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나의 하루를 살기로 한다.
한밤중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참고해⌟라는 말과 함께, 어느 책의 페이지 한쪽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내용을 보아하니, 일본의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 일과표였다.
책의 내용에 따르자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낮 12시까지 글을 쓰고, 낮 12시부터 14시까지는 10km의 달리기와 1.5km의 수영을 한 뒤, 남은 시간은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듣다가, 저녁 9시가 되면 잠을 잔다.
하루 8시간 글을 쓰고도 남는 시간이 많다고?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건 괴로운 일이라고 친구에게 답장을 보냈다.
친구가 다시 답장을 보내왔다.
⌜밤 9시에 자는 것도 쉽지 않아⌟
그래,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날 수 있나 보다.
일찌감치 하던 일들을 정리하고 잠을 청하려 누웠다. 어둠 속에서 남편에게 뜬금없이 선포했다.
"나,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남편이 물었다.
"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야."
풉! 남편이 웃는 소리를 뒤로 하고 돌아누웠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보다 더 큰 문제였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면, 내일 12시부터 14시까지 10km를 달리고 1.5km를 수영해야 하는 문제!
다시 남편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
"나, 무라카미 하루키 안 하기로 했다."
나는 나의 하루를 잘 살아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