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거 아닌 것에서부터.
엘리베이터에 비공식적인 공지문이 붙었다.
층간소음의 고충이 필체에서도 뚝뚝 흘러내리는 것 같은, 호소력 짙은 장문의 글이었다. 글의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제발 실내화 좀 신으세요!」
글쓴이가 우리 집 아래층 사람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어쩐지 뜨끔했다. 40 평생 맨발로 집안을 활보하던 내가, 갑자기 실내화도 신지 않는 야만인이 된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고민을 했다. 잠시 후 인터넷에 실내용 슬리퍼를 검색했다. 2+2 행사 중, 9천 원 대에 슬리퍼 4개를 주는 상품을 발견하고서 바로 결제했다.
며칠 뒤, 4개의 알록달록한 실내화가 왔다. 제일 예쁜 건 내 거, 남편에게 신길 것도 하나 고르고 나니, 두 개가 남았다. 가끔 세탁도 해야 하니, 번갈아가면서 신을까? 하다가... 웬일로 욕심을 버렸다. 남은 두 개를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나처럼 실내화를 미처 구비하지 못한 채 살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문제는 실내화를 나눌 방법이었다. 고민 끝에, 엘리베이터에 쪽지와 함께 붙여두기로 했다. 두 대의 엘리베이터에 각각 1개씩 붙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사람이 없는 틈을 노렸다.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20분 간 기회를 엿보다가, 무사히 성공했다.
밤새 실내화가 궁금했다.
아침 일찍 엘리베이터 안을 살폈다. 다행히 밤사이 실내화들이 주인을 찾아간 듯하다.
선행 일기의 목적:
① 칭찬받고 싶어서. 요즘 딱히 칭찬받을만한 일을 한 게 없어서, 의도된 선행이라도 실천합니다.
② 그래픽 태블릿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 귀한 것의 쓸모를 찾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합니다.
(선행 일기 매거진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을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