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그는 매번 나에게 살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살인해서 좋은 점이 뭐냐고 물으면, 희열과 쾌감 정도로 답했다. 그 바탕은 '재미'가 되겠다.
살인을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시도했다가 실패했다고 했다.
웃으며 말했지만 무언가 그 안에 '사연'이라는 게 들어있을 거 같았다.
왜 내 주위에 독특한 사람들이 모여들까 생각해봤는데,
나도 생각으론 충분히 많이 해봤다는 결론을 내리자 거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어떤 것에 분노를 쌓아놓는 것인지 찾아보라고 말해보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으나,
혼자만 알고 있는 건지 생각을 안 하는 건지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나 같아도 말해주지 않을 거 같다)
빨대로 목에 꽂아봤냐고 물어보거나,
피부가 피부병같이 부어올랐는데 병원에 안 가고,
교회 다니는 나에게 예수님을 욕한다던지,
아침마다 음담패설을 한다던지,
죽음을 항상 바라보는 것처럼 말하고,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엄청난 쾌락주의를 갖고 있고 또한 실제로 살고 있는,
여러 가지로 내키는 대로 사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아닌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길래 지옥 간다고 말했더니, 어차피 자신은 지은 죄가 많아서 지옥에 갈 거라고 했다.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라며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적어도 내가 배운 지옥은 사람 사는 곳은 절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갑자기 섹스가 재미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큰 재미를 잃었다면서, 정말 큰일 났다면서 말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잘됐다고 말해버렸고 재미난 거 많다고 말해주며 기뻐했다.
또 말하길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결혼에 대해 별생각 없이 말했던 사람이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애인에게 프러포즈하라고 했더니 뭐라고 하냐고 물어봤다. 그 질문까지 하니 더 놀라웠다. 생각이 변해간다는 게 이런 것일까?
이 모든 것이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그것도 잠시
다음날 다시, 나에게 살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달라진 생각들은 그저 나의 맞장구를 쳐준 것일까
아니면 깊은 속 내면이 겉으로 잠깐 나타났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