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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먹 Jul 12. 2021

쳐다보지 말라던 주식 바라보기

요즘은 10대도 주식 공부해서 투자한다던데

주식 같은 건 하지 마라. 쳐다도 볼 생각 말아라. 그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어릴 적 아빠가 주식으로 돈을 크게 말아먹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내 인생에는 '주식'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첫 월급을 받은 날. 앞으로 이 돈을 가지고 언제 집을 사지. 언제까지 일을 해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걸까. 막막함에 울었던 그날. 일단 '목돈'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있어 목돈이란, 나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돈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을 때 지탱해줄 수 있는 힘. 그 기준을 나는 3000만 원으로 잡았다.


그로부터 2년 뒤, 27살. 3000만 원이 모였다. 목돈이 모이면 뭐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막상 목돈이 모이니 이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더 막막했다. 다시 적금을 넣자니 이율이 너무 낮고, 예금도 별 차이는 없었다. 막연히 한국에서는 부동산만이 돈을 버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모은 돈으로 부동산에 입문하자니 당장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사실 아무것도 공부해둔 것도 없이 오로지 돈만 있는 사회초년생이기 때문. 그래서 그제야 마주하게 된 주식의 길.


2020년 겨울, 먼저 주식을 시작한 언니가 있었다.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고, 단기적으로 조금씩 용돈 정도로 소소하게 벌고 있는 걸로 보였다. 그러면서 계속 나에게 입문해보라고 권유를 해왔다. 이럴 시간에 주가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나. 그래, 주식 시작해볼 생각은 있어. 근데 나중에 해볼게.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 그새 2021년이 됐다.


너도 주식해보라니까? @pixabay

계속되는 권유에 결국 정말로 주식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떻게 입문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넷플릭스의 개미는 뚠뚠이라는 예능 프로그램부터 가볍게 시청했다. 좋은 방법으로 투자하는 것보다는 (1) 무슨 회사 인지도 모르는데 감으로만 투자한다거나 (2) 주가가 급상승중인 곳에 혹해서 무작정 뛰어들지 말자라거나 (3) 한 곳에만 한꺼번에 올인하지 말자 등 저렇게는 투자하지 말아야겠다를 먼저 배웠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주식에 대한 개념을 간단하게 공부했으니, 나만의 원칙과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투자 원칙   

수익률의 상승이 늦더라도 원금손실이 적은 가치주 포트폴리오 70% 이상 유지한다. (브랜드를 말하면 누구든지 알만한, 망하지 않을 것 같은 회사 위주)

총자산에서 저축과 투자는 최대 5:5 비율을 유지하며, 맹목적인 투자는 하지 않는다.


2021년 투자 목표   

분기별 배당금 5만 원 달성(가지고 있는 회사의 주에 따라 분기별로 돈을 줌)

평가 손익 5% 달성


투자 현황

총 투자금 : 1000만 원


사실 아직도 주식 관련 단어를 자세히는 모른다. 일, 월, 년 별로 주가 차트의 움직임과 브랜드의 평판을 기준으로 주식을 사고팔고 있다. 잃은 것도 있지만 적당히 분산해서 투자했더니 얻은 것도 많아서 투자 목표 중 평가 손익 5%를 훨씬 넘어 10%를 달성했다. 분기별 배당금 5만 원은 현재 투자금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반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주식으로 소위 말해 '대박'을 치려는 생각은 없다. 야수의 심장이라고 하던가. 그런 사람들의 무용담을 보며 솔직히 부럽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힘으로 경제를 바라보며 얻은 돈이 나에게 있어 절대 작은 가치가 아니라고 느낀다. 나는 나만의 방법이 있는 법. 현재도 잠깐 큰돈으로 주식 사는 것을 쉬고 있다. 주식에 목매어 살지 않고, 건강한 투자자의 시점을 가지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 소식을 매일 보내주는 서비스를 구독하면서 경제와 서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역시 무엇이든 직접 뭐라도 해보고 볼 일이다. 돈을 잃어도 잃은 것으로 인한 배움이 있고, 얻어도 얻은 것으로 인한 배움이 있으니까. 


친구들도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나에게 권유해준 언니처럼 주변에 주식을 권유하고 있다.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 같지만. 가볍게 좋아하는 브랜드를 1달에 1주씩 사는 걸로 추천하고 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투자하고 싶은 회사랑 결이 나름 비슷하지 않은가. 난 소소하게 오늘 코카콜라를 하나 마셨으니 코카콜라 1주를 사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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