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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먹 Sep 25. 2021

벌써 저축이 지겹다

라고 이제 20대 후반이 되어가는 초년생이 말했다

저저번 글 : https://brunch.co.kr/@meog/7


돈을 모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젠 또 지겹단다. 25살에 취직해 이제 27살. 직장 생활 3년 차에 접어들고 있고, 벌써 돈 모이는 것에 둔감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제로부터 시작한 통장은 돈이 쌓여가는 게 직관적으로 보였지만 요즘 통장은 그냥 조금 늘었네, 하고 마는 식이다. 분명 나의 월급은 올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2년 전의 나는 그저 열심히 모으기만 하면 될 거라 의심치 않았었는데.


사실 저축이 지겹다는 말만으로는 모든 감정을 설명할 수 없다. 소비를 참는 것 또한 지겹다고 느끼는 것과 같다. 우습게도, 저축과 소비 둘 다 싫다. 남이 보기엔 그럼 어쩌라는 것인지 싶겠지만 그저 언제까지 이렇게 소비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감과, 모은 돈을 소비하기엔 아깝고, 막상 열렬하게 사고 싶은 물건도 없어서 그렇다. 직장인의 어리광인가 싶기도 하고,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돈태기'라고 부르고 있다.




처음 올라가던 계단은 밝았었는데 @pixabay




아직 내 주변에서는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또래 친구가 없는 거 같다. 크든, 작든 소비를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분명 나도 사고 싶은 게 있다. 없는 게 아니다. 단지, 그 물건이 그만한 가치를 하는 것인지, 정말로 나에게 당장 필요한 게 맞는지 하나를 사더라도 여러 가지를 재는 사람이 되어있었을 뿐. 지금 써놓고 이렇게 보니 참 피곤하고, 어렵게 생각하며 살고 있구나 싶다.


투자와 소비를 멈춰보는 건 어떠냐는 조언을 듣고, 한 달 동안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딱히 상황이 좋아지진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결국 돈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요즘은 나 스스로에게 투자하고 있다. 물질적인 소유에서 오는 만족감에 무뎌졌으니 무얼 사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없을 거라 판단하고, 정신적으로 풍족할 수 있는 대체제를 열심히 찾기로 했다. 최근에 구매했던 목록으로는 영어를 공부하는 유료 애플리케이션 1년 치 구독과 클라이밍 일일 체험권 등이 있다. 


결론적으로 모두 만족스럽다. 물론 비용을 고민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찰나의 만족감으로 사라지는 종류의 소비가 아니니까. 그리고 곧 다가올 대체공휴일에도 다시 클라이밍에 다녀올 예정이다. 저축도, 소비도 모든 결론은 결국 나를 위한 길이다. 어떻게 해야 내가 즐거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맹목적인 저축보다는 건강한 저축을 위한 소비를 고민해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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