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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먹 May 05. 2021

첫 면접이 이래도 되는 건가요

저도 제가 뭐라고 답변하는지 모르겠어요

2화. 같이 회사를 다니고 싶은 건가요


첫 면접이 잡혔다. 판교에 자리 잡은 6명 규모의 작은 스타트업 회사. 초행길은 항상 길을 잃어서 면접에 늦을까 예상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발했다. 스스로를 불신한 나머지 오전 11시 면접에 깔끔하게 10시까지 도착했다. 괜히 시간을 손해 보는 기분. 아무리 면접 장소에 일찍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정각에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연락하지 않는 게 예의라는 글을 어디서 봤었던 것 같다. 당시엔 이유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도 그들의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근처 카페에서 시간이라도 죽일까 고민했는데 커피를 즐겨마시는 스타일도 아니라 결국 고민 끝에 반층 위 계단에 덩그러니 쪼그려 앉아있었다. 면접자는 무슨. 꿔다 놓은 보릿자루에 빙의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아서 면접을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도 할까 싶었는데 상황이 닥쳐오면 오히려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냥 핸드폰 자판을 두들기며 긴장을 달랬다. 몇 분이 지나도 건물은 쥐 죽은 듯 굉장히 조용했는데, 걸어 올라오는 계단 소리가 들리더니 청소부 아주머님과 좁은 계단에서 마주쳤다.


"으잉? 이 건물은 사람이 잘 안 오는데."

"……. 안녕하세요."


몸을 일으켜 고개를 가볍게 까닥였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훑어보시다가 그대로 지나치셔서 머쓱하게 웃었다. 도로 앉아서 폰의 잠금화면을 풀어보니 10분 정도 남았다. 긴장한 것에 비해 시간은 꽤 잘 가는 것 같았다. 멍하니 있는데 다시 아주머님이 돌아오셔서 말을 걸어왔다. 앉아있지 말라는 계시인가 보다.


"여긴 뭐하러 왔어요? 몇 살?"

"아, 저는 25살이고, 면접 기다리고 있어요."

"어디?"

"저기 403호요."

"아~. 그래, 힘내요."


뭐지. 아무튼 아주머님의 가호를 받았다. 이제 면접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전화를 걸어볼까.




복도에서는 대걸레 소리만 울렸다, 출처 @pixabay


면접은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말에 본격적으로 면접이 시작됐음을 느꼈다. 준비했던 멘트가 생각나지 않아서 되는대로 말했다. 아니, 뱉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지원한 파트, 준비한 포트폴리오, 아무 곳이나 뿌려서 얻어걸렸던 거지만 회사를 선택한 이유, 자신 있는 점을 3분 정도로 설명했다. 이후 포트폴리오 위주의 면접이 진행되었다.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은 일, 힘들었던 일. 그걸 극복한 노하우. 프로젝트를 통해서 배운 점 등. 그러다 회사에 입사하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어봤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멍청한 대답을 했었다.


"이 회사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가 뭔가요?"

"플레이스토어 1위 달성이요."

"허허, 어떻게요?"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모르겠다. 이게 바로 신입의 패기란다를 보여주고 싶었던 나머지 과욕이 불러온 참사의 대답. 정확히 뭐라 더 설명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시장에서 흔한 아이템이 아니었고, 꾸준히 콘텐츠를 추가하면 독보적인 위치로 부상하여 유저들이 유입이 커질 것이다, 라는 얼토당토않는 소릴 했었던 것 같다. 그게 생각대로 됐으면 창업을 했지. 면접이 막바지에 이르렀는지 질문 사항에 대해 물어왔다. 회사에서 맡게 될 일,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프로젝트의 방향성 등을 물어봤다.


"더 질문 사항 있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나요?"


유일하게 당시 준비했던 멘트를 했다. 이것도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면접을 위해 준비한 문장이란 것 정도. 머리가 하얗게 질린 상태로 면접이 끝났다. 완전히 망쳤다는 느낌. 어차피 처음 본 면접,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다. 면접을 연습했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척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회사의 서류가 통과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오늘 면접은 서쪽으로 왕복 4시간인데 이번에는 북쪽으로 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다. 답도 없다. 이러다 서울의 동서남북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손가락은 공손하게 다음 면접 일정을 잡고 있었다.


어쩌겠는가. 다음 면접을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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