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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먹 Nov 06. 2022

면접자보다 말이 많은 건가요

저도 말할 시간을 주세요

3화. 첫 면접이 이래도 되는 건가요


이번에는 서대문구 쪽의 15명 남짓의 스타트업 면접이 잡혔다. 이 회사 역시 집과는 거리가 굉장히 멀어서 출퇴근할 자신은 없었지만, 아무튼 신입이 뭘 따지겠는가. 부르면 가야지. 회사는 오르막길 도보 13분 남짓 정도 되는 곳에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길치인 나는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탄 적도 있기 때문에 무작정 걸어가기로 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 1시간이나 일찍 왔으니까.


카카오 맵의 도움을 받아 40분은 일찍 도착했다. 저번 면접보다는 그래도 늦게 도착한 편이다. 건물 비상계단 쪽에서 쭈그려 앉아서 기다렸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모양 빠진다. 그냥 주변 카페에서 기다리면 될 것을 미련하게 건물에서 죽치고 기다렸다. 두 번째 면접도 다를 건 없다. 근처 카페 안에서 기다리자니 딱히 뭐가 마시고 싶지도 않아서 주변을 산책하며 어슬렁거렸다. 5분이 남은 시점, 도착했다고 연락을 드렸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어쩔 수 없이 커피는 마시게 되더라, 출처 @pixabay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소양은 뭘까요?"

"음,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면접을 한 번 해봤다고 이전보다 긴장감은 덜했다. 당시의 나는 질문에 대해 논리가 가장 최우선이라고 느꼈었다. 기획자는 혼자서 모든 걸 만드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해 남들을 설득하려면 논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장을 하려거든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명확해야 하니까. 


"맞아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의 완성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네, 중요하죠."

"결국 프로젝트는 완성이 되어야 기획자가 인정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 그렇죠. 네, 네."


혹시 헷갈릴까 봐 언급해두자면 파란색 글씨가 나다. 대표님은 자신의 기획 철학에 대해 굉장히 정열적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면접자보다 면접관이 더 말이 많을 정도로. 기획자는 프로젝트의 완성이 중요하다. 물론 동의한다. 개발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출시하지 못한다면 경험은 남겠지만 모두가 그 경험을 값지다고 평가해주진 않을 것이다.


더 자세한 면접 내용까지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3년 전이니까. 1시간 남짓의 시간이지만 기획에 대한 가치관이 어느 정도 결이 나와 맞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가 면접자인데. 나에 대해서 더 궁금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 면접이었으나 개발 가치관이 비슷하다면 일하는데 수월하겠다고 생각했다.





실수한 건 없었나 뒤척이는 밤, 출처 @pixabay


면접을 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첫 면접과 다음 면접 모두 합격 연락이 왔다. 하나는 이메일, 하나는 문자로 왔었던 것 같다. 어, 근데 난 합격한 이후를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덜걱 붙다니. 


다음은 어떻게 할지 다른 고민으로 깊어가는 취준생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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