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이별준비
다섯 살 때 이사 온 아파트,
시간이 자연스럽게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낡아지는 과정을 보게 된다.
벽지가 어느새 색이 변해있고,
벽이 어느새 금이 가있고,
화장실의 타일 사이가 어느새 벌어져있고,
아마, 그 구멍으로 벌레가 나오는 듯하고,
어느새 세탁기가 이상하게 잘 되지 않고,
어느새 집구석에 먼지가 쌓여버리는 게,
낡고 있다.
키우던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아빠, 엄마의 움직임도 느려지고,
아빠의 퇴근 시간이 신경 쓰이고,
엄마의 집안일이 신경 쓰인다.
왠지, 아빠 엄마가 지쳐 보인다.
그냥,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