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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막내작가 Mar 11. 2021

엄마와 딸, 그 어려운 관계

<봉순이 엄마 편> 4.

 때로는 가장 가까운 관계가 더 어렵다.

 내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풍선이라면, 날 터트릴 날카로운 송곳을 쥔 사람이 엄마일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나는 혼자 지내는 엄마가 마음에 걸려 친정집에 자주 간다. 친정집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거리다. 오고 가는 길이 쉽지 않은 만큼, 이왕이면 엄마와 좋은 시간을 보내려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소소한 데이트를 준비한다.

 한 번은 야외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찾았다. 인터넷을 통해 야외 풍경, 테이블 개수, 차나 디저트의 맛, 가격, 분위기, 주변 산책로, 집에서의 거리 등을 따진다. 보통 10군데 이상 검색하고, 후기까지 꼼꼼히 살핀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이 엄마 마음에 쏙 들 경우도 있고, 썩 들지 않을 경우도 있다. 문제는 후자이다. 엄마가 한 마디 툭 던진다.

 "여긴, 별로다."

 분명, 악의 없이 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나는 펑! 터진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짜증을 낸다.

 "엄마는! 좋기만 하고만!"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엄마 마음인데, 내가 고생해서 찾은 곳이니 덮어놓고 마음에 들어했으면, 하는 건 무슨 심보일까?

 어느 날, 엄마와 데이트를 앞두고 곰곰이 생각했다.

 엄마는 악의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까? 반사적으로 툭! 튀어나오는 태도를 바꿔보려고, 여러 가지로 상상해본다. 송곳에 찔려도, 터지지 않고 차분하게 바람 빼는 방법을.

 답을 찾았다!

 "마음에 안 들어? 역시, 우리 엄마는 취향이 고급지다니깐~~ 다음엔 더 좋은데 가자?!"

 꼭! 이렇게 말해야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던 그 날은, 엄마의 반응이 최고였다.

 "와~~ 너무 좋다!"

 어쨌거나, 엄마에게 착한 딸이 되고자 노력한 것에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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