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퇴직공무원> 1.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까?
오랫동안 미뤄온 이야기라 어떻게 운을 떼어야 할지 몰랐다. 한참을 고민하느라 또 미뤄놓기를 일 년이 더 지났다. 오늘은 그 긴 이야기의 시작을 어떻게든 꺼내볼까 한다.
「 기상 주사보 이 O O. 원에 의해 그 직을 면함. 」
2016년 12월 31일. 내 나이 서른일곱 해에 10년 6개월 만의 공직생활이 끝났다.
퇴직 후, 사람들은 내게 가장 많이 질문했다.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뒀어요?"
처음 1~2년 동안,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그리고 지금은, 가끔 이렇게 대답하고 싶을 때가 있다.
"글쎄요. 그러게 왜 그랬대요?"
구름을 좋아했다. 파란 하늘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구름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콩닥거렸다. 특히 구름의 가장자리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변화가 또렷하게 보이는 적란운을 좋아했다. 바람이 쓸고 간 높은 하늘의 권운도 좋았다. 하늘에 이불을 덮어놓은 듯한 고층운도 좋았다. 하늘 보며 살겠다 다짐했다. 한 번의 실패를 딛고 두 번째 공채시험에 합격했다. 그곳에 들어간 후, 10년 6개월 동안 나는 정말 하늘을 보며 살았다.
그럴 수 있었음이... 내겐 참 감사한 일이었다. 어느 직장에나 있을 '힘듦'이 있었고, 누구에게나 있을 무료함이 찾아왔지만 괜찮았다. 어느 해에는 새해 첫 날을, 혹은 생일의 첫 순간을 관측 전문을 입력하며 보내야 했던 것도 괜찮았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새벽, 퍼붓는 빗줄기를 가르며 차를 몰아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일들도 괜찮았다. 전국구로 인사발령이 나기 때문에 이삿짐을 싸고 푸는 일에 익숙해져야 했던 것도 괜찮았다. 한 지역에 붙박이 된 내 집, 안정된 내 생활터전이 없어져도 괜찮았다. 가끔은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을 만나도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괜찮지 않았다.
일을 그만두기 몇 년 전부터 우연한 계기로 나는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죽는 순간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죽는 순간에 후회할 것들이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 일을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삶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에 정말 후회할 것 같은 그런 일이었다. 그 일을 업으로 삼아 살고 싶었다. 이쯤이면 하늘도 원 없이 보았다 생각이 들 때 즈음, 나는 퇴직을 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얘기했을 때, 막내딸의 오랜 꿈을 알고 있던 엄마는 단 한마디의 질문만 던졌다.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란 건 없었다. 후회를 하더라도 가보겠다는 용기만 있었다. 분명 후회할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뼈저리게 후회하는 순간이 살면서 한 두 번 찾아올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퇴직을 하고서 아직 그럴듯한 성과가 없는 4년 차 요즘, 나는 그 예상했던 후회를 종종 하고 있다.
어제는 어스름하게 해가 질 무렵, 집 앞 공원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젖혀 올려다본 하늘에는 물방울을 잔뜩 머금은 진회색 먹구름들이 떠 있었다. 비교적 낮은 고도에 떠 있는 구름들이라, 자세히 보면 구름 가장자리가 사라지고 생겨나는 모습들이 보인다. 구름의 질감이 손으로 만진 듯 느껴지는 것 같았다. 목이 곧 끊어지지 않을까 싶을 때까지, 한동안 넋을 놓고 구름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을 보면, 여전히 나는 가슴이 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내게 했던 질문을 다시 떠올린다.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뒀어요?"
내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너는 왜, 무엇을 위해, 지금 어디로 달려가고 있느냐고. 분명, 그 질문에 떳떳하게 답할 수 있는 마음이 내 안에 있었다. 지금은 한껏 기가 죽어 움츠러든 그 마음을 조용히 불러내 본다. 괜찮다고, 네 탓을 하지 않겠다고 다독여본다. 같이 가보자고, 우리가 선택한 이 길을 끝까지 잘 가보자고 손을 내밀어본다.