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닥타닥 제주에서 2주 차
여름이면 제주 바다에 오징어잡이 배가 뜬다.
2007년 여름밤, 제주도 서귀포시 중산간도로에 위치한 솔오름 전망대에 가 본 적이 있다. 야경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그들을 위해 커피를 파는 트럭도 있었다. 커피를 홀짝이며 내려다보는 깜깜한 밤바다에는 오징어 배들의 불빛이 수없이 반짝였다. 그 불빛들이 어찌나 많은지, 육지의 불빛들과 어우러져 어디까지가 육지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인지 알 수 없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오징어 배들의 불빛은 육지의 불빛처럼 보였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알 수 없어 그 광경이 오묘했다.
오랜만에 제주 바다에서 오징어잡이 배를 보았다. 해안가에서 바라보는 오징어잡이 배들은 바다 수평선에 정확히 일렬로 반짝이고 있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이보다도 더 또렷할 수가 없다. 오징어를 유인하기 위해 켜놓은 불빛들이 오징어도 낚고, 사람들의 마음도 낚는다. 바다는 잔잔하고 불빛들은 아롱거리고, 공기는 후덥 하고, 모기는 웽웽거리는 저녁 해안가를 걸었다.
여보! 가방에 버물리 약 담아 왔나?
아침부터 횡재를 했다. 산책길에 미역을 잡았다. 아니, 주웠다. 밀물에 올라온 미역이 해안가 길 위에 날 잡아 잡수시오! 놓여 있었다. 숙소로 가지고 가 깨끗이 씻어 미역국을 끓여도 좋을 만큼 싱싱해 보였다. 하지만 아쉽다. 오늘 아침은 이미 정해져 있다.
어제 호스트분이 문 앞에 단호박 두 개를 놓아두셨다. 제주 단호박이 제철이란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반가웠다. 아침으로 단호박을 찜해두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미역은 바다로 돌려보낸다.
낮동안에는 해야 할 일을 잠깐 하고, 늦은 오후에 나들이를 갔다.
가는 길에 내비게이션에도 딱히 지명이 나오지 않는 멋진 곳을 발견했다. 들판 한가운데에 두 개의 오름과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까지 이어지는 길도 깨끗하게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지나가던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우리도 붙잡혔다. 아름답다. 목적지가 분명하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이 이처럼 평탄하게 잘 닦여 있다니. 문득, 부러웠다. 삶의 모든 길목이 저토록 평온할 수는 없지만, 간간이, 가능하면 꽤 자주, 평탄하게 잘 닦인 길들이 우리를 쉬게 하면 좋겠다.
무사히, 감사히, 오늘로써 제주도에서의 2주가 지났다.
16년 전 너를 처음 만나, 543일 동안 미처 다 알아보지 못한 너의 참모습을 나는 더 알고 싶다.
남은 시간도 부탁한다, 제주도야.
고양이가 다시 나타났다. 뒷마당에 빨래를 널고 있을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야옹! 소리에 돌아보니...
네가 왜 거기에서 내려와?! 그 위에서 잤어?
지붕과 돌벽 사이에서 내려와 창틀에 앉는 고양이.
졸린 눈을 반쯤 감고 앉아 있더니, 담벼락을 내려와 풀을 뜯어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