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쁘게 잘라주세요.
내 머리카락은 반곱슬이다.
반곱슬의 장점은 커트만 잘해도 자연스러운 컬이 생긴다는 점.
반곱슬의 단점은 여름만 되면 주체할 수 없이 부스스해진다는 점.
7월이 시작되었다. 늦은 장마도 시작되었다.
이럴 땐 그냥 나풀대는 머리카락들을 한 갈래로 묶어놓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그럼에도... 한 번 시작한 숏단발은 끊기 힘든 통닭과도 같았다.
숏단발의 중독성은 다음과 같다.
1. 감을 때의 가벼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2. 말릴 때의 간편함, 두 말하면 잔소리다.
3. 자르는 순간, 덕지덕지 나를 붙들고 있던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기분
(머리=머리카락 -_-;)
기르려던 머리를 한 번 더 자르기로 결심했다.
이왕이면 조금 더 짧게 자르기로 했다.
타고난 달걀형 미인이 아닌 관계로, 감자형 얼굴의 윤곽을 더 뚜렷하게 만드는 뒷 배경을 없애보자는 생각이었다. 검은 배경이 없어지면, 얼굴형이 조금 갸름해 보일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결과는 그냥 똑같은 감자였다.
무르익어가는 여름, 나는 몽실이를 닮은 감자가 되었다.
✿ 몽실이는 1990년에 MBC에서 방영한 TV 드라마 ⌜몽실언니⌟의 주인공이다. 구글에 몽실이를 검색하면 그녀의 헤어스타일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