 너무 어렵다. 팀원들 짱"


"새로운 것을 만들고 생각하는 디자인은 창업과 많이 닮아 있었고 창업과 디자인을 서로 비교하며 배웠는데 창업할 때 필요한 것들이 디자인씽킹을 하며 마구마구 나와 매순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디자인씽킹 관련 경험이 단 한 번 뿐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많이 좌절하고 고민하면서 (조금은) 성장을 해낼 수 있었어요. 나의 부족한 점을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알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시간 내에 프로토타입까지 만드는 과정은 처음이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다른 팀들의 발표와 피드백을 들으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 혼자서는 못할 일들을 해낸 게 뿌듯하다! 다음에는 좀 더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잘하고 싶다."



회고

나는 프로젝트 경연 대회를 참가하면서 스스로 더 많이 생각하고 더 깊게 고민하는 시간이 많은 팀이 결국 우위에 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강의를 진행할 때도 최대한 어떤 사안이나 지식을 받아들일 때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게끔 만드는 장치를 많이 넣었다. 처음에는 참가자들이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워 하는 것이 느껴졌고 내가 물어보기 전까지 절대 입을 안 열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그들에게서 질문이 막 쏟아져 나왔다. 마지막 날 발표 할 때는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질문을 퍼붓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궁금해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힘을 길러준 것 같아 기뻤다.

팀 별로 경쟁하게 만드는 경쟁적인 요소가 참가자들을 더욱 몰두하게 만들었으나 일부 참가자들의 경우 짧은 시간 내에 결과물을 내야 하다 보니까 부족한 부분을 학습할 시간이 없어 힘들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과물을 내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빠르게 찾지 못한 참가자들이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해원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단계별 맞춤형 교육을 집어넣기로 했다. 이 장치의 효과는 다음 글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디자인씽킹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나는 앞에 나가서 내 의견을 말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성장하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안에서의 시간들이 앞으로의 나의 삶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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